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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Here Live Here Sep 18. 2017

이웃에 대한 배려

순리대로 일하기&미안해하는 마음

내 권리의 한계선


결혼 전 인터넷에서  <사랑하는 내 딸아, 너는 이런 남자와 결혼해라>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 글에 쓰여있는 아빠의 조언 중 하나가 무척 인상 깊어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라’는 조언.


이 편지의 저자인 아빠는 사랑에 빠져있다는 이유로 타인을 무시하고 자신의 애인만을 챙기는 남자는 좋은 배우자감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애인을 사랑한다는 미명 하에 타인에 대해 배려를 하지 않는 남자는 결국 또 다른 미명 하에 딸을 배려하지 못하게 될 사람이라는 것을 아빠는 삶의 경험을 통해 간파한 것이다. 아빠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고려해서 그 사람들에게 편안한 행동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라고 조언한다.


아빠의 이 조언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성숙한 사람을 만나라’는 것이다. 성숙한 사람이란 세상에는 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존재하며, 이들이 나와 똑같이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권리를 누리기를 원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권리를 최대한 누리되 ‘서로의 권리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누리는 사람이다.


반면 상대의 권리를 침범하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 미성숙한 사람들이 있다. 언뜻 보기에 세상을 영악하고 약삭빠르게 사는 사람들이 배려하는 사람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둘 것 같다. 정말 그럴까?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의 저서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제시되어 있다. 그는 사람을 성향에 따라 타인을 배려하고 베푸는 사람(Giver), 타인으로부터 받기만 하는 사람(Taker), 타인으로 받은 만큼만 돌려주는 사람(Matcher)으로 나누어 여러 사례를 분석했다. 그리고 그 결과 성공의 사다리 가장 위에 오르는 사람들은 의외로 대부분 Giver들이라는 것을 밝혀내었다. 그에 따르면 Taker는 단기적으로는 가장 큰 이익을 얻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이  그와의 협력을 꺼리면서 성공의 사다리로부터 점점 멀어진다고 한다. 또한 Taker는 자신이 실수나 실패한 것에 대해 쉽게 수긍하지 않고 자신이 했던 방식을 계속 고집하는 경향이 강해 실패를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성숙한 사람(Giver)이 성공을 거둘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결론이다.



Taker, 부메랑을 던지다.


한국에 사는 우리는 대부분 공동주택 생활을 한다. 그렇기에 어느 한 집이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 이웃주민들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공사 소음을 비롯해 엘리베이터 사용이나 통로 통행에 있어서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때 이웃주민들이 인테리어 공사에 동의를 해주었다고 해서 집주인이나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는 이들이 겪는 불편을 당연시 여겨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람들을 만난다. 평일 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6시 이후,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소음이 발생하는 공사를 하는 사람들. 혹여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 시간대에 소음이 발생하는 공사를 하게 된 것에 대해 이웃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거나 사후라도 정중한 사과의 말 한마디가 없는 사람들.


Taker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눈에는 자신의 이득만이 보인다. 그렇기에 이웃들이 겪는 불편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웃이 정당한 불편을 호소하고 시정 요구를 하면 공감하고 사과하기보다 이로 인해 자신의 얻을 이익이 줄어들게 될까봐 걱정한다. 이런 사람들은 적반하장으로 ‘곧 이웃될 사람끼리 서로 배려해줘야지 이렇게 사는 게 게 아니다(누가 할 소리?)’, ‘신고할 테면 신고해봐라(이미 동의받고 공사 시작했으니 동의를 철회할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이런다)’라는 등의 말을 거침없이 내뱉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인테리어 공사 매너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바가 없고 각각의 아파트 입주민협의회에서 정한 규칙이 있으면 그에 따라 제재가 가해질 뿐이다. 일부 아파트 단지(주로 강남권의 대단지 아파트들)에서는 이런 규칙을 정해놓고 강력한 제재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아파트는 이런 제재를 할 근거를 마련해두고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이웃집이 야기하는 도를 넘는 인테리어 공사 소음이나 기타 불편사항에 대처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 구청이나 관리 사무소에 이야기를 하면 주의하라는 조치를 내리기는 하지만 그 효과는 아주 잠시뿐이다.   


그런데 가만히 관찰해보면 여기에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다. 왜 이들은 상식적인 선을 넘은 시간대에 공사를 하는 것일까? 이웃들과 부딪히는 것은 솔직히 본인들도 피곤할 텐데 말이다.


이는 예외적인 경우 몇몇을 제외하고는 이들이 무리한 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한 달은 소요되는 공사를  집주인이 시간 없고 돈 없다고 2주 만에 그것도 턱도 안 되는 예산으로 공사를 해달라고 요청한다. 순리대로 일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라면 이 제안을 즉시 거절한다. 그러나 일에 대한 철학도 자부심도 없는 업체는 당장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순리를 무시하고 이 일정과 예산을 맞출 수 있다고 하며 수락한다. 이 둘의 컬래버레이션이 빚어내는 과정이 바로 상식적인 선을 넘어가는 ‘나만 잘 되면 돼’식의 공사이다. 그러나 이런 급급한 과정을 거친 컬래버레이션의 결과가 과연 ‘나만 잘 되었다’일까?


Taker들은 자신이 주는 것(돈 포함)은 최소화하지만, 자신이 받는 이득은 준 것을 훨씬 초과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좋은 것을 저렴하게 사겠다는 욕심을 늘 갖고 살아간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대한 모순이 존재한다. 좋은 것을 적정가를 치르며 소비했던 사람들은 그 경험이 쌓여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안목이 생긴다. 그래서 좋은 것이 간혹 저렴한 가격에 나왔을 때 그것을 알아보고 구입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소비를 해온 사람들은 ‘좋은 것’을 느껴볼 기회를 가져보지 못했으므로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다. 그러므로 구입할 대상을 알아볼 수 없으면서 그것을 그 가치에 비해 저렴하게 사겠다는 의도는 성립될 수 없는 명제이다.


