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K에 관하여

by 밤호랑이

내가 그를 만난 건 순전히 우연이다. 스무 살 좀 지나서 그룹 빅뱅의 헤어디자이너에게 무료로 커트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강남의 모 미용실에서 그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때가 '거짓말'이라는 노래로 빅뱅이 히트 칠 때였는데 그곳에서 마주친 탑과 대성 씨 키가 나보다 작았다는 사실이 참 위안이었던 게 기억난다. 큭큭


그는 내가 커트 비용 55,000원이라는 금액에 휘둥그레하고 있던 꼴이 웃겼는지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몇 마디 나누다가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는 사실에 금방 친해졌다. 아주 인기 있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꽤 임팩트 있는 연기로 조용히 부상하고 있는 다크호스 같은 느낌이었던 그는 나보고 배우 상?이라고 하면서 연예계에 관심이 있으면 친한 에이젼트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정작 나는 사실 그 자리가 너무 이질적이고 무섭기까지 해서 얼른 벗어나고 싶었다. 청담동 방문이 생애 처음이라 낯설기도 했고.

아무튼 이런저런 인연으로 지금 까지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최근 그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라 여기에 적어본다.


"나를 굉장히 싫어하던 업계 선배가 있었어. 나름 이 업계의 원로 여배우인데 까탈스럽고 고지식하기로 유명해. 어린 친구들을 무시하는 건 기본이고. 아무도 그와 친해지려고 싶어 하지 않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경력과 파워로 인해 사람들이 대놓고 뭐라고 하지는 않아. 아무튼 그런 사람이야.


내가 연예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내게 냅다 모욕과 함께 짜증을 쏟아 냈던 것을 기억해. 단지 내가 모르던 것들에 대한 질문을 조심스럽게 건넨 건데도 말이야. '내가 뭘 잘못한 거지?' 그 당황스러움과 자괴감은 말로 다 못해. 나도 나름 집에서 귀하게 컸거든 (마치 온실 속의 잡초랄까) 힘든 연예계 생활에 눈물까지 날 정도더라.


나는 그날부터 마음을 다잡고 극진하게, 다소 과하게 예의를 갖추기 시작했어. 이 정도면 그녀가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까 하는 억한 마음이었지, 처음엔 이를 악물고 시작한 일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배로부터 자신이 흥분해서 막말을 쏟아 냈던 일들에 대해 사과를 받았어. 그제야 그동안의 일들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겠더라. 그 선배를 인간적으로 대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그의 외로움과 고뇌가 느껴졌어.


최근에는 이런 얘기를 들었어.

"K 씨처럼 한결같이 다정하기가 어려운데, 참 친절하고 젠틀하세요"


이제까지 수많은 여성들한테 참 다양한 칭찬을 들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찬사는 이거야.


나를 미워했던 사람이 나에게 했던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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