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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Jan 06. 2019

책을 소유할 것인가, 읽을 것인가?

서점에서 우리가 만나면

 책을 소유할 것인가, 읽을 것인가?


  서점에서 우리가 만나면


  여의도에 있는 대형서점에 새해 다이어리를 사러 갔다. 서점 한 쪽에 다양한 다이어리가 전시되어 있었다. 두툼한 양장본의 다이어리와 한정판 다이어리가 눈길을 끌었다. 표지가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고 작고 휴대하기 편리한 크기의 다이어리도 있었다. 한참을 이것저것 구경하가 보니 고급스럽고 두툼한 한정판 다이어리를 사고 싶어졌다. 다이어리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 지는 경우가 많아서 디자인이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무거운 것을 사면 휴대하고 다니기 부담이 된다. 작년에 산 다이어리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만 무거워서 갖고 다니기 불편했다. 나는 그동안 물건을 고를 때 선택의 기준이 디자인과 색상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물건을 사용하다 보면 새로운 디자인은 곧 익숙해지고 신제품에 끌리는 경우가 많았다. 

                                                                                           출처 : 픽사베이


 오늘 다이어리의 선택 기준은 실용성과 단순함이다. 가볍고 휴대하기 편한 크기로 오랫동안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 색상을 선택할 것이다. 결국 여러 다이어리 중 공책 형태의 얇고 가벼운 다이어리를 선택했다. 색상은 내가 좋아하는 바다색이다. 3개를 한 묶음으로 판매하고 있어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다이어리는 형태보다 그 안에 무엇을 기록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물건은 본래의 용도에 맞게 자주 사용하면 가치가 생긴다. 그동안 나는 지나치게  외관과 디자인에 가치를 부여했었다. 


 다이어리를 구입하고 새로 나온 책을 둘러보았다. 새해를 맞이하여 서점에는 신간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책의 화려한 표지와 강렬한 제목에 손길이 저절로 갔다. 작년에는 시간에 쫓겨 장보듯 책을 구매할 때가 많았다. 제목과 목차만 훑어보고 책을 샀다. 구입해서 몇 장을 읽다 보면 내 취향과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구입한 책은 책장에 고스란히 쌓였다. 더구나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매할 때는 배송료를 아끼기 위해 한꺼번에 여러 권씩 책을 구입했다. 그 중에 몇 권은 읽지도 않고 쌓였다. 새로 구입한 책을 읽지 않은 것은 잔뜩 장을 봐서 냉장고에 넣어 놓은 식재료가 상해서 버리는 것처럼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래서 책을 신중하게 사기 위한 기준을 정했다. 우선 마음에 드는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 빌려 읽고 마음에 들어도 바로 책을 사지 않는다. 두 번 이상 빌려 읽고 소장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책을 주문한다. 그리고 집에 있는 책 중에서 읽지 않는 책은 중고서점에 처분해서 더 이상 책이 공간을 차지하지 않도록 한다. 예전에는 책이 점점 늘어나면 결국 새 책장을 사게 되었고 집안의 공간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마음에 드는 모든 책을 소장할 필요는 없다. 물건을 적게 가지고 있을 때 그 가치와 소중함을 알게 된다. 책도 마찬가지다. 


 나는 오늘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작성하고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물건을 즉흥적으로 구매하고 소유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정말 필요하고 가치 있는 물건인지 자신에게 소비의 이유를 묻고 답하는 것은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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