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욕조물에 두 손을 가볍게 얹는다.
손가락으로 마음의 음표를 연주한다.
검지와 약지 손가락으로 물건반을 깊이 누른다.
손가락은 물 속 깊이 잠긴다.
소리는 물 속으로 흩어져 이내 스며든다.
마음의 무겁고 슬픈 음표를 연주해도
탁하고 퍼지며 가볍게 찰랑거린다.
아무리 물건반을 세게 쳐도 소리는 이내
물방울이 튀며 흔적없이 사라진다.
물 위에 세상의 모든 가사를 써도
어떤 단어도 새겨둘 수 없다.
모래시계처럼 시간을 담아둘 수 없다.
물은 너를 지우고 과거를 지운다.
수돗꼭지에 매달린
하나의 물방울이 새벽길 눈 발자국처럼
꾹
물 건반을 누른다.
2022. 2.8
한낮의 욕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