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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Feb 19. 2023

200만 원 내고 창업교육을 결제한 이유


스윙스를 좋아한다. 그의 행보가 늘 흥미롭다. 그의 행위들은 처음엔 이상하게 보이지만 결국엔 지지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내게 늘 '일으키는 물결이 큰 사람'으로 기억된다. 마지막으로 그가 묵직하게 느껴졌던 것은 쇼미더머니9였다. 레이블 대표임에도 참가자로 나와 큰 임팩트를 남겼다. 이후 뜬금없이 싸이의 기획사 피네이션에 들어가더니 거기서 앨범도 하나 내지 않았다. 그의 레이블 저스트뮤직, 인디고뮤직, 위더플럭도 조용했다. 호들갑스럽게 업로드되던 그의 운동과 샐러드 식단도 못 본 지 오래됐다. 신사임당(주언규PD)과 건물 하나를 샀다는 피드가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존재감이었다. 그답지 않았다.


그런 스윙스가 깨어났다. 그는 'AP Alchemy'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그 이름으로 음악이 릴리즈 된다고 했다. 이번에도 그는 호들갑이었고 그다웠다. 'AP Alchemy'는 그가 설립한 레이블들을 다 묶어주는 지주회사다. 이 회사는 기존의 소수정예로 운영되던 힙합레이블의 운영방식에 변주를 줬다. 소수그룹을 여러 개 만들어 4~50명의 대형그룹으로 만드는 식이다. 아티스트 한 명의 흥망성쇠에 크게 의존하던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었다.(기존에는 아티스트 한 명이 물의를 일으키면 레이블 자체가 휘청였다.) 그는 이를 두고 '전례없고 유례없던 방식'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그는 여러 채널을 통해 다른 신규 아이템을 이야기했다. 그중 쇼미더머니를 대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한 점이 인상 깊었다. 그는 투자자들 눈치 안 보는 오디션 프로그램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제작진이 참가자를 사전에 스크리닝 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작하는 것이 힙합의 색깔을 흐릿하게 만든다고 했다. 힙합 특유의 맞짱, 길거리 음악, 돈과 빽없이 여기까지 왔다는 기치로 각자 자기만의 IDGAF을 주장하는 모습들이 사라진 점을 안타까워했다. CJ라는 대기업이 만들어 놓은 사파리가 아닌 리얼 정글을 다시금 만들겠다는 뜻일 테다.


그의 말 하나하나가 공감됐다. 그리고 멋있었다. 확실히 스윙스는 단어 선택 하나하나가 남다르다. 동기부여 연설가로서도 소질이 있다. 어쨌든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말한 내용들이다. 그의 주관으로 꽉 차있다. 비실대는 한국힙합씬에 특효약이 되기를 바라며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했다.


힙합씬에 다시 재미가 필요해요.
이 과정에서 무례함도 물론 있어야 해요.
왜냐면 가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서는
눈치를 안 봐야 해요.
무례함과 자유로운 표현과
자기계발적인 모습, 허슬하는 모습,
단합하는 모습,
청각적 즐거움, 창의적인 모습을
다시 가져오려는 목표로 살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생겼고 즐거워요.

이런 그의 목소리는 멋지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 특히 더 와닿은 이유가 있다. 나 또한 내 삶에 나만의 변주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었다. 늘 회사가 원하는 방식과 시스템, 갑옷 같은 출근복을 벗어내고 싶었다. 힙합을 종교처럼 받아들이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힙합은 내가 꾸며내느라 힘들어할 때 늘 너답게 살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마음속 한편에 힙합처럼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맞짱 뜨고 싶었고 무례를 범하기도 하면서 바닥부터 정상까지 올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힙합을 닮아가고 싶어서 힙합의 방식을 내 삶에 직접적으로 가지고 오기도 해 봤다. 브런치, 이모티콘 같은 창작물로 허슬했다. 힙합이 나를 살렸다.


그런 허슬은 더 큰 꿈을 꾸게 했다.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스윙스와 박재범같이 사업하는 힙합 아티스트를 보며 자극을 받았던 것 같다. 나만의 사업을 한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교육을 전공했고 교육업에 10년 이상 몸담았다. 그리고 교육 마니아이기도 하다. 회사에 다니면서 학원에 2000만 원 정도를 썼다. 그런 과정에서 얕은 지식들이 쌓여갔고 그것을 내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상태까지 왔다. 지금 하고 있는 글쓰기 코칭 또한 내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씩 배워간다면 내가 교육분야의 문제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결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하반기 내내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생각은 발전이 되거나 추진력을 얻지도 못했다. 그렇게 2022년 12월이 됐다. 연말이 되고 생각해 보니 2022년에는 남은 게 없었다. 브런치에 글도 못 올리고 부동산 강의만 잔뜩 수강했다.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지도 못했다. 아무런 변화 없이 계속 이렇게 살면 2023년도 아무런 결과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선 안 됐다. 그래서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인 ‘학원 찾기’에 돌입했다. 찾아보니 2023년 1월부터 시작하는 직장인 창업교육이 있었다. 수강기간은 3개월이었고 가격이 200만 원이나 됐다. 적은 돈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히려 큰돈을 투자했을 때 후회되는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옷도 비싼 돈을 주고 산 옷을 오래 입었다. 그래서 그냥 질러버렸다. 결과가 궁금해진다.


창업 강의를 수강한 이유는 지금처럼 살면 2023년도 허송세월을 보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2023년 창업 강의를 듣고 가져올 변화들이 기대된다. 내가 생각한 아이템이 맞는 것인지, 내가 창업에 맞는 사람인지 등을 빠르게 결판낼 수 있을 것 같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일단 질러 봤다. 이미 저질렀으니 2023년 12월에는 2022년과 똑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 것이다. 1년의 고민을 200만 원과 바꿨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시간이기에 망설임 없었다. 2023년에는 뭐가 됐든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볼 것이다. 그렇게 창업강의를 수강하게 됐다.



https://www.youtube.com/watch?v=xolTb8qMb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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