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도전과 즐거움
올해 3월, 나는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데스 밸리로 여행을 떠났다.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하고 더운 곳인 데스 밸리는 마치 우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캠핑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내가 첫 캠핑으로 무작정 데스 밸리를 선택한 것은 무모할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가며 나름대로 충분히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다. 텐트와 버너 등 캠핑 장비를 챙기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내 차의 뒷좌석 평탄화 작업까지 마쳤다.
데스 밸리로 향하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LA에서 데스 밸리까지 운전하는 내내 새로운 풍경에 감탄하며 여행을 즐겼다. 데스 밸리 국립공원(Death Valley National Park) 입구에 도착했을 때 그곳의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놀라웠다. 이 국립공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에 걸쳐 있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뜨겁고 건조한 지역 중 하나로 유명하다. 이곳은 극한의 자연환경과 장엄한 경관으로 유명하다.
집을 떠난 후 처음으로 차의 엔진을 멈춘 곳은 메스키트 플랫 듄(Mesquite Flat Dunes)이었다. 이곳은 데스 밸리의 중심부에 위치한 부드러운 모래 언덕으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또한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지로도 유명하기도 하다. 이전에 사막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듄의 존재에 큰 기대를 하고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사막 언덕이었지만, 주변 데스 밸리의 장엄한 풍경과 어우러져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영화 "듄"에서 본 샤이 훌루드를 피해 걷는 법도 따라 해 보았다. 이곳은 특히 일출과 일몰 시간에 방문하면, 정말 아름답다고 한다.
짧은 1박 2일의 여정이었기에 빠르게 발걸음을 비지터 센터로 돌렸다. 캠핑장을 예약하려 했지만, 모든 캠핑장이 예약 상태였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한 블로그에서 데스 밸리의 특정 캠핑장은 항상 자리가 있다는 정보를 발견했다. 비지터 센터에서 국립공원 퍼밋을 받고, 내가 갈 코스에 있는 세 곳의 캠핑장 중 두 곳은 인기가 많아 자리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들었다. 다행히도 내가 찾아본 캠핑장은 자리가 항상 있을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기념품샵을 둘러보고, 캠핑장으로 향하기 전에 다른 캠핑장을 둘러봤지만, 예상대로 자리가 없었다. 결국 황량한 땅에 위치한 캠핑장으로 향했는데, 주변에는 모래바닥과 화장실, 그리고 몇 대의 캠핑카와 내 차만이 있었다.
캠핑장의 환경에 비해 경치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데스 밸리의 한가운데서 사방이 탁 트인 뷰를 바라보며 모든 방향을 조망할 수 있었다.(물론 그늘은 없었다.) 캠핑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나머지 여행을 마친 후에 텐트를 치기로 결정했다. 캠핑장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1시 정도였기 때문에 여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다음 목적지는 배드워터 베이신(Badwater Basin)이었다. 배드워터 베이신은 북미 대륙에서 가장 낮은 지점으로, 해수면 아래 약 85.5미터(282피트)에 위치해 있다. 하얀 소금 평원으로 덮여 있어, 독특한 지형과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이곳은 마치 다른 행성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소금 사막을 보고 싶다는 꿈을 안고 도착했지만, 도착하자마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너무 건조한 시기였기 때문에 물이 없어 기대했던 거울 같은 반사 효과를 보지는 못했지만, 모든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바람을 이겨내며 그저 재밌고 흥미로운 경험이라 생각하며 즐겼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아티스트 드라이브(Artist's Drive)였다. 아티스트 드라이브는 9마일(약 14.5km) 길이의 일방통행 도로로, 다양한 색의 암석들이 펼쳐져 있는 길이다. 자연이 직접 그린 듯한 이 길은 이름 그대로 아름다웠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며 느낀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붉고 노랗고 초록빛을 띠는 암석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그 후, 데스 밸리의 하이라트라고 생각했던 자브리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선셋을 보고 싶어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자브리스키 포인트는 데스 밸리의 대표적인 전망대 중 하나로, 넓게 펼쳐진 사막 경관과 톱니 모양의 산맥, 퇴적암 지대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붉게 물든 하늘과 넓은 사막이 마치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고 해가 지면서 암석들의 색이 바뀌는 모습은 그야말로 말로 표한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해가 진 후 캠핑장으로 돌아갔을 때, 예상치 못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듯이 캠핑 경험이 전혀 없었기에 텐트를 설치하려 했지만, 상상 이상의 바람이 불어 텐트를 전혀 설치할 수가 없었다. 잠시라도 손을 놓으면 텐트가 저 멀리 날아갈 것만 같았다. 옆자리 캠핑카 여행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도 바람이 너무 강해 텐트를 치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텐트를 설치하지 못하고 저녁도 먹지 못한 채 근처 리조트로 피신했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메뉴는 빵과 햄뿐인 샌드위치였는데, 가격은 무러 20달러 정도나 했다. 그래도 그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했다. 리조트에서 자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미국에서 처음으로 떠난 캠핑 여행이었기에 어떻게든 캠핑을 하고 싶었다. 다행히 차의 뒷좌석에 평탄화 작업을 해두었기 때문에, 그 위에 토퍼를 깔고 잠을 자기로 했다. 자리를 마련한 후, 너무 맛없고 비싸기만 한 샌드위치를 먹고도 배가 고파 라면을 끓이기로 했다. 바람을 최대한 막으며 가스버너를 켰지만, 바람이 너무 강해 물이 제대로 끓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순간들이 너무 즐겁게만 느껴졌다. '고생도 젊은 날의 행복이니라'라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끓여 먹은 라면 한 그릇은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맛있었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차의 조명과 달빛에 의지해 라면을 순간은 어떤 미슐랭 레스토랑도 부럽지 않았다.(가보진 못 했지만..)
다음 날 아침, 다시 자브리스키 포인트에 들러 경관을 즐긴 후, LA로 돌아오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데스 밸리에서의 하루는 쉽지 않았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자연의 위대함과 나의 첫 캠핑 도전이 어우러져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데스 밸리의 남쪽만 둘러봤기에, 다음번에는 북쪽을 탐험하기로 다짐했다. 더 철저한 준비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