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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Jun 04. 2021

[힙합과 동기부여] 이거 힙합이네요

게토의 탈출구, 힙합


 게토 같은 회사에서 매일을 보내며 힘들었다. 눈칫밥의 반찬은 고통이었고 그 둘을 함께 삼켜야 했다. 가루약과 같은 쓴맛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회사를 그만둔다면 뭘로 돈을 벌 것인가. 금수저가 아닌 이상 일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술도 자격증도 없는 사무직은 사면초가였다. 결국 정신승리를 하며 존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존버는 열정보다 무기력과 친했다. 매일 사기가 저하됐다. 시키는 일만 하게 됐고 이래 저래 끌려 다녔다. 팀장님은 평가 면담에서 내게 열심히 하면 잘할 것 같은데 노력을 안 한다고 하셨다. 나는 당시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고 오로지 게토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고통의 원인을 알지도 못했다. 매일 괴로울 때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근본을 파헤쳤다. 그렇게 게토의 정체를 알아채기까지 3~4년이 걸렸다. 이후에도 끊어낼 수 없는 무기력이 7~8년 차까지 계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내게 위로가 된 것도 성과를 내게 만들어준 것도 힙합이다.





 힙합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음악으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힙합은 어떤 순간, 어떤 사람에게 형용사로 기능한다. 무척 솔직하게 본인의 의견을 내는 사람에게 "그/그녀는 힙합이다."라고 말한다. 또 돈을 시원하게 쓰는 사람에게 "힙합이시네요."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이 문장은 무슨 뜻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힙합 팬끼리는 이 맥락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


 아는 사람만 알아듣는 '힙합이다'라는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우선 '힙합이다'라는 말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애매하다. 힙합팬이 아닌 대중들에게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씌워져 있는 것이 중론일 것이다. 허세(Swag), 돈 자랑(Flex), 욕설(랩), 다툼과 갈등(디스) 등 힙합을 대표하는 이미지 때문이다. TV 속의 래퍼는 싸우거나 화가 나있거나 요란스럽다. 조용하다 싶으면 껄렁하다. '쇼미더머니'로 대표되는 미디어에서 힙합의 자극적인 면이 강조된 탓이다.


 그러나 내가 예시로 든 "힙합이시네요."에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없다. 오히려 긍정적인 바이브(vibe)가 더 크다. 솔직하고 직설적이어서 사이다같이 청량한 기분이다. 그리고 거짓이 없는 진심과 진실임을 말한다. 이런 점이 나에게 자유를 느끼게 하고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해주는 것 같았다. 위로였다. 또한 나에게 힙합은 에너지 그 자체이며 도전정신이 가득한 음악이다. 힙합을 들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해보고 싶어서 뭔가를 생산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이처럼 힙합은 그것을 보는 시각에 따라 누군가에겐 부정적으로, 누군가에겐 긍정적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양면성을 내포하듯 힙합도 그렇다. 너무 솔직한 것에 대해서, 너무 자유스러운 것에 대해서 반감이 생길 수 있다. 그런 것들이 힙합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게 됐다고 믿는다. 특히 유교보이, 유교걸로 가득한 한국에서 더욱 그럴 것이다.


 물론 힙합에 대해 갖는 부정적인 면들이 힙합의 모습과 다르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활용했을 때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힙합 팬에게 힙합은 문화와 삶을 대하는 태도로 확장시킬 수 있는 꽤 긍정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개념이다. 그리고 그 긍정적 에너지의 근본에는 동기부여가 있다. 힙합 문화와 음악 자체는 동기부여적 요소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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