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파트너 찾기
‘좋은 파트너’란
일을 할 때의 좋은 파트너는 내가 힘들 때 따뜻한 위로를 던져주고 눈물을 같이 흘려주는 사람이 아니다. 나와 같은 주파수를 갖고 있어 사물과 사건을 동일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도 아니다.
일에 있어서의 ‘좋은 파트너’란 자신만의 주체적인 관점을 갖고 있으면서 상대방의 문제를 해결해줄 의지와 능력을 가진 사람, 한 발짝 더 나아가 신뢰와 유대를 바탕으로 서로의 성장을 돕는 것을 지향하는 태도를 갖춘 사람이다.
이러한 차가운 파트너십은 처음 시작할 때도 웃고 헤어질 때도 웃을 수 있는 사이로 남을 수 있도록 한다. 일을 하다 보면 당장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기에 일을 시작하는 지점에서는 차가운 이성으로 파트너십을 맺을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만 일이 완성되는 시점에서 서로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낼 수 있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좋은 현장소장’을 찾는 방법
이전 글에서는 파트너가 갖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그렇다면 ‘좋은 파트너’로서의 요건을 갖춘 현장소장은 과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책을 통해서도 파악하기 어려운 ‘인테리어 디자인 현장소장 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아래의 방법은 여러 차례의 검증을 거친 것이므로 신뢰해도 좋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현장소장은 순수하게 시공을 맡는 역할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전반적인 디자인 구상까지 해달라고 맡기는 것은 결과면에서 위험할 수도 있다.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고 참고하는 정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정직성’이다.
인생사 다 그렇듯, 100%의 요건을 모두 갖춘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완벽한 현장소장’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 능력도 출중하고, 의뢰인의 요청사항도 빠릿빠릿하게 알아듣고 신속&정확하게 반영하며, 의뢰인의 비위도 부드럽게 맞추는 등 여러 가지 요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현장소장은 없다. 적어도 나는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했다.
100% 다 갖춘 현장소장을 찾으려 너무 애쓰지 말아라. 그러다 오히려 나쁜 사람을 만나게 될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보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바를 투영하여 보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규정하여 보기 때문이다.
“악마는 항상 아주 근사한 모습으로 다가온단다. 추한 모습이면 사람들이 반겨줄 리가 없잖니.” - <빨간머리 앤> 중 마릴라
현장소장은 자재 조달부터 공정별 시공자 네트워크까지 시공의 전과정을 컨트롤하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정당한 이윤을 넘어서는 부당 이윤을 챙기기 위해 자재를 의뢰인에게 말한 것과 다르게 바꾼다거나 시공자 수를 실제보다 부풀린다거나 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의뢰인이 이런 일들을 알아챌 수 있을 만큼의 지식, 안목, 매일 현장을 찾는 부지런함을 갖추고 있다면 모를까, 대부분의 의뢰인은 속아 넘어가기 마련이다.
나의 지인 한 명은 인테리어 디자인 공사를 하며 현장소장에게 주방 수전을 수입제품으로 설치해야 달라고 요청했다. 입주 후 의심 없이 수입제품이겠거니 하고 사용하던 주방 수전이 설치 후 1년이 되기도 전에 크게 고장이 나 어쩔 수 없이 수전 자체를 새것으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교체를 하기 위해 분해한 주방 수전의 (싱크대 상판 밑에 숨어있던 부분의) 마크를 확인하니 수입제품이 아니라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었다. 그녀는 이미 몇 배 이상의 비싼 가격을 치른 터였다.
달변인 사람, 의뢰인이 요구하는 모든 요구에 적극 맞추어주겠다고 하는 현장소장을 만났다면 호흡을 차분히 하고 한 발짝 떨어져서 그를 관찰하기 바란다. 당장의 달콤함에 넘어가 일이 쉽게 풀린다고 자아도취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가 나에게 필요 이상의 호의를 제공한다면 그것은 그가 얻어갈 것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화려한 겉모습에 속지 말고, 신뢰를 바탕으로 일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하고 투명한 정직성을 가진 사람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무뚝뚝한 사람, 자기 고집 있는 사람, 언변이 부족한 사람, 자기 자신을 포장하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좋은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크다.
2. 허름한 간판 뒤에 그가 있다.
여기서도 다시 한번, '보이는 것이 것이 다가 아니다.'
현장소장은 근사한 간판을 달고 있는 가게에 있지 않다. ‘OO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간판은 더더욱 달고 있지 않다. 그는 허름한 간판 뒤 보잘것없는 가게에 있다. 간판의 명칭은? ‘OO종합 설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곳을 찾아갔는데, 가게가 비어있거나 문이 닫혀있다면 확률상 그가 현장소장으로서 능력이 꽤 괜찮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일을 잘 하는 만큼 일감이 많이 들어와 현장을 끊임없이 돌아다니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재중이라면 가게문 앞에 붙인 메모나 간판에 적혀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그의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를 문의하고 첫 미팅 약속을 잡으면 된다. 이때 잠재 의뢰인임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는 현장소장들이 있다. 기분 나빠하지 말고 위 1번의 메시지를 떠올리기를 바란다. 당장의 달콤함이 아닌 '정직함'을 최우선의 선택 기준으로 삼으라는 메시지.
3. 집에서 가장 가까운 부유한 동네에서 찾아라.
부유한 의뢰인들은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해 까다로운 요구를 많이 하며, 시공과 마감의 완성도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체크하는 편이다. 부유층들은 일상에서 양질의 디자인을 많이 경험하기에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높은 안목을 갖추고 있다. 한 번 높아진 안목은 다시 낮아지지 않으니만큼 부유한 의뢰인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시공 총책임자로서 이와 같이 터프한(?) 환경에서 단련된 현장소장은 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가장 큰 경쟁력은 시공의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는 현장소장이 시공의 작은 디테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의뢰인들을 계속 상대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현장소장 스스로 자신의 일의 수준에 대한 자부심을 공고히 키워나갔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사람은 일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경쟁력은 그가 선구자(?)적인 경험을 해보았다는 것이다. 부유층은 디자인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자재나 고급 자재, 새로운 시공법을 시도하는 횟수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잦다. 현장소장이 직간접적으로 보고 익힌 것들을 그 다음의 의뢰인은 유용한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할 수 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는 현장소장으로부터 사후관리 서비스를 받기가 좋고, 의뢰인이 현장을 방문해서 일의 진행상황을 체크하고 현장소장 또는 각 공정별 전문가와 커뮤니케이션하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차로 편도 30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면 '가까운 거리'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위의 세 가지는 좋은 현장소장을 찾을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기준이다. 나 역시 이 기준에 맞는 파트너과 함께 인테리어 디자인을 진행했다. 조금 힘이 빠지는 이야기를 하자면,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것'과 '그와 함께 일하는 법'을 아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이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다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