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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Jun 26. 2021

[힙합과 동기부여] 교육학개론과 동기부여


 고등학교 때까지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중 굵직한 것을 꼽아본다. '공부해라, 대학이 중요하다, 전공도 중요하다.' 나는 그중 전공의 무게를 가장 얕봤다. 명문대에 간다면 관심도 없는 종교학과나 철학과를 선택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내가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뻔한 말을 하는 것이다. 지금 그 싫어하는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전공을 경시한 것은 위험한 생각이었다. 전공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컸다. 뚜렷한 목표의식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 그렇다. 어영부영하다가 전공을 살리며 살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산증인이 바로 나다.


 어영부영하다가 살리게 된 전공은 '교육공학'이었다. 교육공학은 교육학의 하위 범주에 있는 학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학습 방법론에 대해 공부한다. 그리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학문이다. 어떻게 하면 더 학습 내용을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전달할지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러닝, 게이미피케이션, 스마트칠판, 전자교과서, 기업교육 모두 교육공학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이런 것들로 공부가 재미있어질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대학 4년 동안 전공 공부에 흥미롭다고 느꼈던 순간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했듯 전공과 직업의 상관관계는 필연이 아니다. 심지어 한 후배는 4년 동안 교육공학과에서 배운 것은 '교육공학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했다. 물론 교육공학을 선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찌 됐건 졸업한 지 10년이 지나니 스무 명 정도 되는 동기 중에 전공을 정통으로 살리고 있는 사람은 5명 이하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전공이 나랑 안 맞는다고 하던 나라니. 아이러니하다.


 전공 부적응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교육학이다. 사범대에 입학한 나는 1학년 1학기 때 '교육학개론'을 들었다. 교육학 하면 많은 이론들이 떠오른다. 피아제의 발달이론, 행동주의, 인지주의, 구성주의.. 등을 배웠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려운 이론이 무더기로 나와서 싫었다. 혹시나 잘 이해가 됐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일까 방금 네이버를 검색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교육학 시간은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남는 것은 있었나 보다. 배웠다고 이따금씩 생각나는 내용이 있다. '동기'에 관련된 이론이다. 이는 교육학 전공자에게만이 아니라 꽤 알려진 내용이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동기는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로 나뉜다. 외적 동기는 외부 자극(칭찬, 보상, 처벌)에 의해 생기는 동기를 말하고 내적 동기는 그것 자체를 하면서 흥미를 느낄 때 생기는 자발적인 동기다.


 동기부여를 배울 때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 둘을 구분하고 우열을 나누는 듯했다는 것이다. 외적 동기는 아이가 좋은 성적을 받으면 부모가 게임기를 사주는 것인데 이는 게임기를 받는 그 순간뿐이라고 했다. 외적 동기는 한계가 있고 지속적이지 못하다고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졌다. 반대로 내적동기는 진정한 동기부여로 치부되며 찬양됐던 것 같다. 스무 살 어린 마음에 학습자에게 내적 동기를 자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동기 이론은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게 할 수 있는 교육을 준비할 때 필요했다. 교육담당자의 업무 중 하나는 직원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 자체에 대한 의미를 찾게 하거나, 일이 본인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각하게 하는 식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걸 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불 지피기도 불가능한데 남에게 하려니 매번 고통스러웠다. 머리를 쥐어뜯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장 좋은 실험 대상이었다. 누구보다 일하기 싫어했던 사람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업무를 하기 싫을 때 어떻게 하면 '존버'할 수 있을까. 수만 번 되뇌었다. 나를 움직이는 것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나를 움직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 직장인인 나를 회사 일에 신나는 사람으로 바꾸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회사에서 나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9년째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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