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감동이었습니다.

by 밤호랑이

내 얼굴을 찍으면 보정에 뽀샵에 뭘 해도 부끄러움을 가릴 수가 없는데,

당신은 셔터를 아무렇게 눌러도 매 순간 예술입니다.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저는 맨 정신에 현실을 직시하는 게 겁이 나서 어두운 곳에 있는 게 좋았습니다.

그럼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한결 속 편하더군요.

때론 회한으로 알코올로 연기로 쾌락으로 구석으로. 그럼 한순간 지워지는 것 같아서 자꾸만 숨었습니다.


아주 두꺼운, 한철 지난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못난이 안경을 쓰고 있는 저를 그다지 좋아하질 않더군요. 제가 거울을 봤을 때도 참 못생겼고요.

그걸 벗고 나니 당신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없었던 게 아니고 제가 미처 당신을 보지 못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내 시야에 걸리적거리는 당신을 애써 지우며 살았습니다.


마흔이 된 이제야 당신을 봅니다.

그렇게 찾아 헤매도 안 보여서 불평하고 원망하고 울부짖는 날도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당신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괴롭힐 때도, 수행평가에 수능에 덜덜 떨었을 때도, 누군가를 그저 바라보며 애태웠을 때도, 어둠 속에서 정신 못 차리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을 때도, 제 손을 잡고 가만히 바라보며 맘 아파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가 그러던데요, 사랑은 내 액자 속에 박제하고 내 소유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옆에서 손잡고 같은 곳을 향해 동행하는 거라고.



당신은 이제껏 무섭지도 무심하지도 난해하지도 않고,

제게 늘 감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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