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나의 동반자에 대하여-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소개할 영상이 있다.
혹여라도 당신이 우울증이라면, 그리고 어린 시절 아픔이 있다면 아마 이를 악물고 봐야 할 종류의 영상이라 추천하기가 조심스럽다. 아주 시리고 쓴, 그러나 당신의 몸살에 정말 필요한 알약이라고 생각하고 시청하면 좋겠다.
https://youtu.be/5n7ay2TbIDs?si=lL1rMKOUZWlhmYNN
우울장애는 모든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경험하게 되는 정상적인 '낙담'과는 다르다. 낙담은 일시적이며, 스스로 또는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다. 반면에 우울장애는 심각한 고통과 사회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어, 가능한 한 빨리 의사와 정신건강 관련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우울장애는 반드시 의사의 치료와 약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며, 자살로 인한 치사율도 매우 높은 위험한 질병이다. 자신의 의지로는 회복할 수 없으며 자연 치유될 수도 없다. 우울증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이론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질병이다. 따라서 감정적인 위로나 격려는 오히려 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니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일시적인 낙담인지 장기적인 우울장애인지는 가까운 사이라면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으니 서로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감정적인 해결이 아닌 전문가의 치료를 우선시해야 한다.
또 불안장애와 공황장애와도 같이 복합적인 증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경우, 재빨리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오래 두면 곪기 때문에 전문적인 상담이 가장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나무위키
지금에서야 내 상태를 인정하고, 내 모습을 인정하지만 나 역시 내가 우울증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임을 부정하고 괴로워할 때가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리고 부모님 세대에서는 그리고 '나 때는' 남성의 우울증은 정신적인 나약함과 미성숙함을 의미하기도 했으므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우울증 환자는 의료기기로 사진을 찍어보면 뇌의 상태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보고가 있다. 호르몬과 신경계의 이상으로 아예 생물학적인 메커니즘이 변화된 것이다. 다만 뇌 속의 모습은 당신의 눈으로, 사진기로 캐치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주변의 도움 요청을 간과하기 쉬울지 모른다.
20대 초에 나와 같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현재를 살아가기가 힘들었던 내 친구는 "언제쯤이 되어야 회복할 수 있을까요"라는 무거운 질문을 우리의 수련회 강연자로 나섰던 어느 심리상담가에게 따로 했었다고 한다. 그는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문제입니다."라고 답변했다고 했고, 내 게 돌아와 그 이야기를 하며 망연자실하던 그 친구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20여 년간,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나와 함께 해온 우울증이라는 녀석을 진단하는 나만의 기준을 서술하고 싶다. 절대적으로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상당히 신빙성 있는. 당신이 아래와 같은 상황이라면 최우선 순위로 상담기관과 의료기관을 찾기 바란다.
돈과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가까운 보건소, 정신건강 센터의 문을 두드려라. 도움이 필요한 질병임을 '국가적으로' 인식했기에 당신을 도울 것이다. 그리고 제발 행동을 자제하길 바란다. 이성을 만난다거나, 투자한다거나 등등의 결정이 필요할 때는 심사숙고하고, 특히 충동적으로 변하는 모든 순간을 경계해라. 도파민이 어떠한 상황에서 분비되고 당신을 기분 좋게 하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지혜롭고 현명한 이들을 가까이하길 바란다.
1. 어떠한 결정을 내리기가 상당히 어렵다
-청소, 끼니 챙기기, 샤워, 사람 만나기, 직업 구하기, 하다 못해 부모님의 심부름, 공공기관 서류 접수, 통화하기 등등.. 삶이 망가지고 주변사람들의 원망을 듣는 일도 부지기수가 된다.
2. 인간관계에 있어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한다.
-어두운 얼굴과 생각과 마음을 가진 이를 온전히 감당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것이 이성관계라면 더더욱. 당신은 상대방에게 의존하려 할 것이고 혹은 구원자로 인식하여 당신의 모든 것을 걸고 몸과 마음을 '던지려' 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원하는 상대방은 아무도 없다. 혈육이라도, 배우자라도 정말 넓은 마음과 지혜를 가진 이가 아닌 이상 제대로 당신을 이해하고 위로하기 어려운 것이다.
3. 아침이 버겁다
-사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그 자체가 버겁다.
분명 좋은 일도 있을 것이다. 기쁜 소식, 당신에게 긍정적인 위로와 따뜻한 시선으로 품고 싶어 하는 이들도 주변에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신은 '아주 두꺼운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밝은 햇살은 적절히 필터링되어 한줄기의 광선으로 보일 것이고, 모든 것이 어두 컴컴해 보인다.
그리고 기쁘고 긍정적인 소식조차 당신의 안정감 있는 불안을 해치는 요소로 인식하여 무의식적으로 밀어낼지도 모른다.
4. 과거를 생각하면 이를 악물어야 한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내가 얘기하지 않아도 당신이 얘기하지 않아도 아마 알 것 같다. 과거에 잊고 싶은 기억들이 현재를 지배하고, 이 고통은 끊임없을 것 같고 내일도 같을 거라는 절망감이 항상 마음을 힘들게 한다. 불안과 확신 없음은 당신에게 공기 같은 것이고 아마 편집증처럼 어떠한 주제에 사건에, 몇 날 며칠 길게는 몇 주 몇 달 동안 몰두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 공들여서 글을 쓰는 이유는, 우울증이 지속되면 사망할 수도 있는 질병이라서 그렇다. 그 위험성과 빈번함과 더불어 이 삶을, 이 모든 게임을 포기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이 있는 질병이라서 생명보험이나 실비보험조차 커버해주지 않는다.
내가 고통받았고, 그로 인해 내 주변사람들이 고통받았고,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누군가가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성 들여 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