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나오는 게 아니더군요.
뭐 한눈에 반하고, 오랫동안 지켜봐 온 누구라서 혹은 어떤 계기로 해서 마음을 빼앗겨서- 그게 또 세상에 변하지 않을 무엇이 되어서 영원할 것처럼 맹세하고 미래를 약속하고.
맞아요, 그것도 귀한 사랑입니다.
제 경우의 사랑의 최고봉은 그런 겁니다. 대략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아마도 오백번의 기저귀 갈이와 오백번의 샤워시켜주기와 오백번의 잠자리 지켜주기. 오십 번의 같이 드라이브 혹은 놀이공원, 오십 번의 같이 편의점 방문. 그리고 오십 번이 넘는 위로를 주고받는 그 시간 동안 사랑이 조금씩 생겨나는데..
이게 뭔가 돈이 아깝다거나 이해관계를 따지는 그런 거랑은 조금 다릅니다. 극단적으로 내가 대신 아픈 게 가능하다면, 대신 힘들고 대신 고통스러운 게 가능하다면. 물론 그 어떤 고통과 고난이 내 딸들을 강하게 할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대신하는 것이 불가함에 아이들이 무사히 파도를 잘 타고 넘길 바라는, 파도가 넘실 거리는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걱정하고 당부하는 그런 마음.
지난한 감기 치례를 하고 있는 첫째를 데리고 병원에 갑니다. 유치원을 스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신이 난 그녀는 아빠와 초밥집을 간다는 사실에 함박웃음을 지어 보냅니다. 한 접시에 2300원이던 23000원이던 이 시간만큼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난 그녀가 맛있게 먹어준다면 얼마든지 일해서 돈을 벌겠다고, 좀 더 극단적으로 내 몸이 부서져라 일해야 한다 해도 개의치 않겠다는 다짐까지 들게 했습니다. 맛있게 먹고 무럭무럭 자라주면 그걸로 행복하겠습니다.
나에게, 딸에게, 당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인생에 비가 안내림 좋겠다 싶을 때가 많지만 해만 쨍쨍 내리쬐면 결국은 사막이 된다고 해요. 지금 내리는 비 혹은 눈물이 먼 훗날 당신을 강하게 하는 자양분이 되고 메마른 마음에 단비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