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바니타스 09화

왜 그런 마음으로 살게 되었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 (2016) 리뷰

by 배고파


너무나도 자극적인 스캔들의 두 인물, ‘유부남 감독과 헤어진 여배우의 이야기’ 시놉시스만으로 대중의 비난의 중심에서 있었던 작품. 하필이면 너무나 현실과 동일한 설정 때문인지, 영화를 통 해 변명이나 한번 드러나 보자는 비아냥 섞인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매번 홀리듯 풀어내 는 서사, 특유의 미적지근한 감성, BGM 작곡에서부터 연출과 시나리오까지 그만의 방식으로 만들 어내는 홍상수의 새 작품을 기대하는 관객은 shy팬 마냥 조용히 묵묵히 볼뿐이었다. 대사들을 해체하여 의미 부여하는 일련의 과정 대신 조용히 개봉일 만을 기다렸다가 대박이니 몇만 명 돌파라느니 가십거리의 눈초리를 받으며 수상을 했고, 두 인물의 연애사가 포착되면서 다시금 실검에 오르기도 했던 핫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자신의 삶에서 가져온 것일지라도 결코 자전적이지 않다 는 괴리감이 과연 스포일러로 작용할지 선입견을 떨쳐보면서.. 공과 사의 도덕적인 비판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들, 괜한 잔상 때문에 영화를 영화만으로 즐기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평론가 들의 찬사는 스캔들을 잠재웠다. (속사정에 별로 관심이 없을) 베를린에서는 김민희에게 여우주연 상을 주었고, 암묵적 불매 운동을 펼치던 대중들은 과연 얼마나 ‘대단한지 두고 보자’라는 심보로 오래전 티켓을 끊었을 것이다.

나도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의 영화는 나긋나긋 능글맞다. 함부르크에서 한국 남자의 접근조차 즉석에서 배경이 대사 가 되고, 대사가 인물이 되는 기법으로 연출된다. 홍상수 영화가 주는 특유의 엉성하면서 섬세한 감성이 극대화된다. 실제 그 자체인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대어 실재하는 장소로 만들어 낸, 그 자 체로 영화가 되는 찰나들을 담아낸 홍상수의 영상은 뻔히 그 공식을 알면서도 매번 희롱당하게 되는 얄궂은 맛이 있다. 인물들 간의 긴장감이 대화로 터질 때마다 객석에서는 몸을 비틀며 실소 가 터진다.

‘앗 저기서 확 들이댔어야지.. 저 찌질이 같은 남자’


낡은 강릉의 한 극장에서 영희는 천우(권해효)를 만난다. 과거 연극영화과 선후배로 같은 클래스에서 계속 노닐 것만 같았던 사람들. 누군가는 연예인급 여배우가 되었고, 나머지들은 옛 감성을 붙잡고 근근이 봉봉 방앗간에 얽혀 살아가고 있다. “너 왜 나 모른척해?”라고 내뱉는 훈계인지 조 롱인지 열폭인지 모를 공격적인 등장은 전형적인 홍상수식 인물들 간의 매개 방식으로 영희는 ‘자연스럽게’ 술자리 모임에 동석하게 된다.



영희를 향한 질투와 동경, 동정과 연대, 발칙한 청춘의 정점을 찍고 타락한 천사, 해맑은 듯 불안한 듯 나른한 ‘여배우’ 영희(김민희)의 등장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너무나 매력적이다. 여자들 조차 눈길이 자꾸 간다. 보는 사람마다 같이 살자고, 같이 지내자고, 너무 좋다, 예쁘다 칭찬을 남발하고 자꾸 바라본다. 영희는 팜므파탈도 아니고 비련의 주인공도 아니다.

“지들은 그렇게 잔인한 짓 해대며 불륜이라고 난리다.”-그 난리통에서 벗어나 부스스한 가녀린 모습으로 매력이 한층 더 굳건해진 여배우.

홍상수 영화의 남자들은 지질하다. 직설적으로 들이대고 싶지만 이내 좌절되고 여자들이 내지르는 강한 한방 펀치에 바로 꼬리 내리는 1차원적인 남성상. 남자들은 호감이라는 평면적인 감정을 드러내 보인다면 홍상수 여성 캐릭터들의 영희를 향한 마음은 상당히 복합적이다.


영화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보여주려 한다. 1 부에서 등장한 언니는 자신이 종결한 사랑의 결과로써의 고독을 동경하지만, 문득 자신이 택한 사랑의 종결과 젊고 무모한 영희 고독은 본질적으로 다르고,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 다해’라는 말에 초라해지는 자신을, 욕구가 소멸하고 있는 자신과 마주한다. 순순히 영희 아름다움에 승복하며 맞담배를 핌으로써 포용을 허락한다.


도희에게 사랑은 집착이며 자존심이다. 잘 알 수는 없지만 서울을 떠나 근근이 카페를 운영하지만 썩 만족스럽지 못한 삶, 애착하는 유일한 대상을 봉봉 방앗간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 가둬두려고 집착할수록 자신에 대한 분노가 영희에게 투사된다. 질투와 자격지심으로 도희는 영희와 연대하지 못하고 불안감은 명수를 옥죈다. 애꿎은 커피콩만 후두 두두 던져질 뿐…


영희라는 캐릭터를 평단에서는 리드미컬하다고 한다. 영희가 다른 인물들과 대화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는 페미니즘의 징후들이 발견되는데 영희는 호의를 보이는 남자들에 의존하면서 상처를 회복하려 하지 않는다. 나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유연해지려 한다. 의미부여를 하지도, 사랑을 욕망이 아닌 애정의 범위에서만 담으며 술주정과 고통의 표출은 오직 자신에게 향해있다. 헤어진 유부남과의 연애를 미화하지도 않고 보고 싶다 당당히 외친다. 보고 싶은데 참으려 하니까 나를 위로해 달라고 타인에게 응석 부리지도 않는다. 재회하였을 때 미련의 여지를 두지 않고 주체적으로 마음껏 아파하고 공격한다. 너희들이 감히 마음대로 해석하지 말라고...


“사랑을 못하니까 다들 삶에 집착하는 거잖아요. 그거라도 얻으려고. 다 사랑할 자격 없어요 "

"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입 좀 조용히 하세요 ”


열린 결말로 끝나는 영화를 보고 대중들은 홍상수의 마음이 보였을까, 왜 저런 맘으로 살게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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