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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Here Live Here Feb 12. 2016

작은 거실, 크게 만들어주는 가구 솔루션

원 소스 멀티 유즈 (One Source Multi Use) 가구의 활약

최근 분양하고 있는 아파트와 주거용 오피스텔의 면면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수요를 반영하여 분양 면적은 중소형에 집중되고 반면 내부 구성은 알파룸, 팬트리, 드레스룸 등으로 더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설계는 거실 면적을 야금야금 잡아먹는다. 여기에 거실 베란다도 없다 보니 거실의 심리적인 크기가 작아진다.


앞으로 입주를 시작하게 되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물리적&심리적으로 작은 크기의 거실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좁고 답답하다는 느낌에 비례하여 크고 쾌적한 거실을 갈망하는 욕구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원하는 크기의 거실을 갖춘 대형 평형으로 이사 가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렇다면 거실의 물리적인 크기는 여전히 작지만 심리적인 크기를 키우는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글에서는 내가 사용하는 작은 거실의 심리적 크기를 키우는 다양한 솔루션들 가운데 공사 없이 적은 비용으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해보겠다. 




공간이 좁고 답답하다고 느껴지는 주요 원인은 여백과 채움 사이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은 데 있다. 여기서 여백은 단순히 텅 빈 것이 아니라 '막힘없는 동선의 흐름'을 일으켜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자유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구의 전략적인 선택과 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해당 공간에 어떤 가구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믿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자세가 요구된다.


우리집은 전용 85제곱미터 아파트로 첫 설계에서부터 거실이 작게 빠진 구조였다. 여기에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통해 주방과 다이닝룸 공간을 확대하면서 거실 면적이 더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온 손님들은 모두들 (평형 대비) 거실이 넓게 느껴진다고 평가한다. 


이는 실제 사이즈 대비 심리적으로 거실이 넓고 쾌적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여러 장치들을 효과적으로 설치해두었기 때문이다. 이  장치 중 하나가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멀티 유즈(Multi-use) 가구'를 활용한 솔루션이다. 







와 같이 폭이 넓고 평평한 팔걸이와 등받이를 갖춘 소파는 '소파'와 '커피 테이블'(한국에서는 '탁자'라고 부르는 가구)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런 디자인의 소파를 거실에 두면 TV 리모컨, 책, 찻잔 등을 올려놓을  수납공간이 확보되므로 커피 테이블의 필요성이 사라진다. 또한 사용자의 동선이 짧아져 편의성이 더해진다. 커피 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을 집기 위해서는 사람이 몸 전체를 앞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팔걸이나 등받이에 올려져 있는 물건은 팔과 손만 움직이면 되기 때문이다. 


한편, 커피 테이블을 두지 않는 것은 두 가지 장점을 갖는다. 


우선 소파에 들고날 때와 소파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앞에 가로 막히는 것이 없으므로 동선이 자유롭고 편해진다. 다음으로 쓸모없는 잡동사니들(메모, 우편물, 영수증, 제품 매뉴얼 북, 비상약 등)을 쌓아둘 수 있는 곳이 없어지므로 깨끗한 거실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 커피 테이블 상판과 서랍에 잡동사니들을 쌓아두고 잊어버린 채 살다 이사 갈 때가 돼서야 발굴한(?) 경험을 해본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 적층 현상과 망각 현상은 커피 테이블에 서랍이 있고 그 서랍의 깊이가 깊을수록 심해진다.



심리적 크기가 실제보다 훨씬 넓게 느껴지는 집 거실



위의 가구 솔루션으로 적절한 여백과 채움의 균형을 달성했다고 해도 후속조치로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어야 실제 크기보다 커진 거실의 심리적 크기를 제대로 누릴 수 있게 된다. 나는 거실에 존재하는 물건을 아래와 같이 세 가지 성격으로 분류해 이에 맞게 자리를 찾아도록 하고 있다. 


(1) 수시로 혹은 바로 사용할 물건, 잠시만 머물다 갈 물건 (TV 리모컨, 요즘 읽고 있는 책, 지금 마시고 있는 찻잔 등): 커피 테이블의 역할을 하는 소파의 팔걸이와 등받이에 두고 사용한다.


(2) 거실에 두면 편하지만 시선에는 노출되지 않으면서 원할 때 넣고 꺼내기 쉬워야 하는 물건 (손톱깎이 세트, 바느질 세트,  가정상비약 등): 소파에서 가까운 곳에 별도의 수납장을 두고 그 안에 보관한다. 수납장 내부는 폭이 좁은 선반으로 구성하고(깊이가 있는 서랍은 물건들을 쌓이게 하고 찾기 어렵게 만든다), 종류별로 물건을 넣어둔 투명 수납함을 놓아두어 그 안의 내용물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둔다. 


(3) 위 (1)과 (2)에 속하지 않는 물건 (메모, 영수증, 우편물 등)

     : 바로 확인하고 처리하고 폐기하거나 있어야 할 장소로 옮긴다. 이들은 그 자체가 보관의 필요성이 없거나 굳이 거실에 보관해둘 필요가 없는 물건들이다. 




예전에 한 책에서 '지혜'를 '관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라고 정의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참 좋은 정의라고 생각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있어서도 거주자와 공간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관습적인 방식에 사로잡혀 '소파는 앉는 기능을 가진 가구', '소파, 커피 테이블은 거실에 으레 있어야 하는 것'으로만 본다면 공간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는 지혜를 가지려고 노력한 덕분에 위 솔루션 외에도 소파를 두지 않되 소파의 기능을 유지하며 공간의 활용도를 더 좋게 하는 것과 같은 다소 파격적이고 재미있는 솔루션들을 찾아내었고 이를 몇몇 프로젝트에 성공적으로 적용해보았다. 이런 시도와 경험들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안목이 화려한 치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거주자와 공간이 지향하는 본질을 파악하는 데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듯하다.  





*제가 사는 집의 전체적인 Before vs. After 평면 설계 변화는 이전 글 < 두 개의 중문, 두 개의 Zone - 나비 날개 구조의 묘를 십분 살리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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