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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Here Live Here Dec 24. 2015

어떤 라인의 가구에 끌리는가?

가구 형태로 들여다본 심리의 비밀

스타일링까지 포함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사람들의 가구 취향이 다양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한 번은 어떤 분이 마음에 들어 점찍어두었다고 보여준 소파의 사진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린 적이 있다.


무게감이 없는 날렵한 이미지(직선적)의 공간을 연출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뚱뚱하고 무거워 보이는(곡선적) 디자인의 소파가 예뻐 보이지 않았는데 그분의 눈에는 예뻐 보인다고 한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단순히 디자인의 선호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까’하는 궁금증을 품고 살던 중 답을 제시할 수 있는 흥미로운 연구 논문 몇 편을 발견했다.


어떤 공간에 두 가지 상반된 라인과 실루엣을 가진 디자인의 소파가 놓여 있다고 상상해보자. 하나는 직선 라인에 날렵한 몸매를 가진 디자인이고, 또 하나는 곡선 라인에 통통한 몸매를 가진 디자인이다. 이 둘 중 어느 것이 먼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까?


연구 논문 <가구 형태가 실내 환경에 대한 우리의 정서적 반응에 미치는 영향 (Furniture Forms and Their Influence on Our Emotional Responses Toward Interior Environments)>(Sibel S. Dazkir & Marilyn A. Read, Oregon State University/2011년)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곡선 라인에 통통한 몸매의 소파)에 먼저 시선을 뺏기며 이것이 더 안락할 것이라는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이보다 앞선 연구 논문 <사람들은 곡선 형태의 물체를 선호하는가? 각진 모서리, 전문 지식, 심미적 선호도 (Do People Pefer Curved Objects? Angularity, Expertise, and Aesthetic Preference)> (Silvia, P. J., & Barona, C. M./2009년)에서도 사람들이 곡선 형태의 물체를 직선 형태보다 선호한다는 결과를 내놓는다.


그러면 곡선 라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을 일반적인 범주로 두고, 직선 라인의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은 별종으로 두면 명쾌한 결론이 지어지는 것일까?


안타깝게 명료하기에는 틈새가 크다. 위와 같은 결론으로는 세계적인 명성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직선 라인의 날렵한 디자인의 가구들에 대해 설명할 수가 없다. Cassina, Molteni&C 브랜드의 가구들은 대부분 직선 라인에 날렵한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로부터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명작들이다.


한층 더  깊은 내면 속에 숨어있는 심리, 거기에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있다.   


연구 논문 <각진 형태와 둥근 형태 간 심미적 선호도에 대해 자아 해석이 끼치는 영향 (The impact of self-construal on aesthetic preference for angular versus rounded shapes)>(Zhang Y1, Feick L, Price LJ./2006년)은 스스로의 독립성에 대한 인식 차이가 가구 형태에 대한 선호도를 좌우한다고 밝힌다. 자신을 독립적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직선 라인의 디자인을, 상호의존적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곡선 라인의 디자인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편이라고 한다.


책 <장소의 이점. 실내 건축을 위한 응용 심리학 (Place Advantage. Applied Psychology for Interior Architecture)>(2009년)에서는 1978년에 발표된 연구 논문(Juhasz, Paxson)을 언급하며 ‘삶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이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이 논문에 의하면 정해진 운명이 존재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곡선 라인을 선호하는 반면, 삶은 스스로 창조해나가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직선 라인을 선호하는 편이다.


상호의존적 의식, 운명을 믿는 경향은 아시아권에서 강하다. 그리고 독립적 의식, 운명이 아닌 자신이 삶을 창조해나간다고 믿는 경향은 서구권에서 강하다. 타인을 돕는 자원봉사 정신이 깊숙이 뿌리내린 미국은 서구권이지만 상호의존적인 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은 특수 문화권이다.


위의 심리를 적용해보면 아시아와 미국에서는 곡선 라인에 통통한 몸매를 가진 가구들이  선호되어야 하며 하며, 유럽에서는 직선 라인에 날렵한 몸매를 가진  가구들이  선호되어야 한다.


곡선 형태의 장식을 가진 중국의 고가구와 심플한 직선 라인이 돋보이는 유럽의 근대 가구.  상당한 높이와 부피감을 가진 미국 스타일의 침대와 납작하고 가벼운 디자인의 유럽 스타일 침대, 파묻힐 듯 통통한 미국의 리클라이너와 몸을 대면 딱딱함이 느껴질 것 같은 유럽의 리클라이너. 놀랍게도 큰 그림에서 보면 각 문화권의 특성과 사람들이 선호하는 가구 형태 사이에 연관성이 매우 높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자, 그럼 이제 당신이 선호하는 가구의 형태를 살펴보자. 어떤 라인과 실루엣의 가구를 선호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내면에는 어떤 심리가 내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가?


이 글의 초반에 등장한 소파 소비자인 A와 나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들여다본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느낀 A는 상호의존적인 성향이 강한 분이었다. 사람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정 많은 분. 그리고 나는 ‘신이 세상을 창조했지만 네덜란드는 인간이 만들었다.’고  하는 네덜란드에서 살며 독립적 의식, 삶을 개척하는 태도가 내면 깊숙이 스며든 사람이었다. 우리가 가진 가구 디자인에 대한 선호도 차이가 이러한 내면의 심리와 태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을  듯하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쁜 것은 아니며, 그저 다를 뿐이다.)


A가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였는지 궁금한가?


A는 본인이 끌린다고 했던 통통한 부피감에 곡선 라인을 갖춘 소파를 구입했다. 나는 집이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심미적 만족을 느끼는 결과물이기 이전에, 거주자가 살아가는 장소이므로 거주자의 취향이 우선시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직선 라인의 가구들(image via pinterest)




곡선 라인의 가구들 (image via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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