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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ingbelle Mar 05. 2021

빈칸을 넘어 앞으로 가는 힘

<아이유의 팔레트> 샤이니 - 이름에게 커버 영상을 보고


샤이니와 샤이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진 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이름에게> 커버 영상을 계속해서 본다. 



2018년 이후 발표된 샤이니의 음악 중 어떤 곡들은 일종의 레퀴엠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한 번도 샤이니의 입을 통해 명시된 적은 없었는데도 어떤 대중들은 너무 당연하게 누가 생각난다, 누가 보고싶다는 말을 하더라. 그런 댓글을 볼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정말로 보고싶지도 않으면서 말 쉽게 하네? 나보다 보고싶지도 않으면서. 예전에 별로 관심도 없었으면서 이제와서. 배배 꼬인 나는 참 괴로웠다.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던 대중 가수가 떠난 다음에도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는게 뭐가 어때서, 좋은 마음으로들 하는 말인데 그걸 이해 못하고서는 남들을 미워했다. 나는 정말로 그를 영영 잃었고 오늘에 남겨졌다는 억울함 때문이었을까.




내 가슴 속에 많은 별 / 아프게 빛나는 별 하나
잡고 싶지 않지만 꺼지길 바라진 않아

샤이니 - 안녕 (2018)



I’m gonna be your light 
이젠 더 아프지 마
I will live for you, for us / 너를 위한 My life

Key - I will fight (2018)



base to ace / base to ace

(base는 종현의 솔로 데뷔 앨범, ace는 태민의 솔로 데뷔 앨범)


태민 - Identitiy (2020)



얼마 전 동기가 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샤이니 <Don't call me> 앨범사진을 보고 DM을 보냈다. 

- 샤이니 컴백하는구나. 빈 자리가 괜히 느껴진다ㅠㅠ 




그는 몇년 전 샤이니 다섯명과 함께 일 해본 적이 있는 친구였다. 이번에 나는 꼭 내 생각을 말해야만 했다. 고민 끝에 답장을 했다.


- 이제 이렇게가 샤이니 완전체니까! 개인적으로 빈 자리 언급하는 건 트라우마야. 

새로운 콘텐츠에도 그렇게 말하면 나는 조금 불편해.. 



친구는 바로 이해한다며 주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정말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나는 이 경험을 계기로 더 이상 종현을 그리워하는 대중의 댓글들을 무작정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이름에게>를 듣고 또 듣는다. 부지런한 누군가가 오디오를 녹음해 mp3로 만들어 준 파일도 다운받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리운 모든 이름이 떠오른다. 민호의 중저음은 고요히 혼자 걷는 긴 숲길 같았고, 태민의 미성은 시야를 흐리며 피어나는 물안개 같았다. 키와 온유가 번갈아 가며 부르는 '가자, 이 새벽이 끝나는 곳으로'를 들으며 벅찬 힘을 얻는다. 빈칸은 빈칸으로 비워 두고 결연히 한 걸음 앞서 나가는 힘. 따뜻한 에너지를 느낀다. 




샤이니의 발라드 소화 능력은 2008년부터 알고 있어서 새삼 놀랄 일은 없었다. 매년 발전하는 멤버들의 실력에 늘 경의와 사랑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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