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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Mar 03. 2023

나는 창업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창업 교육을 수강하고 있다. 교육에서는 창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들을 제공한다. 1주 차에는 강의와 더불어 곧바로 창업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미션으로 '2주 안에 10만 원으로 돈 벌기'가 주어졌다. 수강생끼리 랜덤으로 팀이 만들어졌다. 모르는 사람과 다짜고짜 돈을 벌라고 하니 멘붕이었다.


우리 팀은 6명이었다. 일주일 동안 아이템이 계속 바뀌다가 급기야 6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이미 창업경험이 많아 창업대회 심사까지 하셨다는 분, 그냥 잠수를 탄 분, 바깥에서 팀빌딩을 완료한 분이 교육 프로그램을 환불했다. 그리고 3명이 남았다. 모두 공교롭게도 모두 HR분야에 종사하고 있었다. 우리는 자연스레 우리가 잘하는 강점을 팔기로 했다. 고민 끝에 HR솔루션을 아이템으로 프로젝트를 착수해 나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를 관찰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프로젝트의 과업을 설정하는 과정부터 열심히 하지 않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 HR분야의 아이템으로 확정되자 나는 회사에서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안 될 것 같은 것들을 얘기하면 아이디어를 게을리 냈다. 그리고 번거로운 일을 더 벌이려고 하는 팀원을 진정시키고 업무를 줄이고 있었다. 맡은 업무도 미루고 미루다 마감기한이 다 돼서야 시작하곤 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나는 놀랐다. 회사 일만 아니라면 열심히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모든 일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인가 싶었다. 그때부터 내가 창업에 맞는 사람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을 하기 싫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선 아이템이 HR과 관련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회사일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이 일을 하기 싫어서 창업이 하고 싶었는데 여기서 또 이 일을 하는 것이 싫었다. 게다가 팀원은 스타트업은 다 쓴다는 '노션'이라는 툴에 업무과정을 다 기록하기를 원했다. 필요하다면 했겠지만 불필요한 것들이 더 많아 보였다. (나는 관리업무와 정리를 싫어한다ㅠ) 이렇게 회사 일과 똑같은 일들을 회사 밖에서 하니 회사에서처럼 도망가고 있었다. 남이 시킨 일이 아니고 내가 선택해서 시작한 일인데 이런 행동을 보인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어떨 때 일할 수 있는 사람일까. 우선 내가 하고 싶은 아이템이어야 창업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같은 교육을 듣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니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어떤 아이템도 관련 없다는 사람과 돈보다는 가치관에 부합하는 아이템으로만 하겠다는 사람이었다. 나는 돈을 벌면서도 아이템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두 조건을 동시에 가져가야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왜 아이템을 포기하지 못할까? 나는 내가 만들어낸 작업물을 나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내가 보기에 괜찮고 트렌디해 보여야 하는 조건이 필요했다. 철저히 돈만을 보고 생각해도 돈을 벌까 말까인데 내 만족을 들이미는 내가 창업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문이 들었다. 재미없게 돈을 버는 것보다는 브런치나 이모티콘에 내 생각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나는 창업보다 창작이 좋은 사람인 것만 같았다.


빡세고 치열한 삶에 대한 물음표도 다가왔다. 개강하자마자 창업 관련 책 5권을 단숨에 읽었다. 책 5권은 공통적으로 경고했다. 창업은 나를 갈아 넣어 최선을 다 해도 성공할까 말까라고 했다. 갈아 넣는 것에는 자신이 없었다. 나는 그동안 빡세게 일하지 않았다. 물론 그동안 도전했던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제작하며 늦은 시간까지 작업한 적은 있기는 했지만 고작 일주일에 하루이틀이었다. 빈둥빈둥 놀다가 글감이 떠오르면 앉아서 사브작사브작 글을 쓰거나 이모티콘을 그리는 삶이 더 나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일에 대한 회의감에 빠졌을 때 네트워킹이라는 더 큰 산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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