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별

진함의 시대가 남긴 연민의 밀도

by 지금 여기

경성.


일제강점기, 조선의 서울을 부르던 이름.
작가는 그 서늘한 시대의 이름 위에 ‘고래’와 ‘별’이라는
서정적인 숨결을 불어넣어, 한 편의 비극적인 설화를 빚어낸다.


<고래별>은 독립을 꿈꾸는 청년들의 가슴을 다루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온도는 조금 다르다.
나라를 ‘구한다’는 거창한 구호보다,
조선을 ‘연민한다’는 가느다란 감정이 더 선명하게 흐른다.


보잘것없고,
이미 손상되었으며,
여리고 다치기 쉬운 존재.


그런 조선을 한없이 그리워하며
끝까지 애틋하게 품어내려는 마음이
장면과 장면 사이사이에 깊게 스며 있다.


주인공들의 우정에서도,
피어나는 애정의 향기 속에서도,
핏줄의 사랑 속에서도
그 감정은 자꾸만 고개를 든다.


나는 그 마음이 유독 진하게 느껴졌다.


신기한 일이다.


나치의 시대나 일제강점기처럼

거대한 폭력이 삶을 짓누르던 시절을 빌려온 이야기들은
대개 그 색채가 짙다.


사랑을 말해도 짙고,
열정을 말해도 깊으며,
슬픔을 말해도 애절하다.


아마도 사람들이 너무 빨리 죽어가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조차 사치였던 시대였기에
살아남은 자들의 감정은
오히려 더 밀도 있게 응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몇 날 며칠을 이들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가슴 속에 눅눅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내 삶에는 얼마만큼의 진함이 있는가.


나는 그 진함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지독한 진함을 견뎌낼 재간이 없어
일부러 삶을 흐릿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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