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스치는 바람이 유리잔을 울렸다.
잔이 흔들릴 때마다 내 마음도 따라 흔들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이상하게 세상을 뒤집고 싶었다.
그건 아마, 내 안의 조용한 절망이
‘나 여기 있다’고 외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도 나를 부르지 않을 때,
사람은 소동을 일으켜서라도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
그러나 모든 소동은 결국 고요로 돌아온다.
잔은 멈추고, 바람은 지나간다.
그리고 남는 건 여전히 나뿐이다.
그제야 알게 된다.
세상을 흔들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내 안의 잔잔한 파동조차,
이미 내가 살아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