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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Feb 13. 2022

피아노

물건반을 치는 시간


피아노


욕조물에 두 손을 가볍게 얹는다.

손가락으로 마음의 음표를 연주한다.

검지와 약지 손가락으로  물건반을 깊이 누른다.

손가락은 물 속 깊이 잠긴다.

소리는 물 속으로 흩어져 이내  스며든다.


마음의 무겁고 슬픈 음표를 연주해도

탁하고 퍼지며 가볍게 찰랑거린다.

아무리 물건반을 세게 쳐도 소리는 이내

물방울이 튀며 흔적없이 사라진다.


물 위에 세상의 모든 가사를 써도

어떤 단어도 새겨둘 수 없다.

모래시계처럼 시간을  담아둘 수 없다.

물은 너를 지우고 과거를 지운다.


수돗꼭지에 매달린

하나의 물방울이 새벽길 눈 발자국처럼

물 건반을  누른다.


2022. 2.8  


한낮의  욕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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