마음속 낮은 에너지는 낮은 에너지를 가진 대상을 끌어당긴다. 좋은 것을 저렴하게 사겠다는 욕심은 자존감 낮은 업체들을 끌어당긴다. 그들은 의뢰인이 요구한 무리한 일정과 예산 안에서 공사를 하기 위해 애쓰지만, 머릿속에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아닌 어서 이 일을 마치고 돈을 받을 생각이 가득하다. 이웃 주민에 대한 배려? 가볍게 무시한다. 자존감이 낮은 업체들은 괜찮은 의뢰인으로부터 들어온 괜찮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부 아파트입주민회의에서 가하는 엄격한 내규의 무서움을 모른다.


"자존감이 낮은 인생이란 통장 잔고가 충분치 않은 상인의 신세다. 밑천이 부족하다 보니 당장 물건을 팔아서 돈이 들어와야 내일의 장사를 할 수 있다. 여유있게 기다린다거나 큰 투자를 하고 버틸 힘이 없다. 그러니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손에 쥐는 건 없다." -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서천석                                                                                                     


궁극적으로 이것은 누가 가장 큰 손해를 입는 구조인가?


이웃들은 일정 기간 불편을 겪기는 하지만 물리적&금전적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디자인 수준과 시공 품질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물질적&금전적 피해를 입어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와 얼굴 붉히며 싸우게 되는 것. 덤으로 이사 들어오기 전부터 이웃들로부터 평판을 잃는 것. 말할 것도 없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사람은 집주인 자신이다.


그다음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자는 해당 업체이다. 그들은 당장의 돈은 소소하게 벌지만, 그 수준에만 머물 뿐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커나갈 가능성은 낮다. 하고 싶은 것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만을 찾는 의뢰인들을 만나기 때문에 새로운 것&좋은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고 배우며 시도할 성장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 또한 Taker 성향의 집주인들은 욕심이 지나친만큼 1%의 손실 가능성에도 민감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을 하다 보면 발생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해 과민 반응한다. 합리적인 수준의 너그러움을 발휘하며 문제의 해결을 기다릴 수 있는 건에 대해서도 Taker는 화를 내며 문제의 해결을 기다리지 않고 돈의 지급을 중단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 업체의 무례함을 접한 이웃주민들이 이 업체를 추후 자신이 직접 쓴다거나 주변에 추천해주고 싶지 않을 것이기에 그는 잠재고객들을 잃게 된다.



배려의 선순환


 나와 함께 일한 현장소장님은 공동주택 인테리어 디자인 시, 이웃에 대한 배려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가지고 일한다.


1. 소음이 발생하는 공사는 평일 오후 5~6시 이전까지만 하며,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아예 하지 않는다.

2. 프로젝트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무리한 일정과 무리한 예산을 요구하는 의뢰인은 수락하지 않는다.

3. 적정한 공사 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번에 하나의 공정만이 투입되도록 함으로써 각 공정별 시공자들이 자신의 일에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4. 이웃이 민원을 제기하면 변명이나 핑계를 대지 않고 공손히 죄송하다고 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잠자코 들어준다.


몇 년에 걸쳐 그를 지켜본 결과, 위와 같은 원칙들은 이웃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현장소장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합리적인 성향의 이웃들은 자신이 동의한 공사에 대해 상식적인 선을 넘지 않는 한 대부분 너그럽게 넘어가는 편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항의할 때는 선을 넘은 것이므로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에 어떤 형태로든 태클이 들어올 수 있다. 이 사태가 공사 일정이 지연된다는 식으로까지 번지면 총책임자인 현장소장이 힘들어지게 되기에 그는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위와 같이 행동한 것이다. 아울러 이웃으로부터 민원이 계속 들어오면 시공자들이 일에 집중할 수가 없고, 시공의 품질이 떨어지면 그 책임은 그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인테리어 공사 시 금속을 다루는 작업은 가장 소음이 크게 발생하는 작업 중 하나다.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를 선택할 때 당신의 파트너가 될 사람이 모든 요청에 ‘Yes’하는 사람인지를 봐야한다. 자기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지금 당장은 의뢰인의 요청에 모두 ‘Yes’라고 답할 것이고, 그 결과 순리대로 일하지 않을 것이고 이웃들을 배려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결국에는 의뢰인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불교에 ‘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말이 있다. ‘어느 곳이든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된다’는 의미이다. 주인은 스스로 행하지만 종은 명령을 받는다. 주인은 인정을 요구하지 않지만 종은 인정을 요구한다. 주인은 베풀지만 종은 받는다. 인정을 요구하고 받으려고만 하는 종의 성향은 Taker의 성향과 일치한다.   


당신이 인테리어 디자인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라면, ‘돈을 최대한 어떻게 해야 아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아닌 ‘어차피 쓰는 돈, 조금 더 쓰더라도 확실한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라는 일과 돈, 파트너와 이웃주민과의 관계에서 모두 주인이 되는 수처작주 마인드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웃에 대한 배려를 베푸는 것은 당신이 손해를 입는 것이 아니다. 베푼 당신은 ‘주인’이며, 이러한 태도는 일의 순조로운 흐름을 더욱 배가시킨다.


마지막으로 집주인은 공사 시작 전에는 시간을 내기 어려워 이웃들에게 동의 구하는 것을 직접 못했다고 해도, 입주 후에는 이웃들을 찾아가 인사를 했으면 한다. 공사의 소음과 불편을 감내해준 이웃들은 먼저 손을 내밀어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미안하다, 감사하다는 한마디는 말 하나로 천냥 빚을 갚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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