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해리 스타일스- Watermelon Sugar
'그룹에서 솔로로, 새로운 슈퍼스타의 탄생' 카테고리의 마지막을 장식할 팝송으로 해리스타일스의 <Watermelon sugar>를 고르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 콘텐츠인가? 에 대해 내용을 구성하는 데 너무 오랜 고민을 했다.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하고 일단 정리가 덜 된 낙서를 보며 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확실한 것은, 이 노래는 전례없는 팬데믹으로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맞이한 2020년 여름의 대표적인 시즌송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레트로한 기타 사운드가 시원한 계절감을 주고, "Watermelon sugar High"라는 가사의 반복으로 리듬감을 더한다. 귀로 노래를 듣고만 있는데 어디선가 밀려온 해변의 모래알이 맨발을 스치고 은은한 수박 향기를 맡는 듯한 경험을 준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팝송의 히트 포인트를 찾아내는 대표적인 방법은 멜론의 곡정보에 들어가서 댓글을 정독하는 것이다. 2021년 2월 기준 <Watermelon sugar>의 멜론 곡정보에는 6만 3천여개의 좋아요와 197개의 댓글이 있다. 이를 통해 세븐틴 우지, 마마무 화사, NCT 마크, BJ 주다사 등 국내 셀럽의 추천으로 대중에게 바이럴되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좀 더 확실하게 눈에 보이는 트래픽은 없을까? 해리 스타일스가 속해있는 그룹 원 디렉션은 어마어마한 영미권 팬덤 규모를 자랑하는 아이돌이다. 국내에도 일명 '해연(해외연예인)' 팬덤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기서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임진모 선생님의 책 <한국인의 팝송 100>에는 본고장보다 머나먼 한국에서 유독 사랑 받은 곡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나와있었다. 나는 해박한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워러멜론슈가가 떡상한 이유'처럼 자극적이고 직관적인 포인트를 못 잡아내는 걸까, 잠시 자괴감도 들었지만 (4회차만에 많이 겸손해진 #임진모비켜 ) 결론은 '한국에서만 인기 있는 노래'라는 라벨이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간대 빌보드차트 1위곡을 강남역 인근 상가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빌보드와 길보드의 시차가 점점 줄어든다.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2021년 2월 국내 시장에 입성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뮤직 마케팅이 전세계로 퍼진다. <Watermelon sugar>는 그렇게 지난 여름 우리의 플레이리스트에 스며들었는지도 모른다.
<Watermelon sugar>가 수록된 앨범 <Fine lines>의 발매 시기는 2019년 겨울이다. 그런데 이듬해 여름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시즌과 딱 맞아 떨어지면서 말 그대로 역주행을 일구어 낸 것이다. 차트 성과만 놓고 보자면 해리 스타일스는 원디렉션을 뛰어 넘은 셈이다. 비욘세, 카밀라 카베요, 저스틴 팀버레이크에 이어 슈퍼스타로 성장한 아이돌 멤버들의 히트곡에 대해 연달아 쓰고 보니 갑자기 궁금해진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는 모두 마음 한 켠에 솔로 데뷔를 꿈꾸고 있을까? 다음 슈퍼스타는 또 어느 그룹에서 나오게 될까.
[MZ세대 한국인의 팝송 100] 다음 편 미리보기
- 올공에서 기다릴게, 내한공연의 추억
005. 케이티페리 Katy perry - Firework
006. 미카 MIKA - Happy ending
007. 퀸&아담램버트 Queen - Bohemian Rapsody
008. 콜드플레이 Coldplay - Fix you
009. 샘스미스 Sam smith - I'm not the only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