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GAF와 Engagement(몰입)

눈치 싸움에 기권한다, IDGAF

by 주드

직장 생활을 한지 벌써 8년이 됐다. 나보다 이 생활을 훨씬 많이 하신 선배님들에 비하면 얼마 아닌 연차 일지 모른다. 하지만 10년에 가까운 세월은 내 인생에서 적지 않은 무게감을 지닌다. 이직도 하긴 했지만 가장 오래 몸을 담은 인생의 과업 단계임이 분명하다. 회사 생활을 시작하기 전과 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학생 때와는 다른 온도에 가장 놀랐다. 그리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회사는 따뜻하기도 했지만 차갑기도 했다. 회사는 몇십 번의 면접 끝에 나를 받아준 고마운 곳이었다. 매월 따박따박 돈을 쥐어 주는 것 또한 따뜻했고 선배들의 정 또한 뜨끈했다. 그러나 적당히 봐줄 때 눈치껏 행동해야 했다. 상사가 퇴근하기 전에 항상 먼저 갈까 말까 고민했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시간부터 저녁은 먹고 가야 하는지, 회식 메뉴 선정부터 2차를 가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모든 것이 눈치 게임의 연속이었다. 차가운 현실이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곳이 회사였다.


내 고민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고민할 거리가 아니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누군가는 상사가 퇴근하기 전까지 퇴근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상사의 퇴근과 내 퇴근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눈치가 작동하는 것이다. 세상이 많이 좋아진 것도 맞다. 선배들도 ‘우리 그렇게까지 꽉 막히지 않았어.’라고 억울하게 생각하실 수 있다. 그러나 ‘라떼’ 때의 기준이 훨씬 어마 무시했을 뿐이다. 여전히 후배들은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여전히 눈치 싸움이 어렵다. 내 자유의지를 줄이거나 감춰야 하기 때문이다. 나보다는 남을 판단기준에 두는 일이다. 회사에서는 입고 싶은 옷도,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월급의 대가라면 할 말은 없다. 눈치 때문에 싫어도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 또한 많았다. 그러지 못했을 때에도 마음은 늘 불편했다. 회사에서 나는 나처럼 행동하지 못한다. 눈치를 봐서 의사 결정한 것은 진정한 내가 아니다. 그래서 내가 아닌 나로 회사를 다닌 지 8년 째다. 8년이면 적응할 법도 한데 아직도 쉽지 않다. 결국 회사에서의 나와 회사 밖의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업무도, 생활도 내가 나로서 일하지 않으니 몰입이 점점 어려워진다. 거짓으로 나를 꾸미는 데 쓰는 에너지에 진이 빠졌다. 매소드급 연기를 하는 연기자가 아닌 이상 일상 몰입이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진짜가 아닌 모습으로 회사에 다니는 것은 회사가 행복하지 않은 곳으로 느껴지게 한다. 이것이 회사가 가기 싫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내가 아닌 곳에서 나는 거짓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회사와 점점 물과 기름처럼 분리된다. 이게 최선일까. 회사 안팎의 내가 일치하다면 지금과 얼마나 달라질까.


힙합에서는 ‘IDGAF’라는 코드가 있다. 힙합 음악 가사나 래퍼들의 인터뷰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이는 ‘I Don’t Give A Fuck.’의 약자다. ‘I don’t care.’의 격한 버전이라고 한다. 힙합답다. 신경 쓰고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태도를 뜻한다. 힙합에 대한 편견 때문에 나쁜 뜻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나는 너를 무시할 거고 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 나쁘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저를 어떻게 보든 저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저는 저예요. 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세요.’라는 뜻이다.


힙합에서 이 IDGAF 코드를 제일 멋있다고 말한 래퍼가 많다. 래퍼 제리케이도 그중 하나다. 그는 남들이 뭐라고 하는 것 자체가 싫어서 이 태도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태도에 주관과 일관성의 뉘앙스를 포함시킨 것이 인상 깊다. 그는 IDGAF이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할 거고 나는 그 길을 갈 거라는 것, 그것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래퍼가 말과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고 음악 안에 그것을 담는 사람임을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했던 말이 어떤 말이었는지 스스로 알아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IDGAF은 자기를 더 자기답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나 자체의 생각과 태도를 인정해준다면 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을 하기 위해 좀 더 노력할 것이다. 남의 생각 때문에 나를 의심하고 부정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아낀 시간을 내 고유성, 전문성, 능력을 강화하는 데 쓸 수 있다. 시간은 금이다. 일개 아무개 사원을 대체 불가한 유니크한 직원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다운 것을 계속하니 일관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것이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회사에서 더 생산적 일지 모른다.


물론 힙합과 회사는 다를 것이다. IDGAF을 회사에 도입했다가 오히려 더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회사에서는 여기서 좋은 점을 어떻게 도입할지 궁리하면 된다. 많은 회사에서 engagement에 관심이 많다. engagement 정도를 측정하는 진단도 많이 하고 있다. 목적은 직원들을 일에 몰입하게 해 성과를 높이려는 것이다. 많은 직원들이 몰입하지 않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 테다. 칙센트 미하이는 열정과 성과, 행복은 몰입에서 나온다고 했다. 솔직함이, 나다움이 몰입에 도움이 된다면 회사에도 시도해봄직 하다.


또한 눈치와 IDGAF은 무례함과 배려 그 어딘가에 있다. 물론 배려는 좋은 것이다. 그런데 배려를 넘어서 눈치가 되면 문제가 된다. ‘눈치’로 일어나는 갈등과 낭비는 세상 어딜 가나 발생한다. ‘너 자신으로 사는 것, 나 자신으로 사는 것’ 이것으로 갈등을 만드는 것이 좋을까. 건설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힙합은 그저 ‘너 자신으로 살아가라’라고 말한다.



* 퇴사하고 카카오 이모티콘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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