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학급회장이 뭐라고
3월이다..
해가 길어지고, 날이 조금씩 따뜻해지고, 옷이 얇아진다. 새싹이 움트기 시작하고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이다... 는 다 집어치우고 일단
드디어 개학이다.
길고 긴 겨울방학. 동면이 필요한 곰도 아니건만, 100일 같은 2달을 곰과 같은 마음으로 동굴이 아닌 집에서 아이들과 버티며 또 버텼다. 인내가 바닥날 즈음, 드디어 개학을 했다. 인간이 되기 위해 버텼던 웅녀가 이렇게 인내심이 강했었나 싶다. 100일이라니... 60일도 힘든데 100일이라니. 100일을 버티라고 했으면 아마 난 벌써 동굴을 탈출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쯤 되면 내 조상은 웅녀가 아니라 벌써 탈출해 버린 호랑이 일지도 모르겠다.
역시 개학이 되니 동네가 활기차졌다. 아이들의 등교 소리에 활기를 띠고, 카페마다 곰처럼 집에서 웅크리던 엄마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침잠을 깨기 위해 늘 들렀던 동네 카페가 이렇게 활기찬 곳이었던가.
새 학기가 되면 나와 다른 우리 딸은 이번 학기 목표도 역시 빨리 모든 친구 사귀기이다. 꼭 빠를 필요가 없다고 누차 이야기해도 의미 없다. 어차피 엄마 얘기는 다 한쪽 귀로 듣고, 다른 쪽 귀로 흘리는 것 아니었던가.
그리고 또 다른 하나. 학급임원선거.
1학기, 2학기 두 번. 된다는 믿음으로 이번에도 열심히 준비했다. 역시 경력자인가. 한해, 한해, 임원 선거를 준비하는 퀄리티가 남다르다. 친구들도 많고, 준비도 열심히 했으니 이번에는 기대해 볼 만한가.
임원선거날.
아직 개학을 하지 않은 둘째와 집에서 씨름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가있다. 분명 아이에게는 이번에 떨어지면 2학기가 있고, 2학기에 떨어지면 내년이 있다고 말은 했지만 마음은 콩밭이다. 어떤 엄마가 아이의 선거 결과에 쿨해질 수 있을까. 이런 날일수록 아이의 하교 시간은 참으로 더디다.
드디어
지이잉
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에도 낙선이다. 2학년 때부터였으니 7번째다. 7번 중 2번은 그래도 부회장을 역임했다. 지금껏 아이의 확률은 28.xxxxx%. 그나마 올림으로 30퍼센트 정도.
‘엄마 나 떨어졌어.’라는 아이의 말에 ‘어떻게 위로하지?’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아이는
‘내가 2등이었어. 그러니까 2학기에는 내가 되겠지?’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니. 긍정적인 건지 자신감인 건지 애매하지만 좋게 생각하는 아이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떨어진 것만 생각하고 속상해할 줄 알았던 아이는 오히려 당선된 친구 외에 다른 후보자들은 1표씩 받았는데 본인은 5표를 받았다고 2학기에는 본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너는 다 생각이 있구나!
무수한 낙선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새 학기가 시작되면 늘 당연하듯 끊임없이 임원선거에 나갔다. 당선된 친구들의 공약을 보며 본인의 공약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개선해 왔다. 비록 학급 임원이라는 타이틀은 얻지 못했지만 다른 것들을 얻었겠지. 낙선 또한 아이에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중꺽그마’.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그 마음 아닐까. 반장이면 어떻고, 아닌 들 어떠하리, 어차피 미워할 수 없는 내가 사랑하는 나의 똥강아지인걸.
엄마는 사랑하는 우리 똥강아지의 앞으로 펼쳐질 너의 새 학기를 응원할게.
그래도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다음 학기에는 꼭 당선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