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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ingbelle Aug 01. 2022

나를 믿으려면 내 삶의 맥락을 발견해야 한다.

나를 설득하는 글쓰기 (1) 


지인들의 추천으로 읽어 본 베스트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젊은 과학 기자인 화자가 위대한 업적의 20세기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생애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이야기였다. 그녀가 조던에게 그토록 매달리는 이유는 조던에게서는 삶의 어떤 강력한 사명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일도 사랑도 어렵고 막막했던 그녀는 이전 세대의 현자가 숨겨놓은 어떤 메시지를 찾고 싶어했다.


나는 절박했다. 단순하게 말하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책에서, 망해버린 사명을 계속 밀고 나아가는 일을 정당화하는 그 정확한 문장을 찾아내는 것이 내게는 절박했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120  


책의 화자처럼 불안감을 느낄 때 나는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명확하게 확인하고 싶다. 지도 앱에서 현위치를 찍어 보는 것처럼 지금 내가 어떤지를 알아내고 싶다. 요즘 부쩍 마음의 길눈이 어둡다. 나 지금 어디있는 걸까? 뭐 하려는 걸까? 라고 스스로에게 자주 묻고 있다. 나는 납득이 되어야 움직인다. 남을 잘 따르지도 않고, 쉽게 누굴 신뢰하지도 않는다. 결국 스스로를 믿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인데 요즘 그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다. 내가 나를 믿는 힘이 딸리는 게 느껴졌다. 


그 힘을 되찾기 위해

우선 현위치부터 다시 파악해보자. 



지난 7년을 마케터로 일했다. 그리고 올해 퇴사했다. 93년 사신 우리 할아버지도 아는 대기업의 메인 서비스에서 일하다가 제 발로. 고로 최근 몇달간 고정 수입이 없다. 올 한해 적당히 아껴쓰며 생활할 정도의 잔고는 있다. 하지만 숫자가 줄어드는 걸 보면 한숨만 나온다. 그렇지만 자유롭다. 24시간을 온전히 내 의지로 굴리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나중에 돌아보면 얼마나 귀할까? 지금도 1분 1초가 감사하고 아깝다.  


회사에서는 정말 빡세고 알차게 일했다. 나는 대학 전공 선택부터 후회가 없었다. 첫 회사 선택도 직무도 이직도 만족스러웠다.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했고, 일이 좋았다. 마케팅에서 컨설팅 직무를 함께했던 마지막 1년도 끝까지 마케팅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더 이상 후회가 없을 정도로 애쓰고 매달렸다. 대기업 과장이라는 명함을 달고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 


겉으로 보기에 나는 일잘러였다. 

그렇지만 마음 건강에 구멍이 났었다. 


코로나 블루를 심하게 겪으면서 여러가지 상황이 겹쳐 좀처럼 회복이 더뎠다. 결국 명상과 미술치료 공부를 하며 스스로 해결할 길을 찾았고 이렇게 쉼을 선택할 용기도 생겼다. 그렇지만 모두가 나처럼 스스로 회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먼저 힘들어 본 사람의 이야기도 필요하고, 지금 당장 힘든 사람을 위로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모두 진보적인 기업문화를 표방하는 곳이었고 한국의 기업 문화 특유의 병폐가 적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보수적이고 비합리적인 기업문화에서 숨이 막혀가는 젊은 직장인들이 수없이 많다. 그래서 나는 <멘탈스타일리스트>를 창직하고 일잘러의 마음챙김, 라는 슬로건도 만들었다. 일잘러를 꿈꾸는 이들이 자신의 멘탈을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마케터가 아니라 멘탈스타일리스트로 산다. 이런 저런 공부를 하고 단건으로 수입이 생기기도 했다. 여기가 현위치다. 2022년 3월 말 퇴사 후 4개월째인 지금까지의 이야기. 


현황을 파악해보니 깨달았다.

내가 하려는 일에는 맥락이 있다. 


나는 일잘러가 되고 싶었고, 일잘러가 되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스스로의 마음 건강을 돌보려고 애썼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일잘러가 되는 방법'보다 '일잘러의 마음챙김'에 더 관심이 많고, 그래서 이보다 적합할 수 없는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이제 다시 나를 좀 믿어주자. 나는 일잘러의 마음챙김에 대해 의미있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나는 이 일을 잘 해낼 사람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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