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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Jan 04. 2019

소용이 없으면 뭐든 과감히 버리자

딱! 1년만 버리고 비우기 프로젝트

                                                                                                                




2018년 12월 31일 

 어김없이 보신각에서 종을 모습을 TV로 지켜 보면서 내 인생도 이러다가 언젠가는 종 치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새해에 뭔가 의미 있게 시작하려고 강추위에 보신각이 모인 사람들이 황제펭귄이 붙어 서 있는 모습 같아 저절로 웃음이 난다. 그런데 방구석에 이불 뒤집어 쓰고 있는 나도 두더지처럼 한심하다. 

딱! 1년만 버리고 비우기 프로젝트 

D+1일 

 새해가 되었다고 특별한 감흥도 기대도 없는 것이 벌써 몇 해인지 모른다. 예전에는 새해 소망 목록도 작성하고 새해 다짐도 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결심이라는 것이 참 쓸데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족쇄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새해 결심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결심을 하지 않으니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게 된다.


  새해에는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오히려 역효과가 생겨서 작심삼일이 되기 쉬웠다. 그래서 올해에는 거꾸로 뭔가 안 하기로 결심을 한다. 1년동안 가진 것을 버리고 비우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물건, 욕심, 인간관계, 시간 등이 포함된다. 요새 유행하는 미니멀 라이프나 심플 라이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땅히 뭘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당장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아직도 갖고 싶은 것이 많은데 뭘 버려야 할지 난감하다. 일단 시작하면 방법은 생길 것이다. 

 집안을 둘러보니 그동안 집안은 온갖 잡동사니뿐이다. 통장에는 잔액이 아니라 지출명세 내역만 가득하다. 주위를 둘러봐도 물건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서 내가 물건을 모시고 사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지경이다. 집안에 잡동사니가 가득한데 좀처럼 버리지 못한다. 남들도 다 이렇게 산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막상 뭔가 버리려고 생각하니 움직이기가 귀찮다. 내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이래서 결심은 쉽지만, 실천이 어려운가 보다. 책상 위를 쓱 살펴보니 쌓아둔 책, 굴러다니는 필기구, 정리되지 않은 문구류와 잡동사니, 컴퓨터와 엉킨 선이 눈에 들어온다. 정리하려고 하니 마음이 벌써 심란하다. 오늘 밤은 심신의 안정을 위해 일단 쉬어야겠다. 

                                                                                                       

 아침부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보일러가 고장 난 것이다. 멈춘 보일러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보일러실에 들어가 하는데 물건이 쌓여 있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낑낑거리며 물건들을 옆으로 치우고 보일러실 문을 어렵게 열었더니 바닥에 물이 흥건하다. 보일러에서 물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보일러에 누수가 생긴 것이다. 보일러실에 있던 물건들은 모두 침수를 피하지 못했다. 수재민의 심정으로 젖은 물건을 빼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쓰지 않고 방치했던 물건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버리자. 지금이 기회다' 

                                                                                                                                                   출처: 픽사베이

 

 막상 버리려고 하니 아까운 물건이 많았다. 대부분 물건이 한두번 사용하고나중에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쌓아둔 물건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창고에 넣어둔 것도 잊고 있던 물건들이다. 정리를 시작하니 현관 앞에 이삿짐처럼 물건이 쌓인다. 분리수거가 안 되는 것은 쓰레기봉투에 담는다. 꼬박 한나절을 정리에 매달려서 겨우 보일러실을 비웠다. 작년 여름에 담근 매실청과 오미자 청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원액을 거른다고 하면서 미루다 보니 했을 해를 넘기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물건이 점점 쓸모없이 쌓이는 것이다. 언제 쓸지 모를 물건들이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 

 

 '버리자. 지금 필요하지 않다면 나중에 쓸 일은 없다' 

  한바탕 분리수거를 끝내고 나니 다용도실과 보일러실에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동안 진입이 불가능했던 공간에 통로가 만들어졌다.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 느낌이다.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혹시'라를 생각 때문이다. 나중에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물건을 쌓아 두게 한다. 방치된 물건은 결국 쓸모가 사라진다.


 정리하면서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애초부터 물건을 줄여야만 정리도 가능하다. 소비가 미덕인 사회에서 절제를 실천하는 일은 수많은 유혹을 참아내는 과정이다. 무수한 광고들이 새로운 물건이 삶을 더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은밀하게 속삭인다. 스스로 적정한 소비와 적정한 소유의 한계를 정하지 않으면 물건에 저당 잡힌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소비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기 위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오늘이 바로 버리고 비우기 가장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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