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종현의 4주기를 보내며
2017년 12월 19일.
그날은 여느 아이돌 오프와 다르지 않았다.
트위터에서 동행을 구하고,
초면이지만 여기 뭐하러 왔는지 너무 잘 알겠는...
또래의 수많은 여성들을 만나고,
그들의 따뜻한 도움을 받고,
춥고 긴 줄을 서는,
그리고 이 줄의 끝에는
줄 선 이들 모두가 사랑하는 그가 있는 날.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가 어제 죽었다는 것 뿐이었다.
벌써 4년이 되었는데
그날 하루가 정말 또렷하게 기억난다.
상암동 회사에서 오후 반차를 내고 갔다.
광주에서 기차타고 온 대학생이라는 동행을
지하철역에서 만나 장례식장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은 추웠고 별다른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이 줄인가봐요.
긴 줄에 끝에 섰고 우리 뒤로도 계속 줄이 늘었다.
멍하니 서 있는데 갑자기 앞쪽이 부산스러워졌다.
편지 써서 놓고 올 수 있대요.
아 어쩌지...
산하엽이랑 odd앨범밖에 안 들고 왔는데...
조금 있으니 어디선가 문구점을 털어온듯한 이들이
큰 비닐봉지 가득 편지지와 펜을 담아 와
여기저기 내밀었다.
울면서 무어라 다들 적었다.
서서 쓰느라 대고 적을 딱딱한 받침이 필요했다.
망설임없이 내가 들고 온 앨범을 동행에게 빌려줬다.
줄이 건물에 가까워질수록 울음 소리가 점점 커졌다.
추워서인지 너무 끔찍해서인지
대기하며 잠시 얼어버렸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늘 내가 여기 온 이유가 실감이 나기 시작하며
살면서 겪어본 적 없는 강한 두려움을 느꼈다.
한시간 반 정도 지나 드디어 건물로 들어왔다.
따뜻한 로비에는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가득했다.
우리를 향해 셔터를 눌렀다.
경멸스러웠다.
우느라 미처 얼굴을 못 가리는 옆 사람들을
몸으로 가려주며 지하로 끝없이 내려갔다.
한참을 말없이 앞으로만 가다가
네명씩 한 줄로 16명이었던가...20명이었던가...
아무튼 이동조 인원을 정해 통솔하는 가드를 만났다.
빈소가 코 앞이었던 것이다.
온 몸이 덜덜 떨렸다.
앞 뒤 옆으로 가깝게 붙어 천천히 이동하며
모두가 큰 소리로 서럽게 울었다.
지하라서 울음소리가 크게 울렸다.
지옥 같았다.
대부분 우느라 몸을 못 가눠서
서로 팔짱을 끼고 부축하며 걸었다.
새하얀 국화꽃 사이 빛나게 웃는 얼굴을 만나고
마음이 찢어져서 붙여지지 않는 채로 나왔다.
빈소를 나오는 이들에게 티슈를 나눠주는
30대 정도의 여성 직원 두 명이 있었다.
상주 대신이니 아마도 팬매니저 였을까.
그들도 이미 몇시간 째 운 얼굴이었다.
동행과 부둥켜안고 한참을 더 울었다. 다들 그랬다.
발길이 안 떨어졌지만 계속 있을수도 없었다.
나가려고하는데 갑자기 바닥에 눕는 여성이 보였다.
이상해서 가 봤더니 기절한 것 같았다.
인상착의를 보니 외국인이었다.
이 분 쓰러졌어요!
가드를 불러 인계하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 해 겨울은 밤에 자려고 누우면 눈물이 났다.
그러다 얼마 후 맑고 깨끗하고 추운 날 아침에
파란 하늘을 보며 출근하는데
갑자기 세상이 새삼 아름다워 보였다.
시린 공기가 코로 깊이 들어오는 숨을 쉬었고
얼굴 위로 드리우는 햇빛도 참 좋았다.
지금 내가 살아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마음이 스르르 열리는 경험이었다.
긴 겨울의 애도가 끝나고 있었다.
아직도 그날의 충격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거나
너무 괴로워서 피하는 것으로
자신을 지켜 온 이들도 많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방식으로
내 마음속에서 그를 잘 보내준 것 같아서.
4주기인 오늘에서야 그 겨울의 내 기억들을 이렇게 기록해본다.
늘 미안한 종현에게 보내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