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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Sep 05. 2024

청약된 아파트에 입주 예정인 직장인은 퇴사할 수 없다?

다 방법이 있습니다,,



주드님 내년에 아파트 입주한다면서요.

퇴사한다고 말하니 파트장이 묻는다. 그렇다. 나는 작년 4월 서울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퇴사를 이야기한 때는 입주까지 딱 1년 남은 시점이었다. 1년간 월급의 2/3는 바짝 모으고, 승진해서 연봉도 올려야 했다. 그래야 대출도, 상환도 좀 더 수월할 테다. 게다가 소득이 높아야 대출도 많이 나오니 dsr 대비 차원에서도 회사에 붙어있는 게 맞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퇴사가 고민됐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청약이었다. 지긋지긋한 원룸 살이를 끝내고 방3 화2 신축 아파트에 들어가 실거주하고 싶었다. 미혼이지만 승진도 하고 잘만 허리띠 졸라매면 가능할 것 같았다. 이 마음이 퇴사에 걸림돌이 됐다. 하루빨리 퇴사하고 자립에 도전할 것이냐, 회사에서 고통받으면서 퇴근하고 나서만 우아하게 실거주할 것이냐. 무척이나 고민됐다.


결국 나는 퇴근 후 몇 시간의 안락함보다는 퇴사를 택했다. 한 살이라도 어린 날의 내 시간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내게 퇴근 후 몇 시간의 안락함은 가짜 안락함이었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의미 없게 느껴지는데 퇴근 후에만 편안한 것은 의미가 없었다. 회사에서 고통스럽지 않기만 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러니 가짜였다. 실거주하면 다시는 그 ‘가짜 안락함’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는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내 삶의 기준을 두고만 판단하는 것이다.


전세 주면 되죠.

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전세 주고 등기를 칠 수 있는 상황인 것도 다행이었다. 이는 지금 현재 내가 아파트 임대와 분양권 매도 둘 중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전매 제한이 1년이었는데 지금 그 기한은 지났다. 원하면 분양권을 팔 수도 있다. 지금 팔아도 1억 이상의 차익은 얻는다. 전매 제한이 1년으로 바뀌고 실거주 의무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청약을 넣은 덕이다. 좀 더 보유하고 있으면 지금의 신축 선호 기류를 등에 업고 차익은 좀 더 커질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찍었을 때 청약에 당첨된 덕이기도 하다. 가진 돈이 많아서가 결코 아니다. 청약은 분양가의 10%만 있으면 가능했다. 1억이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집단 중도금 대출로 연명할 수 있어 입주 때까지 실질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0원이다. (물론 이자는 쌓이고 있겠지만..) 어쨌든 최저가로 청약에 당첨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속적으로 부동산에 관심을 가진 덕이다. 부동산 공부와 임장을 통해 부동산을 구매할 타이밍을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코로나 이후 벼락거지론이 탄생한 시점인 2022년이었다. 2014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점차 상승해 범접할 수 없는 금액이 됐다. 더 이상 부동산 공부를 미루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내 현금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인플레이션을 내가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공부했고 임장을 다녔다. 책을 20권 이상 읽고 온라인 강의도 3~4개는 들었다. 금리가 급등하며 주식과 부동산이 침체되고 폭락 우려가 가득한 시점이었다. 모두가 시장을 떠나갈 때 나는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부동산의 현황과 원리, 역사를 알고 보니 부동산 구매에 유리한 시점이 있었다. 나라에서 온갖 규제를 풀어주며 부동산을 사라고 할 때 사는 것이 적기였다. 지금 생각하면 놀랍지만 2010년대 ‘빚내서 집 사라’고 할 때가 있었다. 그때 샀다면 저렴했고 세금도, 대출도 이익이었다. 그리고 이후 부동산 가격은 말 안 해도 다 아는 그런 스토리다. 급격히 올랐다.


다만 이때 필요했던 것은 야수의 심장!! 다 떨어진다고 믿으니까 안 샀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빚내서 집 사라고 밀어주는 것이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하락해도 멘탈에 스크래치 받지 않을 심리적 안정의 적정 가격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주요 도시 임장을 잰걸음으로 다니며 시세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 결과 서울 동대문구 신축 59 아파트가 7억대 분양가인 것은 나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여기서 좀 더 떨어져도 내 멘탈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청약 제도의 변화를 잘 따라간 점도 큰 도움이 됐다. 한동안 청약에는 많은 규제와 제약이 있었다.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워낙 로또 취급을 받는 데다가 미혼은 청약가점이 모자라고 전매 제한은 10년에 실거주 필수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하지만 규제는 영원하지 않고 시시때때로 변했다. 꾸준히 관심을 가졌기에 둔촌 주공을 기점으로 건설 경기 침체를 막으려고 규제가 풀린 것을 알았다. 전매 제한은 1년으로 줄었고 실거주의무가 없어졌다. 청약가점이 낮은 미혼도 가점제가 아닌 추첨제를 통해 얼마든지 청약에 당첨될 수 있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들을 알았기에 부동산 침체의 패닉 시기에 야수의 심장을 가질 수 있었다. 그 결과 경쟁률도 낮은 상황에서 가격도 최저가로 당첨됐다. 이후 아파트 입주권은 2억이 넘게 올랐다. 지금 내가 가진 돈으로는 전세갭투자로도 접근 못하는 가격이다. 건설 자재 인플레이션과 향후 서울 내 신축 물량 감소로 신축 아파트 가격은 점점 오르고 있다. 신축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도 점점 커져 전세금은 오르고 있다. 그럴수록 전세와 분양가의 갭은 줄어들고 있다. 전세가가 낮아지면 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 그 부분이 제일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입주장만 무사히 지나가길 기도한다.


아무튼 청약된 아파트를 두고 퇴사를 지를 수 있던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하는 것이라고 정신승리한 덕이랄까. 주위에 부동산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다. 나도 그랬다. 그때는 이런 생각을 되뇌며 멘탈을 부여잡았다. ‘6-70대, 심지어 20대부터도 학력에 상관없이, 전 국민의 반은 하고 있는데 나는 못할 게 뭐야?!’ (2022년 주택보유율 개인-85.8%, 가구-56.2, 통계청) 실제로 줌 강의에 6-70대 분들도 계셨다.


어렵게만 느꼈던 부동산 공부에 1년 동안 매진한 덕에 나에게 맞는 판단을 할 수 있는 기준을 스스로 만들 수 있었다. 언제든 퇴사를 지를 수 있도록 사소한 것이어도 공부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근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부동산에 대한 판단을 나에게 맞게 잘 내릴 수 있도록 발에 땀나도록 공부한 그때의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무엇이든 그냥 시작하면 된다. 세상에 배울 것은 차고 넘친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에서도 욕심내지 않는 것이었다. 꼭 서울 핵심지 신축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경기도도 적극적으로 돌아다닌 이유다. 결과적으로는 서울 신축을 보유하게 됐지만 더 만족스러운 점은 부동산이 퇴사에서 발목 잡는 걸림돌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되었다는 점이다. 내 만족의 기준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면 족했다. 퇴사도 내게 최적의 선택이었다고, 지금의 나를 칭찬해주는 날이 와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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