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

혹은 건망증, 불안

by 밤호랑이

이 글은, 강박장애나 불안증세가 없는 사람은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하기 힘들 것이며 어쩌면 일반인과도 너무나 다른 사고 때문에 불쾌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의 치부가 당신의 불쾌감이 되는 폐 끼치는 상황이 나는 정말 싫다.




다 떨어지면 언젠가는 사야 하는 물건이라 싼값에 좋은 물건을 여러 개 사둔다. 어떤 물건이 제일 좋은지, 그리고 얼마나 저렴한지 고심 끝에 구입을 하는데, 그 과정이란 것이 짧게는 5분 길게는 몇 시간, 그리고 며칠이 되기도 한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물건들을 봐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풍족한 것만 같다. 내가 좋아하는 전자제품 주변기기가 대부분이고, 옷과 신발들,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목욕용품, 주방용품ㅡ 차량용품 등을 가리지 않고 구입하기 시작했다. 당장 필요도 없고 보관할 장소도 없으며 더군다나 정리를 잘하지 않는 습관인 나는 맥시멀리스트가 되는 과정을 자각하지도 못한 채 어느새, 집안 곳곳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찾아 헤맨다. 같은 종류의 물건들을 여러 개 사두었는데, 그중에 하나라도 없어지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지금 당장 쓸 것이 아닌데도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피곤한 날은 나의 무작위 검사가 시작된다. 이 불쾌감은 그 물건을 찾을 때까지 지속되는데, 10분, 30분, 몇 시간 동안 그 물건을 찾아 헤맨 적이 많다. 나에게 너무 중요해 보이고 아끼는 물건이라, 내가 고심해서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게임 중독이 한참 심하던 어릴 적, 난 건망증이 유독 심했다. 준비물이며 숙제, 교과서 등 학교 수업에 필요한 것들을 집에 두고 오기 일쑤였기 때문에, 사춘기를 벗어나기 전까지 집에 다녀오느라 쉬는 시간에 전력 질주 하는 것이 루틴처럼 되었다. (실제로 9~10세 때 지나친 온라인 매체 시청이나 게임이 강박장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마 모든 관심이 게임이나 내 흥밋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교우관계나 이성관계에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당연한 것들에 주의룰 기울이지 못했다.

특히 중학교 1학년때 따돌림을 당하며 아이들이 내 물건을 빼앗아가서 돌려주지 않고, 내가 아끼는 필기구를 매일 훔쳐가는 바람에, 난 그것을 또다시 구입하는 일을 몇 달씩 반복했다. 글을 쓰다 보니 내 물건을 가져간 이들이 큰 사고를 당하고 불행을 겪기를 간절히 바란 적이 있었던 것이 떠오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나아졌던 것 같은데, 취업을 하며 완벽주의를 위시한 강박적인 행동은 최고치에 이르렀다. 내가 종사하는 항공업은 숫자 하나로도, 클릭 한 번으로도, '사전 체크' 한 번의 스킵으로도 항공기를 출항하지 못하게 하는 사고를 만들어 낼 수 있어서, 내가 본 화면을 다시 불러오기 하고 오탈자를 체크하고, 같이 일하는 기관이나 협력회사에 몇 번씩 체크하고 전화하고 컨펌받는 일이 다반사였다. (물론 그래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아내는 이러한 나의 모습에 굉장히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다가 불편해하고,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수준이 되었다. 결혼하고 나서는 아내, 자녀, 부모님과 관련된 물건이나 일까지도 참견하고 강박적으로 체크하는 일이 있으니 그들의 받을 스트레스와 무엇보다 내가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오늘 아침 출근하려고 스킨을 찾는데 암만 찾아도 없는 거다. 참고로 내가 쓰는 스킨은 딱 하나다. 꼭 그 스킨을 안 발라도 큰 문제는 없는데 하나 사면 그걸로 쭉 쓰는 내 성격상, 내 루틴 상 아무래도 있는 게 좋다.. (아마 당신의 동생, 남자친구, 아버님도 비슷한 성격이실지 몰라....)

