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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나 Nov 28. 2023

팔자를 바꿔볼 거예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슬초브런치프로젝트"


집에 있는 게 좋은 i에게도 외출이 즐거운 건 마찬가지다.. 그게 가족들과 함께든, 혼자이든 말이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것이고, 주변 상황까지 도와준다면(아이들이 아빠와 잘 지낸다거나, 날씨가 좋거나, 타야 할 버스가 금방 온다던지 등) 그 즐거움은 몇 배가 될 것이다. 나의 지난 주말 외출은 미세먼지가 최악을 알려와도 콧구멍을 벌렁거릴 만큼 설렜다. 이런 기분인데 날씨와 미세먼지까지 도와주었다면 그 기분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모처럼 서울나들이에 경기도민은 한강만 건너도 신이 난다.


슬초브런치프로젝트2기를 티끌 같은 걱정 하나 없이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막연히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고 싶어서, 무어라도 쓰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내가 잘 쓸 수 있을까, 그리고 오프라인 모임에 낯은 가리지 않고 잘 참석할 수 있을까… 수없이 많이 걱정을 했었다. 물론 새로운 환경을 즐기는 외향인들에겐 그까짓 쯤일 테지만 낯선 이들과 편해지려면 한 달은 걸리는 나에게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동기들의 대화 속에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동질감에 용기는 조금씩 싹을 틔어 나갔다.


그날이 오고 말았다. 단톡방은 점점 더 소란스럽다. 드레스코드를 뭘로 맞출까. 이리저리 파란색을 찾던 나도 결국 로켓을 타고 온 파란 머플러를 둘둘 감았다. 걱정은 시간이 해결해 주었고 모든 것은 기우였다. 파란색을 하나씩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동질감을 느꼈고 함께 글을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 동기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겨울왕국 엘사 아니면 접하기 힘들었을 파란색을 원 없이 두르고 있었고 원 없이 만났던 날이었다. 파란색이 이렇게 믿음직한 색이었던가.

팔자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설명 중이신 이은경선생님

거기에 우리의 욕망을 불지 펴준 이은경 선생님은 머리를 곱게 감으신 건지 공주처럼 나타나셨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팔자를 고칠 방법을 친절하고도 쉽게 알려주셨다. 이대로라면 정말 5년 후 나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이것이 종교인가. 이런 가스라이팅이라면 얼마든지 당해도 좋을 것 같았다. 글쓰기라는 칼을 뽑아서 이제 막 무라도 썰기 시작했는데 나중엔 김장의 달인이라는 장인의 이름을 새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를 잘 길러보고자 시작했던 이은경 선생님의 영상이었다. 보고, 읽고 했던 교육에 관한 모든 정보들은 정작 자유영혼을 가진 딸아이 덕에 아직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누가 성장하면 어떠리. 이제는 이은경선생님과 함께 내가 먼저 성장해야겠다. 욕망의 불씨를 던져 주었으니 이제는 불을 붙이고 활활 타오르게 잘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건 동기들이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도 지속하기 위해서였는데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 발행을 했다며 하나, 둘 씩 링크를 거는 동료들, 그리고 “글 내놔!”라고 요청에 더불어 아예 사업자 등록까지 마치신 반장님, 아니 대표님까지.

슬초와 동기들이 준비해 준 선물. 글만 잘 쓰는 줄 알았더니 금손을 가진 동기들이었음


정말 이제는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그 문을 열었다. 되돌아 나갈 수 없는 문. 앞으로 정말 내 팔자를 부침개 뒤집듯 잘 뒤집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노릇노릇 잘 구워봐야지. 오늘도 쓰고, 내일도 쓰고. 읽고 쓰다 보면 내 인생이 노릇하게 잘 구워져 정말 180도 확 뒤집어질 수 있을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다. 


모임을 다녀와서 남편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평소 내향형이라 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는 남편은 “그 선생님이 가스라이팅을 한 건가. 대단하긴 하다. 모르는 사람들 있는 모임에 네가 나간 걸 보면.” 한마디 덧붙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변한 내 모습에 자신도 이제 제2의 장항준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의 빛을 본 것일까. 파란빛으로 물든 이번 오프라인 모임은 다시 한번 글쓰기를 잘했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다음 오프모임에서의 내 모습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한 해가 갈수록 나이 먹어가는 게 두렵지만, 바뀌어있을 내 모습이 너무 기대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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