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유일한 여성으로 그녀는 스물여섯입니다.
2042년, 극우 보수정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맹목적인 민족주의와 군국주의가 부활했으며, 남성우월주의에 입각한 폭력적인 법안들이 잇달아 통과되었습니다. 제가 그중에 제일 놀랐던 것은, '혼전 순결'을 강제하는 법률안이 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국회에서 통과 됐을 때만 해도 정신 나간 사람들의 정신 나간 집단행동으로만 생각했는데, 대통령이 재가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니다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강제하는 그 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혼인 관계에 있지 않은 모든 남녀의 성행위를 금지하며, 특히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은 자는 여성의 경우 징역형, 남자의 경우 강제 노역형 혹은 어마어마한 벌금형에 처한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이게 뭐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백, 이 백 년 전만 해도 매우 말이 되는 얘기였고, 아니 현재도 다른 나라에서는 징역형이 아니라 명예 '살인'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휴 말을 줄이겠습니다..)
어찌 됐든 그녀는 전과자입니다. 그를 너무나 생각한 나머지 위법행동을 했거든요. 그런데도 그와 결혼하고 싶어 하고 그는 결혼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그에게 "내가 결혼하자고 하면 할 거야?"라고 물었더니 그는 "아직은 아니야 돈이 없어" 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녀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을지 몰라도 이미 축축하게 젖은 마음을 짜낸 그런 음절들의 모음이었을 겁니다.
사실 저를 비롯 남자들은 그의 대답이 어떤 의미인지 압니다. (정확히는 몰라도 어렴풋이 압니다.)
저는 사실 이제껏 그녀를 특이하고 상대하기 곤란한, 하지만 스타일 좋은 페미니스트 중의 한 명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에 오랜만에 생기 있는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니, 그냥 제 작은 여동생 같아서 조언을 남겼습니다. 피자가 올려져 있는 테이블을 바라보며 제가 해준 이야기는-
'언젠가는 테이블 위에 꺼내놓고 얘기할 때가 올 거라고. 그리고 반드시 꺼내 놓고 얘기해야만 한다고.
그 남자가 너의 의견을 존중해서 수락하던지, 아니면 서로 마음을 합해서 같은 곳을 보며 걸어가던지, 그것도 아니면 각자의 길을 가던지.' (아 마지막 문장은 얘기 안 했습니다.)
아니 제가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아 모르겠습니다. 요새 잠을 못 자서 그런지 꿈에서 본 내용들이 자꾸 생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