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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Feb 04. 2021

모닝콜의 정석

당신의 이웃이 당신을 깨워줄 때

지이잉~지이잉~

고요한 정적을 깨는 진동음이 새벽잠을 깨운다.

아직 아니다. 더 자자~

습관적으로 이불을 당겨 덮었지만 소용이 없다.

윗집의 강력한 진동 알람이 5시 30부터 10분 간격으로 울린다.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 결국 일어난다.

아. 더 자고 싶다.

피로감이 엄습한다.

아. 윗집 아주머니는 알람을 왜 끄지 않는 걸까

야속하고 답답하다.

지난달에 이사 온 윗집 아주머니를 우연히 만났다.

아기가 두 살이라 우는 소리가 시끄러울 수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나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아기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우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럭저럭 참을만했다.

그런데 문제는 새벽마다 울리는 알람 소리였다.

아침 5시가 되면 어김없이 강력한 진동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아파트에서 윗집 알람이 크게 들리지는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알람을 끄지 않는 이유도 궁금하다. 


10분마다 반복되는 알람이 새벽 5시부터 30분 동안  멈추지 않는 이유가 뭘까? 

주말에도 어김없이 알람 때문에 늦잠을 잘 수가 없다. 

큰 알람 진동에도 아기도 엄마도 피곤해서 깨지 않는 것일까?

남편이 설정한 알람인가?

아니면 내가 지나치게 예민한 건가?


어제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윗집 아주머니는

나에게 가볍게 인사한다. 나는 알람 이야기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

저. 아주머니 아침 알람 소리가 너무 크네요.

조금 줄여주시겠어요.

그랬어요?

아주머니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조심할게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다음날 어김없이 새벽 5시 알람이 울렸다.

여전히 멈추지 않는 알람 소리가 계속되었다.

아. 짜증 난다.

다시 윗집에 올라가야 할까?

가만히 윗집 아주머니를 생각한다.


새벽 알람은 아기를 돌보느라 미처 하지 못한 집안일을 하기 위해 설정했을 수도 있다.

이른 아침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며 잠깐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유식을 만들고 가족의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느라 솜처럼 피곤해서 오늘도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알람이 울리는 상황을 이해하기로 했다.

그리고 조금 더 참아 보기로 했다.


아이가 좀 더 클 때까지, 아주머니가 알람을 지우고 좀 더 편안한 아침을 맞이할  때까지.

그냥 성당의 새벽 종소리라고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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