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미카- Happy ending
한국인들은 본능적으로 소속감의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편 가르기 좋아한다는 단점도 있지만,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면 넘치는 정을 팍팍 퍼주는 사랑스러운 구석도 있다. 상대가 외국인이라면 한국식 이름을 붙여주며 '명예 우리 편'으로 인정해준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을 '히동구'라는 애칭으로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팝지니어스라는 별명을 가진 가수 미카의 명예 한국이름은 '김믹하'다. 이름이 있는 걸 보니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가수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독창적이고 명석한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브를 가진 아티스트로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미카는 한국에도 많은 곡이 알려졌다. <Popular Song>, <Big Girl>, <We are Golden> 등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가 많지만 여기서는 모 은행 TV CF에 삽입되어 전국민적으로 유명해진 <Happy Ending>을 소개하려고 한다.
무려 '해피 엔딩'이라는 강렬한 긍정의 기운을 내뿜는 제목에, 미카의 자유로운 보컬 개인기 뒤로 흐르는 가스펠 느낌의 코러스가 함께하니 당연히 희망적인 노래겠거니 했다. 그런데 가사를 뜯어 보니 "우리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해피엔딩 따윈 없어..." 였다. 이렇게 정 반대의 정서일 줄이야. 이 경우와 비슷한 유형으로는 결혼식 축가 베스트로 꼽히는 뮤지컬 넘버가 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 박사가 자기 몸에 생체실험 하기 직전에 부르는 <지금 이 순간>이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앙리가 사형선고를 받고 부르는 <너의 꿈속에서>는 실제 삽입된 장면에서의 흐름보다는 곡 전반의 낭만적인 정서 때문에 신랑신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곡으로 선곡된다. (조금 이상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수학 문제 푸는것도 아닌데 정확한 의미 따위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는가.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과 ♬너의 꿈에 살고 싶어~ 처럼, 이 노래도 ♬해피 엔~딩~이라 좋은 거니까. 이렇게 얼레벌레 해피엔딩이라는 점까지 한국인의 사랑하는 팝송으로 완벽하다.
미카는 2009년부터 단독 콘서트와 서울재즈페스티벌 참여로 꽤 자주 내한했다. 영어와 불어로 쓰여진 미카의 곡들을 자유자재로 떼창하는 한국팬에게 넘어가(?) 당시 미공개였던 신곡을 공개해버린 이벤트도 있었다고 한다. 가장 최근의 공연은 2020년 3월 <MIKA LIVE IN SEOUL> 일 뻔 했으나, COVID-19의 영향으로 안타깝게 월드투어가 취소되어 그를 만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