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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Here Live Here Feb 22. 2016

평범한 집의 미학

누군가의 명성에 쉽게 무릎 꿇지 말 것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는 프랑스계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설계한 주거 공간(예: 갤러리아 포레)에 살아본 경험은 없다. 만약 살아본다면 그에 대한 나의 깊은 애정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바라본다는 것'과 '살아간다는 것'은 온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이 만들어놓은 집에 살아본 경험을 가진 지인들이 몇 명 있는데  그곳에서의 주거 경험에 대해 좋았던 점보다는 단점을 더 많이 이야기했다. (방문해서 보면 독특하고 아름답기는 했다.)


주목을 받기 위해 범상치 않은 설계를 하고 특이한 자재를 써야 하는 건축가들로서는 일상의 평범함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어쩌면  머릿속으로는 알면서도 차마 행동으로는 옮길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너무 바쁜 나머지 주거 경험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자신만의 이상향에 갇혀 설계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야마모토 리켄이 설계한 판교 월든힐스 2단지 (images by riken-yamamoto)

세계적인 건축가 야마모토 리은 평소 '건축은 고립의 시설', '마음을 연결하는  집'과 같은 신념을 내세우며 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타운하우스 판교 월든힐스 2단지를 설계하며 이러한 자신의 신념에 맞게 이웃집과 경계를 이루는 1층 외벽과 담장을 로 설계했다. 그가 주장한 고립된 건축이 아닌 '이웃과의 연결'이 이루어지는 건축을 위해서.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이런 개방적인 디자인이 우리의 정서와 안 맞는다고  이야기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어느 나라의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


사람은 누군가와 소통 이전에 자신의 사생활을 보장받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 이 공간이 바로 '집'인데, 서로가 서로의 집 안을 훤히 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니 블라인드나 커튼을 치고 산다 해도 거주자의  마음 속에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깃들 수 밖에 없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낙수장 (images by galisky)

르 꼬르뷔제(Le Corbusier), 미스 반 데 로에(Mies van der Rohe)와 더불어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이라 불리는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설계한 '계곡물 위에 지어진 집- 낙수장(Falling water)'은 1936년 준공된 직후부터 건축계의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설계를 의뢰한 집주인 카우프만 부부는 이 집에서 오래 거주하지 못했다. 물소리로 인해 지속적인 두통 증세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현재 낙수장은 거주 공간이 아닌 관광지로 주정부가 사용 중이다.)


나의 관점으로는 이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자신만의 이상향에 매몰되어 실제의 평범한 삶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네가 사는 집들 대부분 유명 건축가가 지은 집들이 아니다.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하지도, 구하기 힘든 자재를 활용하지도 않는 그런 집들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99%의 사람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햇볕이 적당하게 들고 바람이 잘 통하고, 창문의 수와 크기도 적절해 사생활도 보호된다. 기본 내부 마감재들도 평범해 매일매일 사용하고 유지 관리하기에 부담이 없다.




누군가가 유명하다는 이유로 그 명성에 쉽게 무릎 꿇지 말자.


자신이 느끼기에  일상생활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집이 좋은 집이지, 명성 높은 누군가가 만들었다고 해서 좋은 집의 정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집은 누가 설계하였든 간에 '사람'을 중심에 둔 공간이어야 한다. 거주 공간으로 지어졌다면 '집'으로서의 본연적 역할이 누군가의 작품이라는 허울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남의 이상향이 만들어낸 집에서 살며 불편을 느끼기보다는 극히 평범한 집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대부분의 우리에게는 더 큰 축복일 수 있다.


오늘, 너무나 평범해 보였던 우집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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