리고 얼마간의 드잡이 끝에 발견한 내 초록 스킨병.

큰 딸이 아끼는 식물옆에 새초롬하게 서 있는 걸 보니 왠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 퇴근하고 물어봐야겠다....

아무튼 내일은 좀 더 나아질 거고, 그다음 날은 더 나아질 거다. 나 자신에게 여유를 허락하고 용기를 북돋으며, 스스로에게 이 물건에 집착할 이유가 없고 만약 없다고 하더라도 불편을 겪지 않는다고, 그렇게 말해준다.


이젠 다 괜찮다고, 더 괜찮아질 거라고.



강박장애 Obsessive-compulsive disorder(OCD)


신경증의 일종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상태.

반복적이고 원하지 않는 강박적 사고(obsession)와 강박적 행동(compulsion)을 특징으로 한다.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타인이 보기에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반복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었다면 스트레스를 느끼고 다시 반복한다.

강박장애 환자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복잡하고 체계적인 원칙에 얽매여서 살아가게 되는데, 여기서의 기준은 일반적인 기준이 아니라 오로지 본인의 임의로 정한 기준이라는 점에 있다.

본인도 스스로가 지나치게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과 자신의 행동 및 생각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인지한다.

편집증과 상당히 유사한 모습도 있다.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이다. 일반인은 충분히 행동하였다면 해소되었다고 여기나, 강박증세가 있다면 분명 무언가가 부족했을 것이라고 끊임없이 비이성적으로 확신하여 행동을 반복하고 다시 강박사고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강박증세도 큰 스트레스를 주지만, 강박행동을 하지 않고 참는다면 매우 심각한 불안이 뒤따른다.

심한 불안감으로 인하여 업무,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강박행동에 지나치게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이 강박행동은 일종의 예식(ritual)적 행동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문제는, 강박행동으로는 일시적인 불안감의 호전만 발생하며 강박행동의 강도가 점차 강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

강박장애 환자들은 본인만의 순서나 규칙성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는 경우가 흔하다.

당연하지만 강박증과 일반적인 습관, 생활 계획은 구분해야 한다. 가령 강박증의 일종인 결벽증과, 단순히 청결한 생활을 좋아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습관을 가진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후자는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인 반면 전자는 엄연한 질병이다. 따라서 다른 정신 질환과 마찬가지로 강박증을 본인의 의지만으로 고치기는 힘들다. 단 본인의 의지가 없다면 호전되기 힘들다.


현대 의학에서는 뇌의 질환으로 정의한다.

세로토닌을 포함한 신경전달물질의 이상과, 일부 뇌 부위의 과활성화 및 활성 저하로 인하여 발생하는 질환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질환 대부분이 그렇듯 뚜렷한 단일 병인은 없다. 몇몇 유전자, 유전이 연관이 있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한 경우 이러한 강박 유사 증세가 발현하기도 한다.

강박증 환자만 유독 이런 끔찍하거나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며 이러한 생각 자체는 애초에 누구나 할 수 있다. 단 강박증이 아닌 사람들은 이러한 불안한 사고와 감정이 상대적으로 짧게 끝나기 때문에 불안 강도가 낮고 쉽게 다른 생각으로 전환이 되거나 우스개로 치부하거나 '설마~'라는 태도로 이내 넘기고 잊어버릴 수 있지만, 강박증 환자는 뇌의 오작동으로 인해 강박적 상태가 잦고 훨씬 더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불안한 감정이 길게 지속되어 점차 불안강도가 커져 이것이 강박장애가 되는 것이다. 경고등이 고장 나 오래 지속되거나 울리지 말아야 할 곳에서 울리는 것과 비슷하다.


-나무위키에서 발췌.

https://namu.wiki/w/강박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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