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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Dec 29. 2019

가장 흔한 보디가드

 요즘 TV예능을 보다 보면 재미있는 게임들이 많이 나온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게임이 있다. 노래 전주의 아주 초반 부분을 듣고 그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알아 맞히는 게임이다. 그 게임을 보며 문득 광고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영상의 5초 정도만 보고 어떤 광고인지 맞히는 것이다. 유튜브든 네이버TV든 어떤 영상을 보든지 광고를 5초는 강제적으로 봐야 한다. (유료 구독자는 논외다. 전 지구인을 모수로 봤을 때 아직은 무료 구독자의 수가 우세하다고 본다.) 한혜진이 나와서 휴대폰을 들고 영어를 하거나 타일러의 얼굴이 나오면 영어 교육 업체의 광고다. 나는 강제로 광고 덕후가 됐다.


 이쯤되면 광고는 콘텐츠의 보디가드다. 반드시 광고를 보고 나서야 진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유튜브 뿐만 아니다. 카카오톡에도 즐겨찾는 친구의 바로 밑에 플러스 친구 광고가 반짝인다. 이 광고 관문을 넘고 나서야 나는 콘텐츠와 내 친구를 만날 수 있다. 광고 또한 나의 즐겨찾는 친구다. 이런 성가신 보디가드를 어떤 식으로든 제껴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쉬운 방법은 있다. 돈만이 그것을 제외하는 급행티켓이다. 역시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한다.


 물론 콘텐츠 헤비 소비자로서 광고에게 고마워 해야하는 점은 잊지 않고 있다. 광고는 콘텐츠 제작자로 하여금 그것을 만들게 하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고가 콘텐츠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 또한 인정해야만 하는 사실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도전!'강의를 들었을 때 광고는 주요 챕터 중 하나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광고 수익을 최대로 얻기 위한 콘텐츠의 길이 또한 강사의 주요 팁 중 하나였다. '10분 내외로 만들 것.' 생각해보니 많은 유튜브 콘텐츠의 길이가 10분 내외였다. 게다가 콘텐츠로 인한 수익이 나지 않으면 업로드되지 않는 채널도 많다. 동력 상실이다. 콘텐츠 보디가드인 광고가 그 주인의 인생에 간섭하는 꼴이다.


 광고는 점점 자취를 감추지만 더 강력해진다. 요즘은 예능의 일부분 추출해 광고로 만들어 예능인지 광고인지 모를 정도이며, PPL로 예능인지 광고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광고만을 위해 만들어진 웹드라마도 있다. 다시 처음의 광고 게임으로 돌아와서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와 아닌 사람이 광고 게임을 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무료로 보는 사람이 승리를 한다. 그 사람은 즐거워우면서도 씁쓸할 것이다. 무엇을 할 자유보다 하지 않을 자유가 소중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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