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1

호접지몽

by 밤호랑이

오늘은 눈앞이 몽롱합니다.


예전부터 전 그렇게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해서,

예전부터 묘한 노래 묘한 분위기 묘한 색깔 묘한 눈빛 묘한 향기에 끌렸었습니다. 클로나제팜 한알이면 갈팡질팡하던 마음이 진정되고 마치 차분히 가라앉은 축축한 낙엽잎 마냥 저 밑으로 침전되는 그런 느낌이 좋았습니다.

아, 핑계였나 봅니다. 현실을 벗어나서 모든 게 차라리 꿈이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줄곧 삶은 너무 날카롭고 외롭다고 생각하며 한숨과 무표정으로 살아온 것 같습니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갑니다.

마치 꿈속에 있다는 비현실감 혹은 이인감이 들었지만 무섭진 않았습니다. 잠시나마 고요하고 평안한 풍경에 취하고 싶었나 봅니다.



갈매기는 힘차게 날개를 젓지 않아도,

유유히 하늘을 헤엄칩니다. 날개를 펼친 채 바람을 느끼며 살짝 각도를 틀며 정지비행을 합니다. 한 번도 갈매기가 멋있다고 느낀 적은 없었지만 오늘은 다른 기분입니다.

이제는 맹목적으로 높은 곳에서 까마득한 아래를 바라보며 이상한 생각이나 멍하니 빨려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높은 곳을 바라보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 알고 있지만,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돌다리를 두드리는 것과는 좀 다른데요. 다 알고 있지만 뭔가 대답을 들어야 마음이 따뜻해지고 또 마음을 주고받는 것 같고 어느 때는 불안감이 해소되는 것 같은 평화로운 기분이 듭니다. 마치 건담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듯한 형님뻘의 아저씨는 겨울바람도 무섭지 않습니다. 멋지다는 찬사와 함께 질문을 건네봅니다. 1250cc 오토바이는 예상대로 스로틀을 당기는 대로 곧 150 200킬로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위험하다고 들었는데, 그걸 감수하고라도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눈빛을 하고 있는 그가 오늘은 왠지 좀 대단해 보였습니다. 안전 운전하시라는 인사를 하려다가 관둡니다.


카메라가 풍경을 다 담지 못합니다. 감동과 느낌을 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그 순간 풍경이 말이 건넵니다. 굳이 애쓰지 말라고.

난 여기 이대로 가만히 있을 테니 언제든 찾아오라고. 그렇게 바쁜 마음으로 서두를 필요 없다고.


월미도를 다녀오는 네 시간의 여정이었는데,

마치 4년의 시간이 흐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아주 인상적인 인생 강의를 들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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