머쉰 스티칭

1. 머쉰에 대한 몇 가지 물음

by BAEL LEATHER SCHOOL

가죽 공예를 시작하면서 제일 어려운 것 중 하나가


1. 미싱을 사용할 것인가? 미싱 없이 핸드 스티칭만으로 할 것인가?

2. 미싱을 사용한다면 어떤 것을 구입해야 하는가?

3. 고가의 미싱이 더 땀이 예쁘게 나오는가?

4. 집에 브라더 홈 미싱이 있는데 이걸로 가죽공예가 가능한가?

...


이런 고민일 것입니다.


제 경우 처음 취미로 할 때는 핸드스티칭을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소규모로 집에서도 작업하기에 핸드스티칭의 도구와 장비들이 적합했습니다.


그렇다고 가격이 그렇게 싸진 않는 게 이른바 우리나라에서는 명품회사의 새들 스티치에 사용한다고 유명한 핸드스티칭용 도구는 상당히 고가였습니다.

그리고 아파트에서 그리프(포크 모양으로 핸드스티칭을 하기 전에 미리 구멍을 내는 도구. 일본말로는 목타)를 치는 것은 그야말로 층간소음 분쟁을 일으키기 딱 좋을 만큼 진동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직장을 다니며 집에서 틈틈이 하는 것이게 핸드스티칭만 한 게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도구들을 왕창 샀더랬죠. 뭐 그리곤 수년을 그냥 먼지만 쌓아 놓았지만요.

그러나 한 땀 한 땀 아픈 손가락을 부여잡으며 지갑이나 가방이 완성되었을 때의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요. 그리고 그 어떤 명품보다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취미가 아닌 본격적으로 가죽공예에 뛰어들고 싶다는 욕망(?)이 휘몰아쳤고 외국 유학까지 알아보던 중, 피렌체 가죽학교 'La Scuola Del Cuoio'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고자 하는 클래스는 매년 초, 일 년에 한 번 뿐이어서 이번이 아니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과감히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는 이탈리아로 넘어갔었습니다.

세상의 많은 미친 짓 중 하나이며 제가 지금까지 한 가장 미친 짓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죽공예를 안 것이 핸드스티칭이었고 핸드만이 전부이며 최고라고, 그렇게 핸드의 매력에 푹 빠져 있던 때라 피렌체 가죽학교에서 미싱(원래는 Machine인데 일본 발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기 때문에 이해를 위해서 미싱이라고 합니다.)으로 수업을 할 때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미싱의 속도에 적응하기도 어려웠고 기껏 정성 들여 만들어 놓은 걸 미싱의 실수로 엉망이 될 때에는 깊은 좌절에 몸서리(?) 치며 악몽까지 꿀 정도였죠.


그래서 한국으로 다시 와서 개인 작업실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할 때 제일 고민이 바로 이 미싱이었습니다.


미싱의 종류도 여러 가지이고, 미싱의 제조사도 여러 가지이고, 또 가격도 만만찮고 그걸 놓을 공간도 어느 정도 필요하고, 피렌체에서 적응했던 미싱과 비슷한 미싱을 한국에서도 구입할 수 있을까? 고민스러운 게 한 두가지가 아녔습니다.

고민하다가 저는 우선 가죽학교에서의 장비를 기준으로 두고 저의 예산 하에서 한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선택의 폭을 좁히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미싱 외에도 가죽공예에 대한 여러 장비들 있는데요. 이 중 피렌체 가죽학교의 것은 다음에 기회 되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제일 궁금한 것.

미싱의 가격이 많이 궁금하실 건데요.

미싱은 중국산, 국산, 일산, 독일산이 있고 가격은 중국산은 좀 저렴하고 독일산은 아주 사악(?)합니다.

중국산은 100만 원대 아래, 국산은 1~200만 원대, 일산은 3~400만 원대, 독일산은 1000만 원대~ 정도 하더라고요.


여기서 먼저

3번의 물음의 답은 가격차이만큼이나 비례적으로 바늘땀의 품질이 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격이 두배라고 품질이 두배가 되지는 않는다는 거죠. 비싼 것이 더 안정적이고 좀 더 악조건 속에서도 고르게 나오긴 하지만 몇 배를 더 지불할 가치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돈이 없어서 더 이렇게 변명할 수도 있습니다만 땀의 결과물은 제작자가 얼마만큼 미싱 전 선행 작업들을 잘 해오고 미싱 시 문제가 없도록 체크를 잘 하며 미싱의 세팅을 얼마나 적합하게 하고 미싱 시 얼마만큼 정교하게 기계의 흐름과 하나가 되는가가 중요한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너무 고가의 장비는 그와 관련된 부속품들도 같이 고가이고 또 유지보수비용도 만만찮으며 필요한 부속을 구하기도 어려울 수 있어서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에게는 꽤 힘드시리라 봅니다. 마치 수입차 수리비가 비싼 것과 비슷하겠네요.


피렌체 가죽학교 장비 - 애들러 구형
피렌체 가죽학교 장비 - 애들러 비교적(?) 신형
피렌체 가죽학교 장비 - 네끼 1
피렌체 가죽학교 장비 - 네끼 2
피렌체 가죽학교 장비 - 포스트 암

아래는 피렌체 가죽학교 미싱의 종류와 제조사입니다.

