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SBS드라마 ‘애인 있어요’(2015)추억하며
SBS 주말드라마 ‘애인 있어요’(2015)에서 나타나는 포스트 간통죄 시대의 불륜
간통죄와 불륜, 사랑에 대한 인식의 전환
불륜은 한국드라마에서 그 동안 가장 흔하고 빈번하게 쓰인 갈등요소의 소재였다. 불륜이라는 사건은 현실 및 드라마 내 상황에서 이혼이라는 목표설정과 함께 최종 판결을 받기까지의 조강지처의 쟁취과정을 동반하였으며, 필연적으로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발생하면서 일정한 클리셰적 틀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만들어지기에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사용되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2월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조강지처-유책 배우자(주로 남성)-불륜상대녀 의 삼각구도의 갈등양상 및 캐릭터특성을 비롯해 부부 문제에 개입하는 시어머니 및 장모의 양상과 여성상도 변화하는 과도기적 추세에 있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시청자들이 분노의 댓글을 달며 회자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로 반응이 뜨거운 SBS ‘애인 있어요’ 에서는 간통죄-그 이후 시대에서 살아가는 조강지처의 복수 혹은 피해자로써의 최대한 많은 보상을 쟁취하는 것이 아닌, 충격적인 경험과 상처로부터의 감정을 덜어내고 해소하는, 극복하는 과정에 초점이 지어진다. 간통죄가 공식적으로 범죄의 낙인을 찍어줄 수 없는 시대에서는 시청자는 극중 도해강(극중 최진언의 본처/변호사)의 입장에서 슬픔에 공감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며, 뻔한 막장드라마와 구분이 되는 개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간통죄 폐지 이전의 불륜은 (주로)유부남으로 하여금 법적,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갈아타고 싶은 대상으로써 성적, 경제적 매력이 충분한 ‘세컨드’와 어딘가에 하자가 있는 조강지처의 대결구도가 이루어지는, 다소 가부장적이고 근대적인 시각이 꽤나 오랫동안 드라마에서 보여졌었다. 그렇다면 현실의 제도가 완전히 바뀌고 불륜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 어렵다고 판결이 된 시대에 전형적이라 생각되던 불륜은 어떤 모습을 띄게 될까? 어쩌면 불륜이라는 소재에서 연상되던 그 동안의 이미지도 이제는 연애와 결혼을 분리하여 인식되는 것처럼 가치관의 진화를 겪어 ‘시기상의 시작과 끝이 조금 다른 사랑’의 한 형태로 바뀌지는 않을까?
“불륜이 뭔데? 해서는 안 되는 사랑? 사랑해야 되는데 사랑 안 하는 사람들이 불륜 아니야? 난 사랑할 수 있을 때 후회없이 사랑 할거야. 세상의 시선보단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이 나에겐 더 중요해."
-극중 ‘불륜녀’ 강설리(박한별 역)의 대사-
“애인 있어요” 캐릭터의 혁신적인 변화와 사회적 반응
기존의 불륜녀는 악녀, 욕망이 다분한, 섹시한 여자, 유부남에 비해 월등히 어리거나 돈이 많은, 조강지처를 능멸하면서 남자를 소유했다는 만족감에서 느끼는 우쭐함이 성격과 행동으로 부각되어왔다. 불륜녀의 사랑은 순수하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었고, 조강지처는 외모가 매력적이지 않은, 불임, 가난함, 무능력한 여자이다. 현재 방영중인 불륜을 소재의 드라마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예스러운 설정을 보인다. MBC ‘위대한 조강지처’ 본처는 불임의 억척스러운 아줌마, MBN ‘엄마니까 괜찮아’에서는 시한부로, tvN ‘두번째 스무살’에서는 학력이 월등히 낮은 암 완치자로 “애인 있어요” 도해강 본처 캐릭터와는 확연히 다르다.
