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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품위있는 그녀 Jan 15. 2024

잘하고 싶어서,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자신만의 엄격한 기준에 빠져 성공만 추구하던 어느 완벽주의 교사의 이야기

"자신이 세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0인 거예요."

"80만큼 했으면 80인 건데 100까지 못했으면 무조건 0"

"결과를 내지 못하면 난 남는 게 없어"

                                         

                                     오은영박사 <금쪽상담소 中>


'미자'라는 트로트가수가 금쪽상담소에 게스트로 나와 고민을 이야기했을 때 오은영 박사의 말이다.

tv 보던 나는 무릎을 탁 치고 공감했다.

"이거 내 이야기 같은데?"


나는 나만의 기준과 선을 정해 놓고, 거기에서 벗어나면 엄청나게 스트레스받는다.

나는 완벽주의자이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 같진 않다.

학점 관리를 못해 대학졸업이 한 학기 연기되는 일도 겪는 등 허술한 점 많았던 나는

큰 스펙 없이 운 좋게 대기업 식품회사에 입사했다.

그 조직에서 버터야?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내가 노력한것만큼 성과도 잘 나와서 사내에서도 인정을 받는편이었다.

그러다 회사가 아닌곳에서 내 커리어를 더 확장시키고 싶다는 생각과

예전부터 꿈이었지만, 형편상 때문에 준비하지 못했던 교사가 되고싶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그렇게 난

1년 육아휴직 중 임용을 준비했다.

아이와 애착관계 형성도,

내 일생에 언제올지 모르는 임용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둘 다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학창 시절 안 하던 밤을 새우며 공부했었다.

그리고 1년만에 임용에 합격하여 교사가 되었다.


늦은나이에 시작한 교직 생활.

남들과 따라가야 하는 생각에, 더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고 더 열심히 교직사회에 임했다.

늦은 나이에 이직을 했으니 실수하면 안 된다는 부담도 컸다.

출근시간보다 1시간 전에 도착해서 미리 준비된 모습을 보였다.

임용 후 발령받은 작은 학교에는 자신만의 커리어를 가진 선배들이 많았는데,

그분들을 닮고 싶고, 따라가야 한다는 조급한 생각이 나를 더 채찍질하게 만들었다.


열심히 일하고 맞은 주말은 꼭 알차게 보내야 했다.

아이와 놀기, 내가 좋아하는 카페 가기, 남편과의 둘만의 시간 보내기, 중간중간 자기계발하기 등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쌓여있었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명소와 맛집은

꼭 찾아가야했고,

어쩌다 내 예상과는 다른 안 좋은 상황이 일어나면 그 여행은 80점짜리가 아닌

그냥 실패한 여행같이 느껴졌다.


해야할건 많은데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점점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이런 패턴이 쌓이고 쌓여

결국엔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무기력과 우울감은 점점 커져갔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었는지 잊혀져 갔다.

완벽에 빠지다 성공만 추구하게 되었고

일상에서 작은 기쁨을 놓치게 된 것이다.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아,

완벽주의로 인한 무기력은 어디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책들은 말했다.

"나에 대한 기준을 낮춰라"

"작은것부터 과정을 즐겨라"


그래서 앞으로 내 삶의 모토를 "잘하자!"가 아닌,

"괜찮아"로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 내가 나에게 한번도 해주지 않았던 말

"괜찮아"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못했어도 괜찮아"

"여행이 좀 우당탕탕이 었어도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


그리고 내가 변화하며 삶의 활력을 다시 찾는 모습을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장에만 꼭꼭 숨겨놓고 나만 보았던 나의 이야기.

조금 부족하고 서툴지만

진솔한 내 이야기를 통해

내가 나의 상처를 위로해주고, 성숙해져가는 나를 보고싶다.




                                                          이미지출처 : Imag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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