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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Here Live Here Sep 11. 2017

Know-How 의 중요성

파트너와 협력하는 방법

원재료 vs. 레시피,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다년간의 요리 경험에서 깨달은 세 가지 요리 원칙. 첫째, 원재료가 좋지 않으면 제아무리 황금 레시피를 사용한다고 해도 요리가 맛없게 된다. 둘째, 원재료가 좋아도 레시피가 엉망이면 요리가 맛없게 된다. 셋째, 재료와 레시피 둘 다 좋아야 요리가 맛있게 된다.


이전 글 ‘Know-Who의 중요성: 좋은 파트너 찾기’에서는 좋은 원재료(파트너)를 찾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글에서는 좋은 원재료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좋은 레시피(파트너와 협력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협력의 첫걸음


누군가와 진정으로 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파트너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상대가 나와 다른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내 경험에 의하면 한국의 현장소장들은 일을 하는 태도가 일반 비즈니스 파트너와는 많이 다르다. 때때로 노력을 기울여도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마치 외계에서 온 생명체와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나는 도제 시스템(Apprenticeship System)의 부재가 주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네덜란드와 같은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시공쪽 전문가들이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스승으로부터 일에 필요한 '인격적 훈련'과 '기술적 훈련'을 장시간에 걸쳐 받는다. 타인의 도움을 바탕으로 단계별 더 큰 성장의 문을 통과해 본 이들은 타인이 주는 도움의 가치를 인식하고 타인과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익힌다. 또한 이들은 더 나은 기술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기꺼이 배우려는 자세를 갖게 되고, 자신이 알게 된 새로운 노하우를 다른 기술자들에게 공유하는 데에도 열려있는 자세를 갖게 된다. 이와 같이 도제 시스템은 스스로와 사회를 위한 선순환을 일으키는 바탕이 된다.


네덜란드 친구의 집 공사를 맡은 현장소장과 그의 동료. 상대적인 속도는 느리지만 기술&서비스면에서 확실하게 일한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체계적인 시공 전문가 훈련 시스템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기본적인 기술을 알려주는 곳은 있지만 고차원적인 기술과 서비스는 현장에서 혼자 곁눈질하는 식으로 배워나간다. 궁금한 것, 조언을 구하고 싶은 것이 생겨도 타인의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 독학으로 익혔으므로 ‘내가 어떻게 고생해서 익힌 건데’라는 생각으로 타인과의 공유를 꺼린다. 곁눈질한 시간이 어느 정도 쌓인 뒤에는 필터링되지 않은 자기만의 기준을 정립하고 이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생겨난 고집은 타인의 말에 귀를 좀처럼 기울이지 않도록 하고 더 큰 단계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뺏어가기도 한다. 스스로와 사회를 위한 선순환이 이 일어나지 않는다.


"인내와 고집의 차이는 이것이다. 하나는 강력하게 무엇을 하겠다는 의지로부터 온다는 것, 다른 하나는 강력하게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로부터 온다는 것이다."

- 미국의 목사이자 노예폐지 운동가였던 헨리 워드 비처(Henry Ward Beecher)  


혹여 인상이 유순해 보인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현장소장 일을 하는 사람의 내면에는 자수성가한 사람이 갖는 특유의 독불장군식 고집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저 시스템의 미비로 그런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이 부분을 인정하고 이해할 때 그와 일을 제대로 함께 할 수 있는 출발선에 서게 된다.



구체적인 협력의 노하우


인테리어 디자인 공사를 하기 위해 현장소장과 협업하는 기간은 길어야 몇 개월이다. 이 기간 안에 상대를 바꿀 수 있을까? 그것도 강한 고집을 가진 사람을?


언제나 그렇듯 상대가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내가 바뀌는 것이 현명하다.  협력의 노하우가 ‘나’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관계의 주도권을 내가 쥐고 있다는 의미이기에 좋은 점이 많다.    


참고로 아래의 협력 노하우는 의뢰인이 현장소장을 직접 섭외하여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방식을 전제로 한다.



1. 의뢰인 스스로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라는 주인의식을 갖는다.


시공의 전 과정에 대해 현장소장이 책임을 진다. 그러나 현장소장에 대한 관리를 포함해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는 '의뢰인 자신'인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장소장은 시공이라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갖지만, 그보다 더 큰 그림-전체적인 디자인, 특수한 자재 혹은 트렌디한 자재의 조달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서는 어두울 수 있다. 프로젝트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의뢰인이므로 의뢰인이 일의 전체 중심을 잡아가야 한다.


또한 의뢰인은 총책임자로서 어떤 문제가 발생해을 때 현장소장을 탓하기 전에 자신이 그에게 미비하게 설명한 것이 있었는지를 돌아보고, 이웃의 민원에 대해서도 직접 대처함으로써 현장소장이 시공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좋다. 제한된 기간 안에 일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상대 탓을 하며 아까운 시간을 소모하기보다 의뢰인 스스로 능동적인 일의 주인으로서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정한 주인의식은 일정 부분 '아는 힘'으로부터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현장소장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는 없다고 해도 의뢰인이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해 크고 작은 정보들을 미리 찾아 공부해 놓는다면 현장소장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기가 수월해진다. 비슷한 예를 들면, 성공한 식당은 대부분 오너셰프 레스토랑이라는 공통을 갖는다. 식당 주인이 셰프를 따로 두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성공한 식당은 주인이 셰프 못지않게 요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셰프에게 요리를 전적으로 의지할 경우, 식당 운영의 주도권을 주인이 아닌 셰프가 좌지우지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식당만 이런 것이 아니다. 모든 일은 일을 시키는 사람이 일에 대해 알고 있어야만 관계의 주도권을 갖고 목표를 향해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2. 파트너를 믿되, 시공 품질에 대해서는 늘 의심하라. 


