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나라 고구마공주

by 밤호랑이

옛날 옛적 어느 날이라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불과 반년 전 이야기입니다.

내 친구는 감자나라의 고구마 공주님을 좋아했습니다. (생각만 해도 목이 막히는군요;;)

고구마 공주님은 이름처럼 달콤하고 포근한 인상을 가졌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면 매일매일 목이 막히는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의 연락과 호의와 관심은 '어느 정도'만 허락합니다.

그게 감자나라의 법이기도 하고, 고구마 공주는 줄곧 그렇게 지내왔습니다.

하루하루 수척해져 가는 친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시원한 우유 한잔 건네는 게 다입니다.


"그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공주님처럼 보이지만 여성들은 다 고양이 같아서 섣불리 다가가면 안 된다고. 시간을 두고 네 바로 앞에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결코 너는 고구마 공주님의 구원자가 될 수 없다고."

(내가 40년 동안 여성들을 바라보며 깨달은 건 이게 다입니다. 집에 여성만 세 명이지만,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깨달았다고 말한 것도 다 뻥입니다)


뭐 내가 친구의 말을 안 들었듯이 아니 못 들었듯이 친구도 내 말이 안 들릴 겁니다. 그걸 알면서도 몇 번이고 말해봅니다. 과녁 없는 큐피드의 화살은 정처 없이 날아가다가 힘없이 떨어지는 법입니다.

떨어지는 화살은 그렇다고 치고, 그 화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무너집니다.


고구마 공주님은 친구에게 부디 잘 지내라고, 잔잔한 어느 날 다시 마주치자는 인사와 함께 깊은 바다 어딘가로 향하는 잠수함을 탔습니다.


내 친구는 결국 질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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