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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품위있는 그녀 Jul 04. 2024

보이지 않는 손길

어디선가 땀을 흘리고 있을, 이름 모를 그들에 대한 고마움

다용도실의 쓰레기통에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

음식포장지 같은 것들을 버리다 흘리면서 생긴 냄새가 아닐까 싶다.

쓰레기봉지를 교체해도, 그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사용하는 물건인데도 냄새나는 휴지통을 씻으려니 썩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이러다간 쓰레기통까지 내다 버리기 전에,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냄새나는 그 녀석을 구석구석 닦기 시작했다.

20-30분 지났을까? 깨끗해진 녀석의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마른걸레로 물기까지 닦아 원래의 자리에 고이 모셔 놓았다.

없어진 냄새와 깨끗하게 단장한 쓰레기통의 변화를 알아주길 바란 건

내 과한 기대일까...?

둔하디 둔한 우리 집 남자 2명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쓰레기통은 그냥 쓰레기통일 뿐이다.

.

.

쓰레기통을 닦다 보니

오늘은 쓰레기와 관련된 것들에 꽂혔다.

아파트 단지 내 분리수거장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집 다용도실보다 정리가 더 잘 되어있는 곳.

종이박스는 항상 가지런히 접혀있고,

분리수거함도 깨끗하다.

.

아이를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오는데

쓰레기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길이 눈에 들어온다.

장마철인데도 퀴퀴한 냄새가 바닥에서 올라오지 않는다.

지난밤 폭우로 인해 빗물에 쓸려간 것일까?

이름 모를 고마운 누군가가 치워서일까?

매일 이 길을 걸으며 더럽다고 느낀 적 없으니

그 고마운 누군가의 덕 일 것이다.

.

.

했을 때 공은 없는데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마치 아파트단지의 분리수거장 같은...

무심코 지나쳤던 길과 같은...

그런 것들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는 당연시 한채

눈에 띄는 곳, 반짝이는 것들에만 시선을 둔다.

오늘은 보이지 않는 곳의

이름 모를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본다. 덕분에 내 하루가 평온하다고,,,





                                                                                         그림: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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