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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ingbelle Jan 18. 2022

어디에 서 있든, 발 아래 땅은 단단하니까. (1)

스타트업에서 대기업까지 - 한국 회사원으로 살아남기


7년차 마케터. 스타트업에서 대기업 계열사를 거쳐 대기업에 입성해 부모님이 동네방네 자랑했던 사람.

지금은 직접 창직한 ‘멘탈 스타일리스트’ 라는 타이틀로 소개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멘탈은 약하거나 강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 맞게 스타일링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이직에 성공한 꿀팁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든 스스로를 지키는 힘에 대해 깨달은 지난 7년간의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알고보니 6개월짜리 채용


2015년 2월 대학교를 졸업하고 2개월 만이었던 4월, 저는 드디어 첫 취직에 성공합니다.

채용이 확정되었으니 언제부터 출근하라는 인사부장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대학교에서 콘텐츠 비즈니스를 전공한 저는 유료 콘텐츠를 취급하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고, 바람대로 첫 사회생활을 IT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보내게 되어 뛸 듯이 기뻤죠.


알고보니 제가 취업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회사가 ‘청년 인턴’제도를 활용해서 저를 채용했기 때문이었어요. 해당 제도는 대졸 신규 채용에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소기업에게 6개월간 청년 인턴의 월급 일부를 보전해주는 보조금 사업이었습니다. 그 말은 즉, 6개월만 저를 근무시키고 모종의 사유로 해고해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불안하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더 문제는 대표님이 실무 중간 관리자들과 충분한 상의 없이 저와 제 동기 2명을 덜컥 청년인턴제로 뽑아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네, 그래요. 저희 셋은 대표님의 수족이 될 운명이었습니다. 25살 쌩 신입이 겁도 없이 삼촌뻘 대표님 방을 하루종일 들락날락하며 일을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우연히 성이 같았던 저와 대표님 사이를 친척 관계로 오인하기도 했고요. 낙하산이라는 억울한 루머도 생겼습니다. 저는 ‘사람인’에서 이 회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말이죠.

 

그렇게 대표님 직속으로 약 30명의 회사 동료들의 눈칫밥을 먹으며 일한지 두 달 쯤 되었을 무렵, 드디어 제대로 된 신사업팀이 꾸려지고 팀장님도 새로 채용되어 출근하시게 됩니다. 야호! 저도 이제 소속이 생긴다고 좋아했어요. 6개월 시한부 채용도 잠시 잊을만큼 즐거운 날들이었습니다.    



불안하고 억울한 상황에서, 나를 지키는 TIP

    일단 무시한다. 절대 휘말리거나 소문을 캐지 않는다.     

    한 명이라도 나의 진심을 알아주리라 믿으며 최선을 다한다.   

    적대적인 게 아니라 원래 무뚝뚝한 사람일 수 도 있다고 생각하자.   




팀장님이 빡쳐서 퇴사했다

: 그렇지만 아직 저에게는 청년인턴 보조금이 남아있습니다


팀장님은 화려한 경력을 뒤로한 채 모험과 도전을 위해 스타트업에 합류하신 분이었어요. 그간 쌓아온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서 신사업에 전념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같은 여성분이라 더 섬세하게 챙겨주시는 면도 있었습니다. 함께 입사했던 동기 중 한 명은 일찍이 퇴사하고, 남은 N님과 저는 서로 의지하며 신나게 일을 했어요. 당시 3개월 차 신입사원들은 같은 방향이었던 퇴근길에도 온통 신사업 이야기 뿐이었습니다. 뭐가 그렇게 재밌었을까요. 하지만 팀장님은 신사업이 전혀 재밌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채용 당시 이야기했던 방향으로 일이 안 풀리는 것 같았고, 대표님과 갈등이 있는 걸로 짐작되었어요. 결국 그렇게 기다렸던 팀장님은 저보다 먼저 퇴사를 하시게 됩니다. 그럼 이제 저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아직 청년 인턴은 3개월이 남았는데요.


저는 경영지원팀으로 보내졌고 홍보 담당이 됩니다. 홍보담당자 사수분은 회식을 참 좋아하는 분이었어요. 신사업팀에서 막 전배 온 신입사원들에게 한 달에 두 번은 함께 회식을 해야 한다고 하시길래 마지못해 따라갔더니 그 자리에서 그 분 혼자 소주 한 병을 드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업무도 어렵고 사람도 어렵고… 출퇴근길에 매일 우는 날이 반복되었죠. 부모님께 매일 ‘퇴사하고 싶어요’ 라고 말했고 부모님은 3개월만 더 다녀보길 권하셨어요. 그래 보기로 합니다.


출근해서 홍보용 보도자료도 미리 써 두고, 대행사 담당자분을 붙들고 질문을 퍼부으며 제 눈에 보이는 업무의 작은 빈 틈들을 메꿔나가보려고 했습니다. 조금씩 일을 맡아가던 중, 사내에 처음으로 마케팅팀이 꾸려지게 되고 저는 그 팀에 합류하게 됩니다. 이 회사에서 처음 느끼는 안정감이었어요. 저는 지난 6개월 간 홍보와 마케팅 업무를 해 내며 마침내 당장 퇴사시킬 이유는 없는, 말하자면 작지만 대체 불가한 인력이 되었고 청년 인턴 종료 후에도 해고 되지 않고 계속 회사를 다니게 됩니다. 그 후로 3년을요.


그만두고 도망가고 싶을 때, 나를 지키는 TIP   


    그만둘 수 있다. 그래도 딱 한 업무만 제대로 해보고 나가자.   

    주변에 힘들다고 털어놓자. 뜻밖의 위로와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이 회사에서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자.     




어디에 서 있든, 발 아래 땅은 단단하니까.

스타트업에서 대기업까지 - 한국 회사원으로 살아남기


[다음편 예고]

- 돌아보면 기회였던 것들
- 이번엔 대표님이 바뀌었다

- 셀장 승진, 체계가 없어도 출근합니다

https://brunch.co.kr/@beingbell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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