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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떠나는 날 Sep 20. 2024

도심을 떠나 은하수를 품은
하늘 아래로

조슈아 트리 캠핑 여행기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은 LA근교 국립공원 중에서 별을 보기 가장 좋은 장소로 꼽힌다. 올해 초, 그 별들이 얼마나 빛나는지 궁금해 밤하늘을 보러 갑작스럽게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을 찾은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네온사인과 LED 가로등들이 가득해 쉽게 볼 수 없었던, 눈으로만 보기 어려웠던 별들이 밤하늘에 쏟아지고 있었다. 심지어 은하수까지 맨눈으로 보이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며, 한 시간 남짓 하늘을 바라보며 다음에는 꼭 캠핑을 하러 오겠다고 다짐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리고 그러부터 몇 달 후, 5월의 어느 날. 나는 다시 한번 조슈아 트리 캠핑장을 향해 차 시동을 걸었다. 이번에는 도시의 복잡함에서 완전히 벗어나 조용한 사막에서 별을 가득 품은 하늘아래 잠들기를 기대하며, 캠핑 장비를 가득 싣고 출발했다.


캘리포니아의 분주한 도시 LA를 떠나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으로 떠난 하루는 그 자체로 즐거운 여정의 시작이었다. 복잡한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길은 일상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주며 마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을 향해 달리는 프리웨이를 따라가다 보면 팜 스프링스라는 지역에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풍력 발전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코첼라 밸리에 위치한 팜 스프링스 윈드밀은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3000개가 넘는 풍력 발전기들이 질서 정연하게 늘어져 있어 웅장함을 선사한다. 그 모습은 나중에 제대로 둘러보기로 한 후, 내 본래 목적지인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입구에 다다르기 전, 약 5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비지터 센터에 잠시 들렀다. 조용한 공간에서 정보를 얻고, 작은 기념품들도 살펴보고 구매하며 잠시 여행의 기대감에 젖었다. 그리고 나는 베이커 댐(Baker Dam) 트레일로 향했다. 1.5마일의 짧은 이 트레일은 사막 한가운데서 만나는 신비로운 저수지로 나를 이끌었다. 1900년대 초반 목장주들이 가뭄에 대비해 만든 댐은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은 그 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이 길을 걸어가며 마치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에 잠시 발을 들여놓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념품 샵
Baker Dam Trail


이번 캠핑 여행을 준비해며, 나는 데스밸리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미리 캠핑장을 예약했다. 하지만 인기 있는 조슈아 트리 내부에 캠핑장들은 이미 모두 예약이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결국 국립공원 내 외곽에 위치한 Black Rock Campground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외딴곳에 위치한 이 캠핑장은 더 조용하고 고요해 자연의 소리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어, 마치 사막과 내가 하나가 된 느낌을 주었다.

캠핑장에서의 선셋


밤이 깊어가며 노을이 사라지고, 어두운 사막 하늘에 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간을 따라 별빛은 점점 강해졌고, 그날 밤 2시 즈음 마침내 하늘은 별빛으로 가득 찼다. 태양의 영향으로 인해 평생에 캘리포니아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오라라가 보인다는 사실을 현지 뉴스를 통해 알았고, 실제로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서는 내가 캠핑하는 전 날 오로라가 퍼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기사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오로라가 퍼지는 밤을 즐기기 위해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으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우연히 다른 국립공원 중심부에 위치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 캠핑장과는 멀리 떨어진 외딴곳에 자리를 잡게 된 캠핑장은 많은 인파를 피해 조용히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바뀌었다. 어느새 밤하늘은 은하수까지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아름다웠고, 하늘에 끝없이 이어진 별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모든 고민과 걱정은 사라지고 마음은 평온해졌다. 비록 이 날 우린 오로라를 감상하진 못했지만 조용한 분위기 속 모두가 같은 하늘 아래에서 고개를 들어 그 경이로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캠핑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꿈과 추억을 그려갔다. 그 넓은 사막에서의 고요한 시간, 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들을 보며 나는 세상 모든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다음날 아침, 캠핑장에서 있던 작은 소란이 내 아침을 열었다. 옆 캠퍼가 다급하게 나를 부르며 외치더니 "다람쥐가 너희 소시지를 훔쳐갔어!"라고 말했다. 그 다람쥐는 자기 몸집만 한 소시지를 물고 달아나고 있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그저 웃음만 나왔다. '맛있게 먹어라!'라는 생각과 함께. 캠핑은 이런 작은 순간들조차도 특별한 순간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람쥐가 훔쳐가 1개가 없어진 소시지


모든 짐을 정리한 후, 나는 서둘러 집을 향하기보다 국립공원의 또 다른 매력을 찾아 먼 길을 택했다. 캠핑장은 서쪽 입구에 위치해 있었기에 남동쪽 출구를 통해 나가는 2~3시간 정도가 더 걸리는 길로 향했다. 데스밸리 때와는 다른 사막의 아름다운 경관 속에서 드라이브를 하던 중 촐라 선인장(Cholla cactus) 군락지에 멈춰 섰다. 작은 선인장들이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서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생명이 자라기 힘든 이 지역에서 보란 듯이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며 자라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조용한 사막에서 별을 바라보며 잠들고 싶다면, 꼭 방문했으면 한다. 평화로운 사막의 밤하늘 아래에서 모든 고민을 잊고,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 깊은 곳까지 힐링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을 많은 사람이 경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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