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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Sep 12. 2024

퇴사자는 일하기 싫어서 그만둔다?

'싫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 퇴사했다


유튜버 신사임당의 동영상을 가끔 봤다. 경제적 자유를 얻은 후 달라진 삶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돈 많은 것도 부러웠지만 그로 인해 얻은 자유가 더 부러웠다.


특히 아침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그가 30억을 벌고난 뒤 가장 달라진 것이 아침 시간이란다. 그는 출근 전 매일 운동, 독서, 명상을 하기도 하고, 여유롭게 커피와 빵을 사 먹기도 하며, 하루 스케줄 체크도 한다고 한다. 이는 돈 없을 때는 하나도 못/안 했던 일이었다. 박봉의 직장인 시절 그는 아침에 이중 어떤 것도 안 했음에도 바빴는데 경제적 자유를 이룬 지금은 그걸 다 하는데도 지각 한번 안 한다고 했다.


비결은 본인에게 잘 맞는 생활 패턴을 찾으려 노력한 덕이었다. 그는 본인의 회사를 만든 뒤 오후 1시에도, 오전 11시에도 출근해 보았다고 한다. 실험을 거듭하며 본인에게 잘 맞는 출근 시간이 10시라는 것을 알았다. 가장 컨디션이 좋은 출근 시간을 찾은 뒤에는 그 시간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그는 현재 가장 훌륭한 퍼포먼스를 내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일의 효율성과도 관련 있지만 그가 진짜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주체성이다. 그는 직장에서 규칙으로 통용되던 것들이 사실은 회사를 만든 사람이 정한 것임을 깨달았다. 남이 만든 기준을 나도 모르게 내면화해서 살고 있었다. 남이 만든 기준이 나와 맞을 리가 없었다. 물론 맞을 수도 있지만 안 그럴 확률이 더 높다. 맞지 않는 남의 틀에 자신을 맞추면 나를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원하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 나에게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주체적으로 인생을 살 때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크게 공감했다.


여기에 크게 공감한 이유는 나 또한 남이 만든 기준에 평생을 고통스러워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출근 시간에 10년 넘게 고통받았다. 서울에 사는 내가 8시까지 경기도로 출근해야 해서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사춘기 때도 없던 만성 여드름과 여드름 흉터를 얻게 됐다. 출근 시간이 9시인 회사에서는 58분, 59분 간당간당 출근해 늘 팀장으로부터 눈칫밥을 먹었다. 10시까지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선택권이 없었다.


식사 시간도 마찬가지다. 12시에서 1시라는 정해진 시간이 있기에 배가 고프지 않아도 그 시간에 밥을 먹어야 했다. 반면 내가 배가 고픈 오후 3-4시에는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탕비실 군것질로 배고픔을 잠재우고 군살을 얻었다. 회사가 정해놓은 시간에만 먹고 종일 앉아 있는 삶을 사니 입사 후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었다. 이후 주체적으로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기 시작하자 인생 최저 몸무게가 됐다.


물론 가장 근본은 일에서 주체성을 찾을 수 없었던 점이다. 일로, 경제적으로는 자유를 찾을 수 없었기에 내 삶을 주체적으로 경영할 방법을 늘 궁리했다. 직장인인 내가 찾은 주체성의 지푸라기는 내 콘텐츠였다. 회사에 다니며 이따금씩 글도 쓰고 유튜브도 했다. 이런 것들을 하며 나는 회사원이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큰 위안이었다. 회사 밖의 일임에도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왠지 모를 자신감을 북돋아 줬다. 그런데 퇴사 직전에는 4개월간 한 개의 글도 올리지 못했다. 일주일에 1~2회 글을 써오던 내게 문제가 생긴 것이다.


회사 스트레스로 글 쓸 에너지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식단 조절과 운동할 힘도, 의지도 바닥이었다. 뿐만 아니라 몸은 붓고 살이 쪘다. 몸에 두드러기가 6개월 이상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매주 토요일 아침 늦잠을 포기하고 피부과에 다녀야 했다. 하루에 항히스타민제 한 알을 먹지 않으면 하루종일, 밤새 온몸을 벅벅 긁어야 했다. 몸의 균형, 일과 삶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할 수 없게 된 상황이 가장 큰 문제였다. 회사는 나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금전적인 서포트를 해주는 곳인데 여기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내 삶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다니?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사실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긴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 사회가 변해가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쉽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퇴사하기로 했다.


결국 나는 내 삶에서 최적의 루틴과 최대의 성과를 찾고 싶어서 퇴사를 결정했다. 가장 컨디션 좋은 시간에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건강한 몸을 유지할만한 음식을 먹고, 여가 시간에 운동할 에너지가 남아 있는 삶을 원했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건강하고 주체적인 삶이다. 일이 하기 싫어서 보다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만뒀다는 게 맞겠다. 주체적인 삶을 허구헌날 궁리하다보니 할 일은 너무 많았다.


물론 자유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 신사임당도 언급한 부분이다. 주체적인 삶은 책임도 크다. 반면 직장인의 삶은 자유도 적고 책임도 적다. 그래서 완전히 쪽박 차지는 않는다. 직장인의 삶이 잘 맞다면 계속 그 길을 가도 좋겠지만 나와는 맞지 않았다. 자꾸만 가보지 않은 주체적인 삶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의외로 자유도 얻고 쪽박을 차지도 않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여태까지 살았던 인생 중 가장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다.



스트레스 받은 날 퇴근길 혼술. 아이스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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