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카밀라 카베요 - Havana
제니퍼 로페즈, 샤키라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라틴팝 여성 솔로의 탄생이었다. 선배들과의 차별점을 찾자면 카밀라 카베요가 순혈(?) 라틴이라는 점일까. 그는 1997년 쿠바 하바나에서 태어나 21살의 젊은 나이에 <Havana>의 메가 히트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이민자이기 때문이다.
카밀라는 <Worth it> 이라는 히트송으로 인기를 끌었던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그룹 피프스하모니 Fifth harmony 멤버로 데뷔했다. 데스티니스차일드의 비욘세, 푸쉬캣돌즈의 니콜 셰르징거처럼 이미 그룹 내 확실한 존재감을 확보한 멤버였기 때문에 그의 홀로서기에 대한 성공을 예상한 이들은 많았겠지만, 카밀라가 솔로 데뷔곡으로 자신의 정체성과도 같은 <Havana>를 기어코 만들어 낼 줄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카밀라 카베요는 이 곡에 가창 뿐만 아니라 작사,작곡 크레딧에도 첫 번째 순서로 올라 있다.) 2000년대 한국에 춤 좀 추는 여성들이 비욘세의 <Crazy in Love>,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Do Something>에 맞춰 털기춤을 췄다면, 2018년에는 다들 <Havana>에 맞춰 나른한 라틴 리듬을 탔다. 쿠바 하바나와 미국의 애틀란타를 오가는 젊은 연인의 진득한 밀당 이야기를 담은 이 노래는 도입부부터 반복되는 'Havana oh-na-na'가 굉장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고혹적인 매력의 새로운 슈퍼스타는 2018 그래미 어워즈에서 드레스에 안경을 착용하고 멋진 스피치를 펼치기도 했다.
"I am a proud Cuban-Mexican immigrant, born in eastern Havana, standing infront of you on the Grammy Stage, in New York city."
- 저는 자랑스러운 쿠바인-멕시카인 가정의 이민자이며, 동부 하바나에서 태어났고, 지금 뉴욕의 그래미 무대에서 여러분 앞에 서 있습니다.
"All I know is just like dream this kid can't be forgotten, and are worth fighting for."
- 확실한 건, 이민자 아이들은 꿈처럼 잊혀져선 안될 것이며 싸워서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꿈에 무대에 당당히 선 카밀라 카베요의 이야기가 감동적인가? 언젠가 보게 될 아시안 이민자 출신 가수라던지, 혹은 한국인 가수의 저런 멋진 스피치를 기대했거나 상상했다면 나는 가까이에 있는 문제부터 직시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제노포비아(Xenophobia : 직역 시 '외국인 혐오자')는 K팝에서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를 스쳐간 수많은 외국인 가수들을 떠올려본다. 그들의 어눌한 한국어를 우리는 정말 귀엽다고 생각했을까?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 수준급으로 구사하는 K팝 아이돌 중국인 멤버는 연관검색어에 조선족이라는 꼬리표가 붙고 끊임없이 검증의 심판대에 오른다.(정말 조선족인지 궁금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이런 우리에게 정말 카밀라 카베요같은 스타가 나타날 수 있을까.
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