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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품위있는 그녀 Mar 14. 2024

마릴린 먼로에겐 없고,
아놀드 슈워제네거에겐 있는것

나를 받아들이고, 지금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기

마릴린 먼로와 아널드슈워제네거 두 명 다 할리우드의 유명한 배우이다.

하지만 마릴린먼로에겐 없고,

아널드 슈워제네거에겐 있는 게 있다.


바로  '지금을 살아가는 힘'이다.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은 비슷했다.

마릴린 먼로는

태어난 지 13일 만에 양부모에게 맡겨졌다.

7살이 되었을 땐 친어머니는 그녀를 양부모에게서 데리고 온다. 심한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친모는 정신병원에 보내지고 친모의 친구가 마릴린먼로의 후견인이 된다.

친모의 친구는 후에 아이 셋 딸린 남자와 결혼을 하고, 마릴린먼로는 고아원에 보내지게 된다.

그녀는 16번째 생일이 보름쯤 지난 후 5살 연상의 공장노동자와 결혼하지만 몇 년 안가 파경을 맞는다.

다행인 건지 이혼하기 전 어떤 사진작가의 눈에 띄어 그와 계약을 맺고 영화 촬영을 한다.

타고난 재능 덕분에 금방 영화계에서 자리를 잡게 된다.

귀여운 블론드의 섹스심벌이 된 것이다. 

1954년 그녀는 7상 연상의 야구선수와 재혼하는데 얼마못가 이혼을 한다.

나중에는 유명한 작가와 세 번째 결혼을 한다.

불행한 사생활을 즐긴 그녀는 1962년 8월 5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녀의 세 번째 남편은 결혼 중 마릴린먼로에게 "당신만큼 가엽은 여자는 처음 봤소"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터미네이터의 주인공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에게서 자랐다. 전쟁의 트라우마를 안고 있었던 그는 술만 마시면  아내에게 폭력을 휘둘렀다고 한다.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절대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라고 다짐하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 간다. 

20살이 되기 전 단돈 2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간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다 운동을 하기로 결심한다. 하루 8시간 아르바이트, 7시간을 보디빌딩에 온 힘을 쏟는다. 결국 세계보디빌딩 챔피언을 7번이나 쟁취한다. 

보디빌딩으로 유명세를 탄 그는 영화배우가 되고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배우로 성장한다. 

후엔 정치에 입문.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되어 영향력 있는 삶을 살아간다.


이 둘의 차이는 '지금을 살아가는 힘'의 유무이다.

마릴린먼로는 어린 시절의 보이지 않는 상처들이 그녀의 삶에서 발목을 잡았다.

결국 상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비극적인 운명을 맞았다.

반면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현재를 인정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지금을 살았다.



나 역시 마릴린먼로와 다르지 않았다.

2021년 여름 남편과의 갈등으로 부부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상담사님과 내 행동의 이유를 말하다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가 내면에 자리 잡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신없이 사느라 스스로에 대해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다.

다 잊은 줄 알았던 상처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가 30대가 되어 폭발한 것이다.

그때는 나의 부정적? 행동의 원인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상처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앞으로 갈등은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건

'다쳐서 피가 나는 상처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과 같았다.

안 좋은 상황이 일어나거나, 전과 같이 부정적 행동을 반복했을 때

'잘못된 행동을 또 하고 있구나. 고쳐야지'가 아닌 

'과거의 상처가 있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거야'라고 스스로 합리화를 시켰다.

오히려 잊고 살았던 기억이 되살아 나서 더 힘들었다.


그러다 평소 존경하는 선배에게 내 어린 시절을 터놓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선배는 자신도 잊히지 않는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때는 부모님의 그런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지금에 와서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나였어도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이제는 조금은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그리고 너무 답답하면 내 마음을 당사자에게 터놓고 이야기해 보라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해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과거에서 벗어나서, 지금을 행복하게 살아"라는 말도 덧붙였다.


몇 달 뒤

친정엄마와 둘이 있을 시간이 있었다. 

문득 이 기회에 엄마에게 어린 시절 내가 받았던 상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속에 있던 말들을 꺼냈다.

이야기의 시작과 동시에 누가 내 눈물버튼을 누른 것처럼 자동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흘렀다'라기보다 '쏟아졌다'라는 표현이 더 적합했다.


다 지난이야기를 이제 와서 엄마에게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오히려 가족과의 관계만 망치는 게 아닐까 염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당사자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담아두었던 마음의 상처가 어느 정도는 해소된 것 같았다.

꽉 막혀 있던 가슴이 뚫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과거의 상처에 얽매이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마음먹었다.


자라온 삶은 바꿀 수 없어도, 앞으로의 삶은 내가 바꿔야지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오늘도 '지금'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끔 마음이 내 말을 안 듣는 날엔

상처들이 불쑥불쑥 마음속을 헤집고 다니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을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상처가 아물어 밴드도 스스로 떼어낼 날이 오겠지.




                                                                             이미지출처 : Image from Pixabay

                                                                             인용도서 : 삶의 무기가 되는 글쓰기/임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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