능력 있는 파트너와 인연을 맺는 것은 좋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기 위한 시작이다. 그러나 능력이 있다고 해서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한 채 제멋대로 하도록 방임해두어서는 안 된다. 현장소장들은 자기만의 기준에 익숙해진 나머지 ‘이만하면 괜찮아’하며 주관적으로 만족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 위험한 경우는 기대가 너무 높아서 거기에 부응하지 못할 때가 아니라 너무 낮은 기대에 부응해버릴 때다.” - 미켈란젤로

                                                                                                                                               

뢰인은 자신의 파트너를 믿되 시공 품질면에서는 끝없이 의심을 하여 그가 더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한다. 이것은 파트너의 성장을 돕는 길이기도 하다. 의뢰인은 시공 과정을 늘 관심 있게 살펴보고, 예상과 다르게 진행되거나 완성된 부분이 있으면 그 즉시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의뢰인이 시공 품질에 대해 다소 의심이 들거나 현장소장이 만족한 것 이상의 품질을 원한다면, 현장소장이 힘들다고 투덜거리더라도 이에 대한 시정 요구를 즉시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쌍방 모두에게 좋다. 아는 것이 없어 요구하는 것이 망설여진다고?  이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라는 자격만으로도 의뢰인은 요구할 자격이 충분하다. 그리고 시공 품질은 의뢰인이 마음을 쓰면 쓸수록 훌륭하게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한편, 이러한 시정 과정을 통해 시공 품질이 좋게 나온 것을 확인했다면 현장소장의 인건비를 협상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간혹 파트너의 수고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고, 일이 끝난 뒤 자금을 한 푼이라도 줄이려는 욕심에 현장소장의 인건비를 깎으려는 협상을 하는 의뢰인들이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젝트도 하나의 비즈니스다. 자신에게 양질의 도움을 준 파트너와의 거래 관계를 분명히 할 때,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복이 들어오는 것이 세상의 순리임을 명심하자.


3. 사전예방이 최고의 해결책이다.


자기가 가진 기준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은 타인의 말을 좀처럼 귀담아듣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의 현장소장들은 의뢰인이 요청하는 바를 꼼꼼히 메모하지 않는다(도제식 교육을 받았다면 이렇게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의뢰인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한 번’ 이야기했다고 해서 그것이 (여느 다른 비즈니스 파트너가 기억해주듯) 현장소장의 기억 속에 단단히 박혀있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요구하는 바를 시공 전과 시공 중에 구두로, 글로, 그림으로 계속 반복해서 현장소장에게 들이미는 것이 필요하다. 디자인의 상세 부분에 대해 미리 설명을 하고, 의뢰인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에 대해 반복 강조를 하고, 그가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등 의뢰인이 먼저 적극적인 태도로 사전에 현장소장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공사현장에 글과 그림으로 적은 메시지를 붙여둘 수도 있고, 매일 현장소장을 붙잡고 다음날 진행되어야 할 것들에게 대해 미리 반복 설명할 수도 있다.


구두로 전달했지만 현장소장이 잊지 않도록 벽지에 메모를 큼직한 글씨로 해두어 메시지를 반복 전달한다.


약간 과장하자면 영화 <미저리(Misery)>의 여주인공 애니 윌킨스가 자신이 원하는 결말로 소설을 다시 쓰라고 소설가인 폴 쉘던을 끊임없이 압박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끈기(?)를 발휘하는 것이 좋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이러하니 이렇게 해달라고 시공에 들어가기 전에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현장소장이 나의 인성이 이상하다고 의심할 것 같다고?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와 뒤늦게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것보다는 길어야 몇 개월에 불과한 ‘미저리’가 되고 일이 끝나는 시점에 같이 웃을 수 있는 것이 백번 낫다.


한편, 현장소장과 이야기할 때는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기반으로 하되 핵심적인 내용을 단순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정말 원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가 아니라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한번 하면 수정하기가 쉽지 않은 일, 육체적 에너지를 사용하는 일, 사건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있는 일에서는 군더더기가 붙어있는 대화가 매우 비효율적인 의사소통 방식이다.



최고의 협력 노하우


심리학자 숀 어쿼(Shawn Achor)에 따르면, 외부적 세계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해도 장기적인 행복에 대해 단지 10%만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 90%는 외부적 세계의 조건으로 예측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두뇌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의해 예측된다는 것이다. 쉽게 풀이하면, 무언가를 이룬 결과로 두뇌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두뇌가 행복한 상태에 있을 때 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인생이란 폭풍우 속에서 살아남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퍼붓는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작 미상                                                                                                                                                 

가장 핵심적인 협력 노하우는 바로 의뢰인의 마음 태도에 있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으로 파트너와의 관계를 형성해나갈 때,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젝트의 성공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추는 것, 몇 가지 협력 노하우를 꿰차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의뢰인이 행복한 마음으로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젝트에 임하는 것이다. 그 마음은 '새로 이사 들어갈 집을 내가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 그런 기회를 가진 것만 해도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생각하는 데서 출발하면 된다. It's so e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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