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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Sep 17. 2024

퇴사에 가장 유리한 날짜는 4월이다?

인사팀장 2인의 퇴사 날짜 분석



인사팀에서 10년 정도 근무하니 인사팀장의 퇴사도 두 번 경험했다. 두 분의 인사팀장님은 공교롭게도 모두 4월에 퇴사했다. 우연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분들께 직접 여쭤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유리한 퇴사날짜로 내린 결론일 것이다. 인사팀장은 수많은 사람들의 퇴사도 봐왔고 퇴직금도 정산한 경험이 있으며 퇴사와 관련된 노동법도 빠삭하기 때문이다.





1. 금전적 이익이 가장 많은 달


우선 4월이 금전적 이익이 가장 많은 달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선 시기상 성과급과 설 상여를 받을 수 있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1월에 성과급을 지급했다. 그리고 설에는 연봉의 1/13인 상여금도 있었다. 이런 급여 시스템을 가진 회사들이 꽤 되는데 4월에 퇴사하면 이를 모두 받고 퇴사할 수 있다.


4월은 퇴직금에도 유리하다. 퇴직금은 직전 3개월치 월급의 평균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는 월급을 일수로 나눈 일 평균임금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성과급과 상여금도 임금이므로 퇴직금 산정에 반영되니 일 평균임금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다만 성과급은 퇴직금에 포함이 안 될 수도 있다. 퇴직금은 연봉계약서에 고정으로 지급하기로 약속된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인데 성과급은 이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성과급은 일시적으로 경영성과에 따라 격려 목적으로 지급하는 금액으로 퇴직금 산정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판례들이 많았다.


상여금은 퇴직금에 포함될 수 있다. 연봉계약서에 상여금의 금액이 고정적으로 포함된다고 명시된 경우에는 월급으로 간주된다. 나의 경우도 애초에 명절 상여가 내 연봉에 포함돼 연봉의 1/13을 월급으로 받는 계약서를 썼다. 그래서 명절에도 내 연봉에서 쪼갠 금액을 받았었다. 이런 고정적인 상여는 퇴직금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한다.


추가적으로 2월은 다른 달보다 일수가 적으니 2월이 포함되면 퇴직금에 산정되는 일 평균임금이 높아진다고 한다.



2. 연차를 소진할 수 있는 달


다음으로 연차에 대해 생각해 본다. 보통 퇴사를 할 때에는 남은 연차를 돈으로 받거나 마지막 출근일 이후 다 소진해 버리고 퇴사일을 최대한 뒤로 늦춘다. 그러나 이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입사일이 지나고 퇴사해야 가능하다. 연차는 1년 만근을 해야 주는 것이기 때문에 매년 나의 입사일이 지나야 생긴다.


만약 내가 4월 1일에 입사했다면 한 달이 지났을 때 연차가 1개 생기고 이후 월마다 1개씩 생겨 내년 4월 1일이 돼야 연차 15개가 온전히 생긴다. 연차가 있는 만큼 연차를 쓰고 퇴사할 수 있으므로 입사일이 지난 후 최대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이 연차를 쓰는 기간에는 주말도 주휴수당(1주일 만근 시 추가로 주는 임금)도 나오기 때문에 연차개수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입사일 이전에 퇴사한다면 오히려 그동안 쓴 연차를 뱉어내야 할 수 있다.


내 연차 기준일과 회사가 운영하는 연차기준은 원래 다르다. 연차는 1년 만근을 해야 주는 것이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지급일자가 다르다. 모두 입사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회사들이 회계연도를 기준 삼아 일괄적으로 연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편의상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연차가 발생하는 날짜와 인사 시스템에서 보이는 연차가 다른 것이다. 두 분의 인사팀장님들의 입사일은 모두 4월이었다. 그리고 퇴사일은 입사일이 갓 지나서였다.


연차 계산 예시 (feat. ChatGPT)

전 직원 연차 리셋일: 매년 1월 1일

퇴사일: 2024년 4월 10일

2024년 휴가 사용: 8개

입사일: 2021년 11월 15일


1) 입사 1년 차 (2021.11.15 ~ 2022.11.14)

입사 첫 해에는 매월 개근 시 1일씩 총 11일의 연차가 발생합니다. (입사 첫 해는 기산이 다름)


2) 입사 2년 차 (2022.11.15 ~ 2023.11.14)

입사 1주년을 넘기면, 15일의 연차가 발생합니다.


3) 입사 3년 차 (2023.11.15 ~ 2024.11.14)

2024년 4월 10일에 퇴사하므로, 퇴사일까지 비례해서 연차가 발생합니다. 2023년 11월 15일부터 2024년 4월 10일까지는 약 5개월에 해당하므로, 15일 연차 중 15일 × 전년도 재직일수/365 약 6~7일 정도의 연차가 발생합니다.


## 연차 정산

2024년에 8일의 연차를 사용한 상태에서 발생한 연차는 6~7일입니다. 이 경우 2024년에 발생한 연차보다 더 사용한 상태가 됩니다. 연차를 초과 사용했으므로, 퇴사 시 약 1~2일의 연차를 반납하거나 금액으로 환산하여 반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퇴직금에서 삭감)



3. ASAP : 오롯이 ‘나’만 고려한 달


결국 가장 유리한 퇴사 날짜는 성과급과 명절 상여를 받은 이후 연봉계약서에 포함된 상여금이 많은 달을 최대한 포함하면서 입사일이 지난 날짜다.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나는 금전적으로 유리한 날짜에 퇴사를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물론 이 날짜 전후에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면 하루 이틀 때문에 손해를 볼 수 없으니 고려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 날짜를 기다리자고 내 소중한 몇 개월을 낭비하는 것은 너무 아까웠다.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인 퇴사를 단지 워킹데이 15일 정도 더 월급으로 받는 날짜에 끼워 맞춰야 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내게 수당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무엇인가에 도전해 보고 후회가 없으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는 것이 좋다고 들었다. 창업을 성공하는 방법은 성공할 때까지 하는 것이라던데 창업이 아닌 다른 것에도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무엇인가에 도전하면 실패하더라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고 이것들이 누적되면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실패해도 원래대로 돌아가거나 다른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다.


시간은 자신감과도 관련 있었다. 30대 후반인 내 경험으로는 한 살 한 살 더 먹을수록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은 작아지고 두려움은 더 커졌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나임에도 그렇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10년 뒤의 내가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무엇이든 도전해봐야 했다. 주식투자에 위험한 달을 말하는 아래 유명한 주식짤처럼 모든 순간이 다 위험하다. 그럴 바엔 빨리 경험해 보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어린 날을 놓치지 않아야 했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어린 때다. 그래서 내가 퇴사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 그 시점을 내 퇴사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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