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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품위있는 그녀 Mar 05. 2024

재미있으면 된 거 아닌가요?

내 인생을 끌어준 구체적인 방향 = 재미

우연히 유튜브에서 '숭'이라는 마케터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정확히 말을 하자면 '숭'님의 채널이 아닌 재유라는 유투버의 what's in my bag이라는 콘텐츠에서 알게 되었다.

보부상인 나는 집 앞 카페에 가는데도 2-3가지의 가방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다니는데

나에게 맞는 괜찮은 가방이 어디 없나 검색해 보던 중에 똑똑한 유튜브 알고리즘이

그 영상을 보여준 것이다.


나처럼 어마어마한 보부상인 그녀는

치과 코디네이터에서, mz들의 꿈의 직장인 네이버와 배달의민족에서 마케터로 근무하고

퇴사한 후엔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친구와 두낫띵클럽을 결성하여 이유 있는 백수로 지내는 등

이색적인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유튜브에서 잠깐이나마 보여준 중심이 바로 서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와 직업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비슷한 점도 많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 느껴져 

순식간에 그녀에게 빠지고 말았다.

후엔 책, 유튜브, 인스타 등을 팔로우하며 추종하듯이 보고 있다.

그녀가 쓴 책을 읽다 보면 전문적인 작가도 아닌데

어찌나 공감 갈만한 이야기를 쏙쏙 이야기하는지,

중요하다고 느낀 부분에 밑줄을 그으며 독서를 마치고 나면

책 전체가 형광펜으로 칠해져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요즘 나에게 영감을 많이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최근에 그녀가 쓴 '일놀놀일(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한다)'라는 책을 읽었다.

거기에 재미는 지금껏 내 인생을 끌어준 구체적인 방향이었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들어왔다.


내가 완벽주의라는 목표지향적인 삶에 빠지기 전 

내 삶에 모토였던 '재미'


중견기업에서 L사로 이직할 수 있었던 것도

내 일을 즐기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 인사담당자에게 긍정적으로 비쳐줬던 것이었고,


L사로 이직하여 8년이라는 시간을 잘 지낼 수 있었던 것도

원하던 일을 하고 있고 행복하다는 생각에

매월 신메뉴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기념일마다 손수 디저트를 포장해서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없는 이벤트도 만들어서 진행하는 등 나만의 영역을 회사 안에서 만들었던 것 같다.


직업적인 사명감이나 책임감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나를 계속 행동하게 했다.


임용준비를 시작하고 교사로 이직을 하게 된 계기 또한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회사가 아닌 곳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고 고민했고

아이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

즐겁고 행복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교사로 발령받은 첫해부터 나의 교육적인 활동을 지지해 주고

조언해 주는 선배들 덕분에 직장에 다닐 때부터 생각해 왔던 여러 가지 활동들을

교육에 접목시키며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옆에서 날 지켜보던 한 선생님이

"선생님은 좀 특이한 캐릭터 같아. 교직에서는 본 적 없는 스타일이야"라며

비꼬듯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분은 그런 의도로 이야기한 건 아니었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 후에도 커피타임을 할 때마다 나를 보며

"특이해 특이해..."이런 말을 혼잣말처럼 자주 하였다.

"뭐가 특이한 건데요?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한마디 물으면 되는걸,

그때의 나는 그 선생님이 어려웠고, 그렇게 물어보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불편한 이야기를 듣고도 못 들은 척했었다.

그리고 그 말들은 내 마음속에 나도 모르게 스며들었다.

어떤 행동을 하다가도 "아! 교사는 이러면 안 돼"라고 생각하곤 그 행동을 자제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점점 변해가는 나를 보며

"이게 진정한 교사의 모습이지"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교직생활 2년 차 교원연수시간에 성격유형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진단결과 나는 '행동형'으로 자유분방하고 도전적이며

'재미있는 것'을 즐기고 선호한다고 결과지에 적혀 있었다.

주변의 선배들이 대부분 규범형, 탐구형 유형으로 나왔는데

나만 행동형으로 나온 결과지를 보며

나는 교직에 안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특이한 캐릭터 같아"라던 과거 선배의 말까지 생각나서

항상 'UP'이 되어있는 나의 모습을 조금 내려놓고

차분하고 누가 봐도 교사답게 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거기에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면서부터 내가 추구하던 '재미'라는 요소는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신나는 노래한곡에 어깨를 들썩이며 아이와 막춤을 추는 나는 더 이상 없었다.

카페에 가서 커피 한 모금에 "음~"하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나는 더 이상 없었다.

좋아하던 것도 시큰둥하고

흔히 말하는 '호들갑'이라는 걸 떨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왔다.


그리고 현재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육아휴직을 앞두면서

대학시절에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긴 휴식기간을 어떻게 후회 없이 보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심신안정을 위해 요가원에도 다녀볼까

독서모임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고 독서의 폭을 넓혀볼까

똥손탈출을 위해 사진 찍는 법을 배워볼까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완벽주의를 완벽하게 탈출하지 못한 사람답게 

고민만 많아지고 실행은 미뤄졌다.


많은 고민 끝에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것들로 채워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작은 거 하나에도 행복을 느끼고 감동했던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숭'님의 말처럼

내 인생을 지금까지 이끌어준 '재미'라는 구체적인 방향을 잃지 않으려 한다.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가치를 두고 살아간다.

나는 '재미', '즐거움'이라는 가치에 우선을 두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재미'라는 가치가

남들이 추구하는 책임, 헌신, 기여 같은 가치와 비교해서 가볍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중요한 걸 숨기고 남들과 비슷해지려고 노력하며 살다 보니

점점 내가 없어지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이제는 '재미'라는 걸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다 '재미'덕분이었으니까


"재미있으면 된 거 아닌가요?" 

누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든

'내가 즐겁고 재미있으면 된 거 아닌가요?'라는 마인드로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보려 한다.



                                                                       이미지출처 : Imag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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