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 케이티 페리 - Firework
2010년대에는 꽤 많은 팝스타들이 한국 팬을 찾았다. 새 앨범의 아시아 투어 프로모션이나 뮤직 페스티벌 참여, 단독 공연 등을 위해 한국에 온 그들을 인천 공항 입국장에서 만날 수 있었고, 환한 미소로 말하는 '사랑해요 연예가중계'를 우리는 즐겁게 들었다. 아시아 국가라면 으레 통할 것이라 생각하고 불교식 인사인 합장을 공손하게 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지만, 그들은 어쨌든 관객을 만족시키려 노력했고 미국에 가지 않으면 보기 어려운 희소성 있는 공연을 선사했다.
내한 공연 티켓을 예매하는 관객층도 다양했다. 최애 가수의 활동을 랜선으로만 지켜봐야했던 열성 팬덤부터 세계적인 가수의 라이브를 들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리스너, 사실 음악은 잘 모르지만 팝스타 콘서트라는 경험 자체를 사치재로서 소비하려는 힙스터까지 한 데 모여 있었다. 비슷한 관객수가 모여도 KPOP 아이돌 공연장 주변과는 분위기가 상이했다. 2018년 케이티 페리의 첫 내한공연 <Witeness tour In Seoul>은 공연 마케팅 업무를 맡게 되고 나서 내게 들이닥친 첫 공연이었다. 고척스카이돔에서 3만석 규모로 치러진 초대형 내한 공연을 만나 적잖이 멘탈이 깨졌고 많은 것을 배웠다. 관객들이 이 공연의 티켓을 왜 샀는지, 또는 누가 더 살 생각이 있을지 연구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일하다 지쳐서 결국 공연은 보러 못(안) 갔지만, 케이티 페리의 노래를 들으면 그 즈음의 내가 느꼈던 막막함과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 떠오른다.
<Firework>는 2010년 출시된 케이티의 2집 앨범 <Teenage Dream> 수록곡이다. 인형같이 완벽하게만 보이는 백인 여성 슈퍼스타의 목소리로 말하는 '내 자신이 비닐봉지 같이 느껴질 때(Feel Like a Plastic bag)'의 감정에서 빌드업되어 후렴구의 '너는 불꽃이야, 너의 색깔을 퍼뜨려 (You are a Firework, let your colors burst)'로 고조되는 희망 에너지 가득한 노래다. 후렴에 펑펑 터지는 고음으로 속이 다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케이티 페리는 미국 내 엄청난 인지도와 커리어에 비해 국내에서 크게 주목받지는 않았다. 같은 세대 여성 솔로가수인 리한나, 레이디 가가 등에 비해 아티스트 자체의 인지도는 높지 않았지만 2018년 첫 내한에서 고척돔 매진 사례를 불러일으킨 데는 음악의 힘이 크다고 본다. 그 중 <Firework>는 특히 한국인의 정서를 자극한 노래가 아니었을까. 뮤직비디오를 보면 사람들의 가슴에서 불꽃놀이 CG가 터진다. (영화 킹스맨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쪽은 굉장히 판타지스럽고 아름다운 편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의 가면을 써야만 하는 현대인들, 그래서 다들 마음 속에 화를 품고 사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또한 이 곡은 2012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3>의 OST로도 사랑받았다.
*제목의 '다만 나는 불꽃이오'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대사를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