도해강은 남편 최진언의 20대의 첫사랑이자 부부가 된 이후 더 완전한 사랑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잃은 이후 워커홀릭의 냉혈한하고 고독한 여자가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능력 있고, 갑의 위치에 있으며 불륜녀조차 그녀를 경외시 한다. 강설리는 도해강보다 10살 어린것 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는 가난한 고아원 출신 대학원생으로 도해강과 마주쳤을 때 ‘더럽게 우아하네’ 하며 본처 앞에서 ‘을’임을 순순히 인정한다. 최진언을 쟁취하기 위해 섹시함을 무기로 유혹을 하지 않으며 애정행각을 하다가 발각되었을 때 결코 당당하지 않다. 자신의 누추한 방에서 남자를 눕히고도 강한 성취욕이나 희열 따위도 느끼지 않는다. 최진언의 모는 설리를 찾아와 회유 같은 협박을 한다: “내 아들한테 똥물튀기지 마…너처럼 보잘것없는 애를 날릴 거야. 엄마, 아빠, 동생 다 날릴거야.” 하지만 잃을 것이 없는 불륜녀는 담담하다. 당당하지는 않지만 담담하다. 시청자들은 포기를 모르는 강설리에 강한 분노와 불쾌함을 드러냈다. 기존 드라마들의 조강지처를 약올리는 에피소드에서 느끼는 분노와는 전혀 다른 극적 설정임에도 수용자로 하여금 ‘먹힌다는’ 증거이다.
그래도 여전한 순수함에 대한 갈망과, 포스트 간통시대의 불분명한 사랑에 대한 정의
순수한 사랑이 전부였던 최진언은 연약하고 섬세한 남자로 이혼을 결심한 시점에서 대뜸 고백해온 제자에게서 예전 해강의 순수함을 보고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극중 최진언의 ‘끌림’에 대해, 혹은 설리를 선택한것에 대한 구체적인 감정이나 설득, 변명은 드러나지 않는다. 기존의 유책배우자가 뻔뻔하게 조강지처를 대조하며 모욕을 주는 캐릭터와는 달라졌으며 최지언은 실제로 15세 등급을 받은 드라마가 불륜을 미화한 것이 아니냐는 도덕적 지탄을 받기도 하였는데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내세우는 ‘가변적인 사랑’의 서글픔과 씁슬함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써 불륜은 이처럼 미학적 장치의 소재로써 질타와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간통죄가 무효가 된 시대에서 마치 불륜이냐 아니냐 yes or no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것처럼 그녀를 사랑하지 않느냐 사랑하느냐를 명백히 규정하지 않는 최진언의 선택도 이와 비슷한 것이다.
한계점과 기대점
불륜과 간통에서 비롯된 시대상의 변화에 따른 인식변화가 곧 캐릭터들의 설정에도 영향을 미치나 전반적인 큰 틀에서 “애인 있어요”는 여전히 기존 클리셰를 답습하려는 지체현상도 보인다: 남자 주인공은 갑부이며 재벌1세 후처의 자식이라는 설정과 더불어 불륜은 재벌가내에서 재산싸움의 승계 순위에 큰 약점으로 작용하며 시어머니는 이혼하기도 전에 ‘애부터 가져라’ 하며 나이 어린 후처로써의 기능에 집중한다. 항상 본처는 마음이 돌아선 남자에게 미련을 보인다.
공식 홈페이지의 기획의도에서는 불륜으로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져 ‘불륜하는’ 내용이라 설명되어있다. 드라마의 흐름은 과도기적 인식전환의 환기 역할만 하고 적당히 치고 빠진듯한 감상을 지울수는 없지만, 충분히 좋은 캐릭터의 다양화로 남았다.
참고문헌:
정사강, 김훈순 (2015). “한국멜로영화의 낭만적 사랑에 대한 서사적 실험과 장르관습” <기호학 연구> 43권. pp.227-261
김진석, 일간스포츠, 2015.09.15 [진단IS]애인있어요? 불륜있어요!
유대근, 서울신문, 2015. 9.21 [2015 불륜 리포트] 불륜 하면 떠오르는 단어 ‘의심’ ‘처벌’ 간통죄 폐지 후엔 ‘헌법’ ‘이혼’ ‘청구’
드라마 애인있어요 SBS 공식 홈페이지:
http://program.sbs.co.kr/builder/programMainList.do?pgm_id=22000008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