1. 실린더 미싱 - 애들러

2. 실린더 미싱 - 네끼

3. 포스트 암 미싱 - 애들러

4. 평판 미싱은 구비하지 않음


참고로 여기 미싱은 모두 구형 모델이고 어떤 것은 몇십 년 전 것도 있습니다.

최신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나오는 전자식으로 땀 등을 세팅하는 미싱을 마오쌤은 오히려 추천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잔고장이 더 잘 날 수 있고, 실린더의 경우는 구경이 큰 왕 가마(실 보빈을 포함한 미싱의 아래실 회전체)로 나와서 입체 회전 가방 미싱에서 잘 돌아가지 않기도 하고 무엇보다 구형의 땀이 더 예쁘다는 거예요.

네끼라는 이 낡고 오래된 미싱의 땀이 쌤 말로는 훨씬 엘레강스하다고, 최신 것은 너무 딱딱하고 남성적이다고 하시네요.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수업 때 가능한 이 네끼 미싱을 많이 사용하긴 했었습니다.

마오쌤과 일화는 앞으로도 하나씩 풀어내 볼 테니 기대해 주세요.


다시 미싱으로 돌아와서요.


실린더 미싱은 사진처럼 미싱에 암이 기다랗게 나와 있고 그 끝에 밑실을 처리하는 가마가 있고 그 위로 위실과 바늘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 것은 상대적으로 가죽을 지지하는 면이 제한적인데요. 그만큼 회전이 필요한 등의 입체 가방의 경우에는 또 이런 형태의 머신이 유리합니다.


포스트 암 미싱은 실린더 미싱의 암을 위로 세운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물론 단순히 암만 세운 것이 아니고 그에 맞게끔 가마등의 전체 구조도 다르긴 하지만요.

이렇게 암을 세움으로써 이 것만이 가능한 스티칭이 가능한 가방 형태가 있습니다. 아웃 스티칭을 하는 가방의 경우나 큰 파트의 결합 가방이나 미싱을 하고자 하는 곳이 깊은 곳은 이것 만한 좋은 장비가 없습니다. 실리더보다는 몇십 프로 더 고가입니다.


평판 미싱은 평평한 판이 미싱에 있어서 가죽을 지지하는 면이 많아서 바늘땀이 그만큼 안정적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피렌체 가죽학교에서는 이 미싱을 따로 구비해 놓지는 않고 만약 평판 기능을 써야 한다면 실린더 미싱에 평판을 대어서 사용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마오쌤은 평판 대는 것을 선호하진 않으셨습니다. 그만큼 좁은 실린더에서도 충분히 자신이 컨트롤을 하실 수 있으시고 오히려 또 평판에서 자칫 가죽이 걸리는 면이 많은 것이 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에 그러신 것 같습니다.

동물들이 어미의 행동을 닮아서 생존하는 것처럼 저도 많은 부분이 마오쌤의 판단과 의견을 쫓아가게 되더라고요. 저도 가능한 평판 미싱은 사용을 않게 되던데요.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한번 경험해 보고는 싶습니다.


여하튼

한국 와서 미싱을 고르는 기준이 피렌체 가죽학교에서는 사용하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이제 2번에 대한 답입니다.

저의 미싱에 대한 선택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실린더 미싱으로 선택. 단, 가마가 크면 안 되니 좀 귀찮더라도 가마가 작은 걸로 선택하자.

2. 애들러는 넘사벽. 그 아래 단계로 하자.

3. 중고는 내가 장비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신품으로 하자.

4. 평판 미싱을 별도로 구입하지 말고 실린더에 평판을 달자.

5. 포스트 암은 좀 더 돈을 벌고 사자.


그렇게 해서 저는 사진과 같은 미싱을 구입하고 현재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가죽 공예로 돈을 엄청 많이 벌게 된다면 그때는 비싼 머신들을 세트로 구입하고 싶습니다.



4번 물음에 답은 홈미싱으로는 가죽공예를 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유는 가죽이 상대적으로 두껍고 단단해서 홈미싱의 바늘과 힘이 약해서 스티칭이 잘 될 수 없습니다.

간혹, 하시는 분들이 있으신데 정말 능력자이시거나 만드는 품질보다는 DIY에 더 큰 만족을 느끼시는 분들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1번에 대해서

미싱이냐 핸드냐 어느 것이 더 좋은 거고 어느 것을 할 것인가입니다.

마치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 같은데요.

제 답은 미싱도 좋고 핸드도 좋다입니다.

그만큼 둘 다의 매력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셔도 후회 없으시고요.

제일 좋은 것은 둘을 다 하시는 걸 겁니다.


마지막으로 제 개인 생각은 핸드스티칭의 미려함과 짱짱함을 그 어떤 비싼 미싱도 쫓아갈 수 없다고 보고요.

미싱의 미친 작업 효율성을 그 어떤 속사의 핸드스티쳐라도 쫒아 갈 수는 없다고 봅니다.

둘이 결합된 즉, 핸드스티칭 같은 미싱이 나온다면 노벨상 줘야 하지 않을까요?


여기 이탈리아 제작 방식의 가죽공예에서는 주 메인은 미싱으로 하고요. 핸드스티칭도 필요시마다 간간히 소개하겠습니다.



미싱.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싱의 맛(?)을 한번 경험하신다면 가능한 미싱으로 스티칭하려 하실 겁니다.

제가 지금 그러고 있습니다.


다음에서는 실제로 미싱으로 스티칭을 한번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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