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도 갔고, 애도 있지만 발행을 못하면 안 될 것만 같다. 꼭 발행을 해서 시집을 가야 할 것만 같다.
요즘 슬로 브런치 동기들 단톡방의 열기가 뜨겁다. 초반부터 시작된 구독자 급등 소식에 더불어, 이제는 다음 메인에도 동기들의 글이 포진해 있고, 에디터 픽에도 낯이 익은 작가명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반가운 이름들이 보이면 한 번씩 클릭해 보고 라이킷을 누른다. 공감 가는 내용에는 댓글로 한마디를 거든다. 댓글에 또 댓글이 남기면 또다시 들어가 작가님들의 반응도 살핀다. 요즘은 그런 글들이 늘어나 읽을거리가 많아졌다. 글 부자가 되었다.
서로서로 진심으로 축하하고 또 축하를 받으면 톡방에서 음료나 간식을 쏘기도 한다.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게 강제성을 띄는 것도 아니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와서 기쁨을 나누고 서로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쏘고 싶다. 진심으로.
번번이 작가님들이 쏘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는 한 번도 선물을 받아본 적은 없어 받아보고도 싶지만 이제는 쏘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하게 드는 마음이다. (이 글의 초고를 쓰고 이튿날 랜덤 선물을 받게 되는 행운을 누렸다. 반장님, 감사합니다!) 쏘려면 조회수가 급등을 하던지, 에디터의 픽을 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어보고, 나만의 쓰레기 같은 초고를 정성스레 만들어 본다.
띠링띠링
ㅁㅁ님의 새 글
구독한 작가님의 제목을 클릭해 본다. 전라도의 녹진한 양념을 얹은 양념게장 같다. 맵고 달콤한 양념이 진하게 배어있다. 밥 한 그릇이 뚝딱. 글을 읽는 내 시간이 뚝딱. 이렇게도 글을 쓸 수 있다니. 맵고 진한 양념에 한번 쓰읍~하고는 다시 집중한다. 매운데 끊을 수가 없다. 글의 감칠맛이 제대로다.
by pixabay
다음 글을 클릭. 이번엔 달콤한 디저트다. 알콩달콩. 읽으면 읽을수록 배시시 웃음이 난다. 달콤한 순간을 달콤하게 풀어내다니. 자꾸 읽다 보니 너무 달아서 이가 썩을 것 같은데 또 끊을 수가 없다. 진한 아메리카노가 생각이 나지만 이 달달함을 중간에 끊을 수는 없지. 신혼일기도 재미있고, 연애담도 재미있다. 그렇다면 내 연애담도 꺼내볼까 싶지만 마른 수건을 짜듯 쥐어짜도 마카롱 같은 연애담은 없다. 갑자기 입이 쓰다.
씁쓸함을 뒤로하고 다음 글. 내 이야기도 아닌데 읽다 보니 울컥하다. mbti에서 T라고 했는데…F에 걸쳐 있는 소문자 T였나. 읽다가 눈물이 맺히긴 또 처음이다. 소주가 생각나는 글이다. 인생의 씁쓸함과 그 뒤의 단맛까지 느끼게 하다니. 씁쓸한 소주를 한 잔 들이켜고 싶은 글이지만 글솜씨만큼은 씁쓸하지 않았다. 아씨.. 부럽네.
이것저것 읽다가 내가 쓴 글을 다시 보니 이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두부구이 그 어디쯤. 그나마 들기름을 잔뜩 부어 구워서 고소하면 다행인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겁이 나서였을까. 주춤하다 양념을 많이 붓지 않아 싱겁다. 다 완성하고 보니 젓가락이 쉬이 갈 것 같지도 않다. 내가 원한 건 기름이 좔좔 흐르는 윤기 나고 고소한 두부구이였는데 내 글은 그냥 밍밍한, 불에만 스친 것 같은 두부구이가 되었다.
by pixabay
인기 있는 두부구이가 되고 싶다. 들기름도 촥촥 뿌리고, 달콤 짭짤한 간장양념도 팍팍 얹어 누구든지 젓가락이 가고 싶게 만드는 그런 두부구이 같은 글을 쓰고 싶다. 한 상의 메인 반찬은 아니더라도 없으면 허전한, 한 그릇 뚝딱하면 속이 든든하고 편안해지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아직 발행한 글이 10편도 채 되지 않은 상태로 이런 마음을 갖는 게 욕심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글을 쓰는 인간이기에 욕심도, 욕망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쓰고, 또 쓰다 보면 언젠간 고소한 두부구이 같은 글도 쓰고, 소주가 생각나는 울컥한 글도 써서 다른 이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하고, 양념게장 같은 글도 써지겠지. 일단 쓰자. 쓰고 보자. 언젠간 두부구이 그 이상을 넘어 임금님 수라상 같은 글을 쓰게 될 지어니!
글을 쓰다 보니 허기가 진다. 아직 고소한 글은 못쓰지만 내일은 두부라도 고소하게 구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