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오

aka. 삭개오

by 밤호랑이

저는 세리입니다. 이 자리까지 올라오기까지 무척 힘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잘 보이려 큰돈을 쓰며 선물을 해야 했고, 어두운 곳에서 그들의 만족을 위해 대접까지 했습니다. 나를 무시하던 이들 앞에서도 체면이고 뭐고 다 뒤로하고 비굴하게 빌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막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저와 비슷한 처지였던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남몰래 도운 적도 있었고, 제가 배운 것이 도둑질이지만 상황을 바꿔보려 부단히 애쓰며 살았습니다. 현명한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서 귀 기울이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품으려 울며 가슴을 칠 때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이 직업을 택한 것은 제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돈이 있어야 체면을 차릴 수 있고 또 남을 도울 수도 있지요. 더 열심히 일해서 내 자식들이 저 같은 수모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늘 외롭고 마음이 무너지는 일이 많지만, 견디면서 살면 언젠가는 좋은 날 오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저에게 침을 뱉고 욕을 합니다. 저를 배신자라고 하고 반역자라고 합니다. 제 노력과 진심은 알아주지도 않고, 더럽고 짐승 같은 놈이라고 합니다. 아예 사람취급도 하지 않더군요. 저를 헐뜯는 것은 어떻게든 참아보겠지만, 제 가족까지 괴롭힙니다.

이제는 막다른 길인 것 같습니다. 지금보다 더 힘을 갖게 되면 다 짓밟아버리고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최고의 용서는 곧 복수 같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하루하루 괴롭고 불안했던 저를 찾아와서 내 마음이 평안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하는군요. 나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다 안다고 하시네요. 끔찍한 일을 하는 걸 당연히 여기던, 냄새나는 저를 소중히 여긴다고요. 저는 오랫동안 고아같이 버려져 있었는데요..

아마 다들 믿지 않겠지만, 다시는 비굴하고 더러운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모은 돈의 반을 기부할 것입니다. 부정한 것을 멀리하고, 다른 사람을 괴롭게 한 일이 있다면 몇 배로 갚겠습니다.





**삭개오 : 예수가 생전에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 중 유일하게 실명을 부른 사람. 당시 세리라는 직업은 당시 이스라엘 지역을 식민지배하던 로마가 고용한 인물로, 유대인들에게 세금을 거둔 후 로마에 바치던 직업- 현재의 세무서장이다. 게다가 세금을 거두는 과정에서 로마에게 바칠 금액 이외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금액을 부풀려 거두기도 하여, 당시 세리는 매국노이자 사기꾼 취급을 받았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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